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미 법원의 2심 판결이 나온 '댓글 사건'과는 별개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광범위한 국내 정치공작 책임을 물어 추가 처벌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25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법리 검토 끝에 최근 파기환송심 판결이 나온 '댓글 사건'과 국정원 적폐청산TF가 추가로 수사의뢰한 박원순 서울시장 공격, 연예인 퇴출 시도, 방송장악, 사법부 공격 등 일련의 의혹 사건은 별개의 범죄로 봐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련의 사건이 모두 원 전 원장 재직 기간 벌어졌지만, 법률적으로 하나의 행위로 처벌하는 '포괄일죄' 대상이 아니라 각각의 의혹이 별개 범죄를 구성하는 '실체적 경합(수개의 죄를 저지른 것)' 관계라는 해석을 내린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의혹에 관한 수사 결과, 항소심 판결이 나온 '댓글 사건'을 통해 드러난 사이버 여론조작 행위와 별개 성격의 다양한 온·오프라인 정치 개입 활동 양상이 드러났다"며 "이런 행위는 기존 의혹과는 별개 사건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은 지난달 30일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받아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박 시장 공격 등 나머지 국내 정치공작 의혹 수사가 진척되는 대로 그를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사팀은 국정원TF로부터 넘겨받은 문건 등을 바탕으로 원 전 원장이 배우 문성근씨와 김여진씨 합성 사진 제작·유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를 동원한 관제 시위, 이용훈 전 대법원장 퇴임 압력 여론 조성 등 광범위한 정치공작 활동을 지시하고 그 결과를 상세히 보고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울러 '댓글 사건'에서 파생된 '사이버 외곽팀' 운영 의혹과 관련해선 그 자체로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또 처벌이 불가능하지만, 70억원가량의 국가 예산을 부당한 사이버 여론조작에 쓴 책임을 물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로도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달 19일 최대 48개에 달한 사이버 외곽팀 운영과 관련한 수십억원대 국고손실 혐의를 적용해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을 구속하면서 원 전 원장에게도 같은 혐의를 적용할 방침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이 밖에 검찰은 구속된 민 전 단장 외에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주도한 김주성 전 기조실장과 이종명 전 3차장 등 다른 국정원 핵심 간부들 역시 범죄 혐의가 드러나는 대로 원 전 원장과 함께 법적 책임을 묻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다만 검찰은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금지 조항의 공소시효가 7년이어서 일부 의혹 사안의 공소시효가 촉박한 점에서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된 일부 국내 정치공작 혐의로 원 전 원장을 우선 기소해 공범들의 공소시효 진행을 정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이번 주 원 전 원장을 소환해 조사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까지 수사를 확대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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