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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밭길' 유승민…당은 반토막 돈은 세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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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밭길' 유승민…당은 반토막 돈은 세토막

"몇명이 남더라도 가려던 길 계속 간다"

'통합파'들의 집단 탈당으로 반토막난 바른정당은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낼 전망이다. 자강파 리더 격인 유승민 의원은 "몇 명이 남더라도 가고자 했던 길을 계속 가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당이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면서, 바른정당은 정당 보조금이나 상임위 배분 등 여러 면에서 어려운 처지를 맞게 됐다.

우선 바른정당은 오는 13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치른다는 입장이다. 유승민 의원은 6일 기자들과 만나 "오늘 오후 2시 TV토론을 포함, 전당대회는 그대로 치르는 게 맞다는 결론이 났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도 "전당대회를 끝까지 사수하기로 했다"며 이는 정문헌 전 사무총장, 박유근 재정위원장 등 이번 전대 출마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정운천·박인숙 의원은 통합파 의원들의 탈당을 만류하기 위해 전당대회 연기를 주장하며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번 전당대회는 당 대표 1명과 최고위원 3명을 뽑는 것인 만큼, 유 의원 등 4명의 후보는 그대로 지도부에 입성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른바 '컨벤션 효과'는 기대하기 힘든 처지다. 바른정당 전당대회 출마자들은 이날 오후 TV토론에서 "처음부터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유승민), "작은 정당이지만 지지해 달라"(정문헌)는 등의 발언을 통해 결의를 한껏 드러냈다.

하지만 당에 닥친 어려움은 현실이다. 당장 오는 15일 정당보조금 지급에서, 바른정당이 받을 몫은 종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의석 수는 절반으로 줄어들었지만 정당보조금은 1/3이 된 것은, 보조금 배분이 원내 교섭단체 우선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당 보조금은 우선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20석 이상 획득)한 정당에 대해 전체의 50%를 균등 배분하고, 다음으로 5~19석인 정당에 전체의 5%씩을 배분하고, 잔여분을 다시 의석 수와 총선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게 돼 있다. 통합파 탈당 전 바른정당 의석은 20석으로 간신히 교섭단체 자격을 유지한 수준이었으나, 통합파 의원 9인의 탈당에 따라 교섭단체 지위는 상실되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 분기에 14억7800만 원을 보조금으로 받은 바른정당은, 이번 분기에는 5~6억 정도의 보조금만 받게 됐다.

문제는 돈뿐만이 아니다. 교섭단체는 국회 운영에서 '파트너'로 여겨진다. 때문에 의석이 단 20석이라 해도 교섭단체일 때는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에도 몫을 나눠받았고, 모든 상임위에 간사를 지정할 수 있었다. 바른정당은 상임위원장 1석(김영우 국방위원장)을 할당받았고, 제4교섭단체 자격으로 상임위마다 간사를 두고 있었지만 이제 이는 옛일이 됐다. 과거 민주노동당이나 20대 국회에서 정의당(6석)이 겪었던 비(非)교섭단체 정당의 설움을 겪게 된 것.

특히 20대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여야 간 협치 테이블에서도 바른정당이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른바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과 관련,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비교섭단체인 정의당도 포함시키자'는 입장이었던 반면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교섭단체만으로 여야정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주장해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른정당 역시 '교섭단체만으로 구성' 입장이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지난 9월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 회동에서 "여야정협의체는 국회 주도로, 교섭단체만 참석하는 것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바른정당이 이제 와 '비교섭단체도 포함시키자'고 주장하기엔 얄궂은 상황이다. 정작 '주장'의 당사자인 주 원내대표는 한국당에 합류하게 됐지만.

이제 '잔류파'가 돼버린 기존의 '자강파'는 말 그대로 자강불식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몇 명이 남더라도 우리가 가고자 했던 길로 계속 가겠다는 마음에 변함이 없다"며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남은 사람들이 당을 지키고 최대한 많이 남을 수 있도록 설득 중"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사무처 식구들도 최대한 설득해서 같이 당을 지키자고 호소하겠다"면서 "11명의 의원과 당협위원장 가운데 당을 지킨다는 분들, 당 사무처의 남은 식구들이 최대한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했다.

'11명' 중에 포함된 정병국 의원과 김세연·정운천·박인숙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등 분당 논의 과정에서 소원해진 구 자강파와의 관계 개선도 차기 당 대표 당선이 유력한 유 의원에게 남겨진 과제다. 정 의원과 남 지사 등은 '통합파들의 탈당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대를 일단 연기하고, 한국당과 통합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취지의 주장을 했었지만 유 의원과 하태경 의원 등은 이에 반대하며 전당대회 사수를 외쳤다. 이 과정에서 남 지사 등은 유 의원을 겨냥해 "자신만이 옳다는 독선"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혹시 이들 가운데 추가로 탈당 대열에 합류하는 이들이 있다면, 당의 위상은 더욱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 의원은 탈당파에 대해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탈당 사태가 일어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작년에 같이 탈당할 때 저는 끝까지 새누리당에 남아 개혁을 해보려고 했고, 지금 탈당하신 분들은 제일 먼저 탈당을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가 추구하는 '개혁적 보수'라는 초심을 지키지 못해 대단히 안타깝고 서운하다"고 했다.

바른정당은 이날 박정하 수석대변인 명의로 이런 논평을 냈다.

"아프다. 참 많이 아프다. 그러나 가고자 하는 곳이 다른 게 아니라, 그 길이 다를 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마냥 슬퍼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땅에 떨어져 만신창이가 된 보수를 개혁하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쌓기 위해서는 일신우일신해야 한다는 소명을 새기며, 꿋꿋하게 '따뜻한 개혁보수'의 길을 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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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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