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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의 불법이 박근혜 정권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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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의 불법이 박근혜 정권을 만들었다

검찰 칼날, 원세훈 다음 이명박 향할까?

"피고인 원세훈은 국정원의 정점에서 사이버 심리전단 활동을 지시하고 결과를 보고받으며 실행을 주도했습니다. 막강한 권한과 책임 갖는 원장으로서 부당한 관행을 타파해야 함에도 범행에 적극 가담했고 가담 정도가 중합니다."

법원이 '국정원 댓글 사건'의 정점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있었다고 공언했다. 정치 개입은 물론 18대 대선 개입까지 인정하며 검찰 구형 대로 징역 4년, 자격정지 4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함께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은 각각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막판 쏟아진 증거들이 결정타로

지난 2013년 6월 기소 이후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재판은 4년 넘게 이어졌다. 1심에서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정치 공작을 벌일 목적이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치 개입 혐의만 인정됐다. 항소심에서는 선거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고, 원 전 원장은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주요 증거들의 증거능력이 의심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후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은 2년간 25차례 공판을 거듭했다.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던 원 전 원장에 대한 재판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지난 7월 국가정보원 적폐청산TF가 '원세훈 녹취록'을 복원해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이를 법정에 제출해 재판부로부터 증거 능력을 인정받았다. 복원된 녹취록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대북 심리전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에 대한 심리전"이라며 심리전단 활동을 강조하고, "후보 검증" 등 선거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또 2011년 청와대에 보고된 '2040세대의 대정부 불만 요인 진단 및 고려사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등 문서들도 재판 막바지에 추가 증거로 활용됐다. 이 보고서들에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를 장악할 수 있는 전략과 심리조작 방법 등이 포함돼있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들로 부터 거수경례를 받고 있다(왼쪽). 징역 4년을 선고받으며 법정구속된 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오후 구치소로 향하기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재판부는 "원세훈이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라고 명시적으로 지시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부서장 회의에서 선거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야당이 승리하면 국정원이 없어진다'는 취지까지 이야기하면서 지시한 바, 국정원 직원으로선 선거 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또 청와대에 보고한 SNS 관련 보고서를 들며 "보고서에 '야당에 점령당한 SNS에서 허위정보가 유통되고 민심이 왜곡되는 상황을 차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기재됐다"며 "이러한 사정에 비춰볼 때 국정원은 평상시에도 각종 선거에서 여당의 승리를 목표로 선거 대책을 수립했고, 18대 대선 활동도 이러한 연장선상으로 선거 운동의 지표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파기환송 계기가 된 증거인 '425 지논 파일'과 '시큐리티 파일'에 대해선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환송 판결의 기속력(법원이나 행정기관이 자기가 한 재판이나 처분에 스스로 구속되어 자유롭게 취소·변경할 수 없는 효력)에 따른 것이다. 대신 트윗덱 계정 일부인 275개를 포함한 계정 총 391개를 사이버전담팀 직원들이 사용·관리해 총 29만5636회의 트위터 활동을 했다고 인정했다. 1심에서 인정한 계정 175개보다 많은 수다.

"박근혜 찬성, 문재인 반대"... 불법 선거 운동 인정

지난 1심과 파기환송 전 항소심에서 선거 개입 여부를 두고 판단이 갈렸던 터라, 이날 관건은 선거 개입 인정 여부에 쏠렸다.

원 전 원장 등 피고인들은 선거 기간 중 사이버 활동이 평소의 연장선상에 불과했다며 선거 개입은 극구 부인해왔다.

재판부는 그러나 사이버팀이 계획적‧능동적으로 특정 후보자를 당선 또는 낙선시키려는 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된다고 했다. "선거 국면 사정을 고려하면 제3자인 선거인 입장에서 선거 운동이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며 "오히려 평상시 활동 자체가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지지 혹은 반대 내용으로 일관돼 있어 선거 국면에서 지속해서 영향을 미치려는 의사가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또 "18대 대선 당시 SNS가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인터넷, SNS 게시글을 선거 운동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작성된 게시글은 객관적 내용이 박근혜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문재인‧이정희‧안철수 후보까지 비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터넷 게시글 찬성·반대 클릭 1003회, 인터넷 게시글과 댓글 93회, 트위터 활동 10만6513회가 선거 운동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원 전 원장 등에 대해 국가정보원법 위반과 아울러 공직선거법 위반을 인정했다.

양형 사유에 대해선 "국정원은 막대한 예산과 조직을 가진 권력기관으로, 영향력을 고려하면 정치적 중립을 반드시 지켜야 함에도 피고인들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정면으로 위배하고 나아가서는 선거와 관련 특정 후보자를 당선 또는 낙선하는 운동까지 나아갔다"며 "이러한 행위는 법 위반의 정도가 매우 중하다"고 밝혔다.

특히 원 전 원장에 대해 "국정원장으로서 정점에서 범행을 지시하고 주도했다"라며 "막강한 책임을 가진 원장으로서 취임 직후 부당한 관행을 타파했어야 함에도 오히려 활동을 강화했다. 이는 '자유와 진리, 무명의 헌신'이라는 당시 국정원의 원훈을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시작도 끝도 불법으로 점철된 박근혜 정권

이날 판결에 따라 18대 대선은 '국정원의 불법 개입 선거'로 남게 됐다. 동시에 지난 박근혜 정권 또한 '불법 선거로 탄생한 정권'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추악하게 끝난 박근혜 정권이 시작조차 추악했음이 드러난 셈이다.

18대 대선이 불법 선거임이 드러난 상황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이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추가 조사 의지를 밝힌 만큼, 수사의 칼날이 원 전 원장보다 더 윗선을 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향후 검찰 수사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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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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