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조랑말 세 마리, 무대에서 내려오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조랑말 세 마리, 무대에서 내려오라"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④ 아아, 민주당

민주당의 죄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 더 이어가지 못한 점이다. 쉽게 말해서 정권을 내준 게 첫 번째 죄다. 또 하나, 민주당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기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냉엄한 현실이 주목받는다. 나라가 이 꼴인데도, 이 물 좋은(?) 판에 민주당은 오히려 지금 패배를 예약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게 두 번째 죄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는 이 모양 이 꼴이 되었고, 부유층과 대기업중심의 경제정책 아래서 극심해진 양극화로 서민생활은 피폐해졌다. DJ가 무려 40년 전에 갈파한 '4대국 보장론' 조차 읽어내지 못하는 정권, 그 절름발이 외교 실력으로 남북문제를 비롯한 곳곳의 외교전쟁에서 손해를 자초하고 있는 게 현 정권이다. 그런 정권만큼도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이 나라 제1야당 민주당이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줄도 모르고 감동도 꿈도 주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만큼도 고민하지 않고, 한나라당이 속으로 느끼고 있는 만큼의 절박함도 읽을 수 없다. 서민을 위하는 척 시늉을 하는 데서도 민주당은 한나라당에게 선수를 빼앗기고 있다. 어느새 전당대회가 흥행에서 참패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국민들 특히 서민들이 고단해진 마음을 기대고자 하는 자리에 민주당은 이미 없는 것이다. 1년여 전에 정치판과 담을 쌓은, 그래도 조금은 애정이 남아있는 필자의 눈으로 본 민주당의 모습은 지금 그렇다.

다 알다시피 2012년은 국내외적으로 요동치는 한해가 될 것이다. 미국 대선이 있고 러시아에선 푸틴 총리의 명실상부한 권좌복귀가 예상된다. 김일성 탄생 100주년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강성대국을 완성하겠다고 호언한 것도 2012년이다. 이 나라도 2012년은 매우 중요한 한해가 된다. 민주당은 어찌할 것인가. 그런 걱정이나 하고 있는 것인가. 공천권 같은 잿밥에 더 한눈을 파는 것은 아닌가.
▲ 걱정스러워 보이는 민주당의 한 가운데에 이른바 '빅3'가 있다. ⓒ뉴시스

걱정스러워 보이는 민주당의 한 가운데에 이른바 '빅3'가 있다. 일부 잔재주꾼과, 계속 옮겨 다니며 기생(寄生)하는데 익숙한 486들의 모습도 보인다. 무엇보다도 빅3의 '2012년 경쟁력'을 놓고 말들이 많다. 셋 다 이미 실험이 끝난 사람들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그래서일까 누군가 세 사람을 세 마리의 조랑말이라 했다. 어디에 내놓아도 의젓한 기품과 기상이 느껴지는, 천리를 질풍처럼 달리는 위풍당당한 준마(駿馬)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는 이야기다.

참아왔으나 먼저 손학규 씨에 대해 말 좀 해야겠다. 이 나라 어느 법률이나 어느 정당의 당헌·당규에도 손학규 씨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대목은 없다. 본인의 소신과 능력에 따라 어떤 정당에 가입하거나 어떤 선거에 나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적어도 법률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나라당 출신의 손 씨가 태생이나 성장과정이 전혀 다른 대척정당 민주당에 와서 다른 것도 아닌 당대표나 대선후보가 되고자 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도리가 아니다.

