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3차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이날 변론기일에서는 헌법재판소가 더는 대통령 대리인 측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대통령 대리인 측이 추가로 신청한 증인 2명, 그리고 이날 불출석한 3명의 증인 모두를 증인에서 배제했다. 물론, 대통령 대리인 측에서 반발했으나 일언지하에 이를 묵살했다. 3월 초 탄핵심판을 향해 발 빠르게 달려가는 모양새다.
이날 기일에는 헌법재판과 출신의 이동흡 변호사가 대통령 대리인 변호사로 합류해 국회 탄핵소추 위원 측을 공격했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이어나갔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같은 시기에 재판관으로 근무한 이력으로 전관예우 의혹을 받는 이 변호사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에 헌법재판소장 후보로 임명됐으나 업무추진비 부당사용 의혹, 위장 전입 의혹 등 각종 의혹에 휩싸여 결국 낙마했다.
이날 변론내용의 주요 부분을 요약·정리한다. 프레시안은 앞으로도 독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기사화되지 않은 부분까지도 충실히 전달하려 노력할 예정이다. 편집자
1. 빨라진 헌재 시계, 추가 증인 철회
(오전 변론 기일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하 이정미) : 대통령 대리인 측에서 (어제 밤) 신청한 추가 증인 채택 여부는 추후 알려드리겠다. 오늘 채택된 증인 신문을 하겠다. 증인 안봉근 씨가 출석하지 못한다고 한 것 같은데 맞느냐.
대통령 대리인 :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출석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후에 갑자기...
이정미 : 더는 증인 채택하는 게 의미없는 듯하다. 철회하겠나.
대통령 대리인 : 철회하겠다.
이정미 : 안봉근 증인은 철회하기로 하겠다.
(오후 변론 기일에서)
이정미 : 오늘 증인으로 출석해야 하는 김홍탁 전 플레이그라운드 대표,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 이 두 사람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김홍탁은 내일 형사재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이 탄핵심판 관련해서 아는 내용이 없다고 밝혀왔다. 자신의 형사재판에 제출한 변호인 진술내용 말고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홍탁이 심판정에 나오더라도 증언이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변호인 의견서로 대체 하는 건 어떤가.
대통령 대리인 : 아니다. 김홍탁 전 플레이그라운드 대표를 불러 실질적인 이익분배를 확인하고 싶다. 김홍탁은 유지했으면 한다.
이정미 : 지난 기일에서 재판부는 증인이 불출석할 경우, 납득할 만하 사유가 아닐 경우, 재소환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김홍탁의 신문 내용은 지금 우리가 증거로 채택한 여러 기록 조사, 그리고 앞서 진행한 여러 증인의 신문 내용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김형수도 재직 기간이 짧아 내용을 모른다고 했다. 핵심 증인이라 보기 어렵기에 이들은 재소환하지 않고 증인 채택은 취소하기로 하겠다.
그다음 어제 밤 대통령 대리인 측이 증인으로 신청한 이진동 <TV조선> 기자와, 최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보좌관 관련 말하겠다. 이진동은 지난번에도 대통령 대리인 측에서 신청했지만 불채택됐다. 지금도 신문 신청서를 보면, 여러 재단 관계 등에 대해 물어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재단 관계에 대해서는 재단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여럿 나와 증언했고, 서증에 의해서도 많은 부분의 증거가 있다. 이 증거에는 양측 모두에 유·불리한 증거다.
최철도 신문 신청서를 보면 고영태, 최순실 측이 이 사람을 통해 여러 건을 유출했기 때문이라고 돼 있다. 그러나 최철로부터 유출된 자료는 탄핵사유에 포함된 내용이 아니다. 이 둘은 탄핵소추 내용 관련 직접 관련자가 아니기에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겠다.
