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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유산이 아직 국회에서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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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유산이 아직 국회에서 자라고 있다

[기고] 국회에 심어져 있는 외래종 나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라마다 나무 색깔이 다르다

얼마 전 고등학생들이 국회에 많이 심어져 있는 일본산 가이즈카 향나무를 우리의 소나무로 대체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를 해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킨 바 있었습니다.

특정한 공간에 심어져 있는 나무는 그 해당 공간의 얼굴이자 상징이기도 합니다. 현재 국회 경내에 식재되어 있는 나무 중에는 미국이 원산지인 스트로브잣나무와 일본이 원산지인 측백나무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우선 외국 원산지의 나무가 우리나라의 상징성을 지닌 국회의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 사람들은 평소 잘 생각하지 않겠지만, 나무들이 모두 같은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나라마다 그 독특한 기후와 토양에 따라 나무 색깔이 상당히 다릅니다.

▲국회 의원회관 앞의 어두운 스토로브잣나무 ⓒ소준섭

▲국회의사당 건물과 의원동산 사이의 대비되는 은행나무와 측백나무(우측) ⓒ소준섭

▲국회 의원동산의 리기다소나무(우측 앞) ⓒ소준섭

위의 사진에서 은행나무와 스트로브잣나무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한눈에 봐도, 그 색깔에서 선명하게 차이가 납니다. 은행나무는 밝고 연한 녹색인 데 반해, 스트로브 잣나무는 어둡고 짙은 녹색으로서 우선 분위기가 칙칙하고 보는 사람의 가슴을 탁 막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국회 의원동산 쪽에 식재된 측백나무 역시 어두운 녹색이고, 그곳에 있는 리기다소나무 역시 어두운 색깔을 띠고 있습니다. 특히 사진에서 미국산 스트로브 잣나무가 유난히 어두운 색깔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스트로브잣나무와 리기다소나무, 박정희 시대의 후유증

스트로브잣나무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그저 우리 소나무로 알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 스트로브잣나무는 소나무도 아니고 잣나무도 아니며, 이름은 잣나무지만 잣이 열리지도 않습니다. 박정희 시대에 '빨리빨리' 정신으로 리기다소나무와 함께 싼 값에 관공서나 민둥산에 대규모로 심은 나무들입니다. 스트로브잣나무나 리기다소나무는 목재로서의 효용도 전혀 없지요.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일본산 측백나무와 향나무 역시 어두운 색깔입니다.

이렇게 스트로브잣나무와 측백나무 그리고 리기다소나무는 모두 우리나라 나무들이 띠고 있는 밝은 녹색과 달리 매우 어두운 암색 계통의 녹색입니다.

이러한 나무 색깔은 또 다른 차원에서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즉 이들 어두운 외래종 나무들이 대규모로 심어져 있음으로 하여 국회 전체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지요. 주지하듯 현재 우리나라에서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대단히 크고 그 이미지 역시 상당히 어둡습니다. 여기에 더해 국회 경내에 심어져 있는 어두운 색깔의 스트로브잣나무, 측백나무, 향나무 등은 국회를 찾는 많은 시민들에게 어두운 이미지 및 분위기를 조성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국회의 나무, 국회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

현재 국회 경내에 심어져 있는 나무들은 국회가 여의도로 옮겨온 70년대부터 식재되어 그간 국회 조경에 많은 기여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결국 적지 않은 경우, 외래종 나무로서 나라의 얼굴인 국회를 상징하는 나무로서는 부적합하고, 특히 어두운 나무 색깔로서 국회 전체의 이미지와 분위기를 우울하거나 암울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많은 나무를 일시에 베어버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10년 정도의 장기 계획을 세워 1년에 해당 수목의 10% 정도씩 우리나라 나무로 대체해나가면 좋을 것입니다. 이렇게 한다면, 국회 전체의 이미지와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 국회 구성원과 국회 방문객들의 마음을 밝고 상쾌하게 만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외래종 나무를 우리나라 나무로 교체해 명실상부한 국회의 얼굴이자 상징으로 가꿔나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국회도서관 앞의 밝은 은행나무와 대비되는 스트로브잣나무(좌측) ⓒ소준섭

한 마디 덧붙일 말이 있습니다. 국회 향나무 수종 문제를 제기했던 청소년들의 기자회견 명칭이 "국회 본청 일본 수종 변경 관련 기자회견"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본청'이라는 용어도 '본(本)'을 애용하는 일본식 용어에 속합니다. '국회의사당(건물)'이라고 해야 더욱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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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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