손 씨는 한나라당에서 대변인(신한국당 대변인)과 YS정권의 보사부장관, 한나라당 경선을 통해 당선된 경기지사를 역임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성공하지 못했고(MB·박근혜에 이은 3등을 거듭했다), 성공할 가능성이 없자 이념까지 차이가 있는 민주당에 옮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말하자면 X팀의 2군 선수다. 그 선수가 Y팀의 1군에 들어와 "주장 자리를 내놓으라"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민주당에 온 뒤 2007년의 대선후보 경선도 치렀고, 통합민주당의 대표까지 하는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았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대선후보 경쟁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후보경선의 흥행에 급급한 나머지 서둘러 판을 벌이던 와중에서, 그야말로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고(노무현 전 대통령만 손 씨의 능숙한 변신을 가리켜 '보따리장수'라 빗댄 적이 있다) 벌어진 분명한 잘못이었다고 본다. 민주당도 잘못했고 손 씨도 잘못한 것이었다. '한나라당 손학규 씨였기' 때문에 그렇다.

'통합민주당의 대표'도 당과 당의 통합과정에서 전당대회 아닌 '당무위원회'의 추대 형식을 빌려 대표가 된, 일종의 '급조된 축소판 체육관 선거' 절차를 거친 것이었다. 때문에 "가령 손 씨가 대통령 후보라도 된다면 한나라당 3등 선수와 한나라당의 새로운 1등 선수가 대권 경쟁을 하게 되는 것이냐"는 난감한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다.

더구나 손 씨는 신한국당 대변인을 하면서 못할 소리를 적지 않게 쏟아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대변인이라는 '자리' 때문에 불가피했다 할 수는 있으나, 대변인이 당에서 써주는 내용을 그대로 읽기만 하는 자리가 아닌 것은 우리가 다 아는 바다. '손학규 신한국당 대변인' 시절의 신문에 기록된 '어록'을 보면 민주당과 지도부를 향한 그의 신념에 찬 날카로운 논평을 도처에서 엿볼 수 있다.

민주당의 전신인 국민회의를 <원초적으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당>(1996년 1월 16일)이라 단정했고, DJ를 <행동하는 흑심(黑心)…흑색선전이 입신의 경지에 이르렀다>(1996년 1월 20일) 매도했으며, DJ가 도청설을 제기하자 <정신이상자의 망발>(1996년 1월 26일)이라고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라는 혹평도 서슴지 않았다. 아무튼 그런 그가 지금 '원초적으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당'의 당 대표와 대선후보를 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방을 돌면서도 민주당원들에게 그런 전력을 전혀 말하지 않았다. 감췄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도 있고 듣지 못했다는 사람도 있다. 어찌됐건 그는 입당을 하면서 또는 그 뒤에라도 '지난날'을 열거하면서 석고대죄는 아닐지라도, 진심어린 사과와 용서를 비는 '씻김'의 모습을 적어도 당원들에게는 보여줬어야 했다. 그런 게 다 사람의 도리다. 그냥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손학규 씨가 당권과 대권에 도전하는 지경에 이른 데에는 정동영 씨와 정세균 씨의 책임이 적지 않다. 손 씨가 적어도 그런 도리에 어긋나는 생각을 품을 수 없도록 당이 건강과 실력을 지켜왔어야 했다는 이야기다.

2500여 년 전 공자의 가르침 중 '정치의 요체'라며 지금도 흔히 인용하는 대목이 있다. 바로 먹을 것(食)과 국방(兵) 그리고 믿음(信) 세 가지다. 제자 자공(子貢)이 물었다. "셋 가운데 하나를 버린다면 무엇을 먼저 버릴까요" "兵을 버려라" "나머지 둘 중 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어느 것을 택할까요" 공자가 대답한다. "信을 지켜라. 누구에게나 죽음은 있는 것이나 백성들에게서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 오늘날에도 하나도 틀림이 없는 진리다.

