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수사를 마친 박영수 특별검사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검찰에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시 영장이 발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특검은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 인근 중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특검 활동 종료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특검팀은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지난 22일 기각한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박 특검은 "수사 기간 부족으로 보강 수사를 못 해 재청구를 못 했다"면서 "(검찰에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영장이 100% 발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특검은 "우 전 수석의 세월호 관련 의혹과 가족기업 정강 등 개인 비리 등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우 전 수석의) 세월호 수사 (중단) 압력 같은 것은 솔직한 얘기로 압력이 인정되는 것"이라며 "검찰에서 아마 수사를 잘할 것이다. 안 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특검법에 따라 수사 대상에 대해서만 수사할 수 있는 관계로, 특검팀 입장에서는 우 전 수석 수사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견제'를 받을 경우 등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로 사건이 넘어가면 '인지 수사'가 가능해진다. 우 전 수석의 개인 비리 등, 검찰이 의지만 갖는다면 특검 수사 자료를 토대로 우 전 수석의 개인 비리도 캐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우 전 수석에 대한 전방위 수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박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이 무산된 데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박 특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같은 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성공했다면 거기서 없애지 못하는 것들, 대통령 기록물에 속한 것만 보더라도 그걸 확보해서 유추하면 민정수석이 어떻게 직권을 남용했는지 이런 걸 충분히 밝혀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청와대의 거부로) 그런 서류조차 하나도 확보하지 못 했다”고 했다.
관련해 이규철 특검보는 "박 대통령 차명폰은 근거가 확실하다. 발신지를 찍어보면 밤이나 낮이나 위치가 모두 청와대 관저다"라고 했다. 특검팀은 청와대 압수수색이 필요한 이유로 박 대통령이 사용한 차명폰 입수 필요성을 강조한 적이 있다.
박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한 것 또한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그는 "처음에는 우리가 100% 양보했다. 녹음만이라도 하자. 녹음만 한다면 다 양보하겠다고 했다. 근데 그게 전혀 안 먹혔다"며 "우리는 정말 조사해보려고 노력했는데 (실패했다)”고 했다.
"애초에 조사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냐"는 질문에 박 특검은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돼 버렸으니 속마음 어떻게 알겠느냐"며 "저도 참 아쉽다"고 했다.
최순실 씨에 대한 평도 내놨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다. 욕심이 없었다면 그런 일을 할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박 특검은 "그런데 (최 씨)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 주변에 폭넓게 사람들이 있었다면 인사 농단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하고 너무 가까웠다. 아버지 때부터 그렇게 인연이 있어서 도와줬으니, 안타까운 사건"이라며 "최 씨가 국민 앞에서 '제 불찰로 이렇게 잘못됐다'며 사죄하는 게 더 좋았을 텐데 그러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영수 "삼성 재판은 '세기의 재판' 될 것"
박 특검은 "수사는 이제 손을 뗐지만 앞으로 재판이 남았다. 수사 못지않게,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재판이 더 중요하다"며 삼성 관련 재판, 블랙리스트 재판에 주목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앞으로 전개될 삼성 관련 재판이나 블랙리스트 재판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가질 '세기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저희도 단단히 준비 중"이라며 "검사들과 특검보들, 변호사 ,특별수사관들 다 힘을 합쳐서 공소 유지 활동에 전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 수사는 특검에서 충분히 했다”면서도 "다른 재벌 기업은 그렇지 못했다"며 검찰에 향후 수사를 당부했다. 그는 다만 "저희들도 전 기업들을 다 그렇게 하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에 대표적으로 몇몇 기업은 경종을 울리게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접근했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마지막으로 "사건의 진상을 좀 제대로 밝혀야 겠다 하는 마음을 갖고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지금 와서 돌아보니 더 열심히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생긴다. 미완의 완성"이라며 "그러나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주고 이해해주셔서 그래도 특검이 성과는 어느 정도 이뤄지지 않았나 이렇게 본다"며 70일 간의 특검팀 활동을 자평했다.
이날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특검이 잘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61%가 '잘했다', 26%가 '잘못했다'고 밝혔다. '유보' 답변은 1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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