2007년 대선에서 정권을 뺏긴 책임의 한 복판에 각인되어 있는 '원죄'(原罪)는 차치하고라도, 정동영 씨에게는 그 믿음(信)과 관련된 이야기가 항상 붙어 다닌다. MBC 기자였던 정 씨를 정계에 끌고 나와 정치를 시작시킨 사람은 권노갑 씨로 알려져 있다. DJ가 권 씨의 천거를 받아들였다고 했다. '정풍'(整風)을 외치며 그 권 씨를 2선으로 후퇴시킨 사람이 바로 정 씨라 했다. 레임덕이 시작된 김대중 대통령을 민주당에서 탈당토록 한 것도 바로 정 씨 등 이른바 '천신정 그룹'(천정배·신기남·정동영)이었다. "불가피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배신이었다"고 단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서울 동작구에서도 그의 '약속'과 '신뢰'에 관련된 이야기가 살아있다. 2008년 총선 때 뜬금없이 연고도 없는 동작 선거구에 출마한 정 씨가 선거운동기간 내내 열심히 외치고 다닌 '약속' 때문이다. "동작에 뼈를 묻겠다"고 했다. 그러나 선거에서 낙선한 그는 동작을 떠나 미국에 갔다가 1년 뒤 전주 덕진 선거구 재보선에 출마해 국회의원이 되었다. 동작에서 그의 당선을 위해 죽기 살기로 몸을 던졌던 '팬'들이 느낀 허탈감은 대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일까 '1회용 정치인' '인스턴트 정치인'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전당대회 직전의 당대표였다는 점에서 정세균 씨는 '지금의 민주당'에 대해 책임이 가장 큰 사람이다. 당 안팎에서 사람들은 그의 '당대표 2년'에 대해 리더십 없고 야당성 없는 무기력한 모습이었다며 "존재감 없었다"거나 "민한당 대표"라고 말들 한다. 그러나 그는 사적(私的)인 이해관계에서는 철두철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임기 내내 자기계보·자기조직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였으며 이는 대외적으로 번듯한 당의 모습을 만들어내기보다는 당대표 재선을 노린 것이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6·2 지방선거 때도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민주당이 승리는 했으나, 공천 내용에서는 압도적인 사당화(私黨化) 공천이라는 평가가 훨씬 우세하다. 당 운영에서도 그는 직간접으로 사적 인연이나 이해관계에 얽힌 잡음이 잇달았으며, 명분 없는 처신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지난 3월 정 씨의 친동생이 갑자기 여론조사회사를 세우고 영업을 시작했다. 중당앙의 일부 당직자들은 '대표 친동생'이 여론조사 회사를 세웠다는 '힌트'를 던져주고, 민주당의 지방선거 출마희망자들은 앞을 다퉈 '일감'을 그쪽에 맡겼다. 다른 사람도 아닌 당 대표 동생이라는 데 어떻게 모른 척 할 수 있겠는가. 그 '땅 짚고 헤엄치기' 영업 때문에 다른 회사들은 고전에 고전을 거듭했다.

정 씨는 미디어법 파동직후 의원직 사퇴서를 내고도 추후 의원직에 복귀하는 순간 밀린 세비를 한꺼번에 챙겨갔으며(천정배·최문순 의원은 반납했다) 특정인의 사적 이해관계를 뒷받침해주기 위해 유성엽 의원(정읍·무소속)의 민주당 입당을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명분 없는 일이었다. 2009년 4월 정동영 씨의 전주출마를 막기 위해서 정 씨는 "앞으로 지방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놓고도 최근 무주·진안·장수 지역구 위원장을 신청, 그 자리에 앉았다.

이제 이야기를 끝내야 할 때다. 앞서 열거한 '조랑말' 세 마리로는 민주당이 '2012년'을 기약할 수 없다는 게 절대 다수의 의견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는 관계없는 김두관 씨 등의 이야기가 시중에 끝없이 나도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천릿길을 기세 좋게 짓쳐나가야 할 이 엄숙한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먼저 조랑말 세 마리는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 셋이 함께 모여 합동기지회견을 통해 사퇴를 결의하는 게 좋다. 다소 설익었더라도 의욕 넘치고 정신이 건강한 준마 한 마리를 고른 뒤 "온 몸을 던져 돕겠노라"고 선언할 필요가 있다. 틀림없이 '빅3'도 살고 민주당도 다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도 큰 감동을 느끼고 부푼 꿈을 꿀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