그다음 다시 한 번, 여기 있는 모든 분에게 말하겠다. 지난번 말했지만 아직 심판정 밖에서 헌법재판소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억측과 재판 신뢰를 훼손하는 시도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오늘도 심판정 밖에서 매우 시끄러운 고성으로 방해를 하고 있다. 우리 업무에도 방해가 된다. 자제해 달라. 이 사건 탄핵심판은 헌법상 법치주의에 따라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헌법과 법률에 의해 진행된다. 이 점을 고려해서 여기 쌍방 대리인과 관계자들은 우려되는 발언을 법정 안팎에서 삼가길 바란다.
2. 대통령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 대상?
이정미 : 이동흡 변호사가 대통령 대표대리인으로 추가 지정됐다.
이동흡 대통령 대리인 : 대통령 대리인은 본건 탄핵소추 이후, 현재까지도 여전히 적용 법조항과 사실관계가 특정되지 않고 오락가락해 대통령을 방어하는데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그룹 관련 준비서면은 전형적인 사례다.
국회 측은 탄핵소추 사유에서 삼성그룹이 미르와 K스포츠재단 관련해 삼성그룹이 204억 원을 출연했고 2015년 7월말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면담 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현안에 대한 대화와 재단출연을 요청했다고 했다. 또한 문형표, 홍완선 등이 삼성물산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에 작용해 합병 찬성 결의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에 뇌물죄·직권남용죄가 성립하고 대통령 권력남용·강요죄·뇌물수수, 법치국가 원칙과 기업재산권 침해 등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6일자 준비서면에는 대통령과 이재용 관련해 정유라 승마지시를 추가하며 기존에 포함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관계를 기재했고 이게 헌법 제46조 3항에 위반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국회의원이 지위를 남용해 재산상 이익이나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에게 알선할 수 없다는 조항이다.
대통령은 별도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국회의원 의무가 대통령에게 준용된다는 규정도 없다. 물론, 공무원인 대통령에게도 청렴의무가 있는데 이는 형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에서 뇌물·부패행위 등을 금지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징계처벌 하는 것이지 헌법 46조 때문이 아니다.
더구나 국회 측은 대통령을 뇌물죄와 직권남용으로 탄핵소추했다가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자 당황한 나머지 국회의원의 의무임이 명백한 헌법 제46조까지 무리하게 들고 왔다. 무리하고 졸속으로 한 탄핵소추를 유지하기 위해 억지로 법리 논리를 창설하려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된다.
2016년 서울중앙지검 특별조사본부에서 최순실·안종범을 기소할 때도 대통령의 뇌물수수는 인정되지 않았다. 이에 (최순실·안종범만을 직권남용과 강요로 기소했다. 또한 2017년 1월 특별검사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주요 범죄행위에 대한 법리상 다툼이 있어 구속 사유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이런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삼성그룹과 관련하여 피청구인의 뇌물죄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이 논증됐다. 대통령의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을 경우 소추사유에 이유가 없다. 직권남용, 비밀누설죄에 대해서는 별도 준비서면에서 상세히 반박하겠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은 취임 이후, 형제자매마저 부정부패에 연루될 것을 우려해, 청와대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주변을 엄정하게 관리했다. 상식적으로 1000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제3자를 위해 지위를 남용한다는 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부양할 자식도 없이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애국심으로 40년 동안 조국과 민족을 위해 애써온 사람이다. 조금은 따뜻한 시각으로 봐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권력 주변에 기생하며 호가호위한 이들을 사전에 제거하지 못한 것은 따끔하게 지적해야 하지만, 대통령 직에서 파면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강일원 재판관 : 이동흡 변호사가 오셔서 변론을 하니, 형사 재판 같지 않은 듯하다. 이 사건은 엄중한 사건인데 지금까지는 마치 대통령이 피고인인 것처럼 재판이 진행돼 안타까웠다.
3. 대체 증인 신문을 왜 하는것인지...
대통령 대리인 : 안종범 수석이 증인에게 먼저 전화했나.
이기우 그랜드레저코리아 대표(이하 이기우) : 그날은 휴일이었다. 부재중 전화가 떴는데 모르는 번호였다. 있다가 문자가 왔는데 청와대 안 수석이라고 통화 한번 하자고 해서 전화통화했다.
대통령 대리인 : 안 수석과는 알지 못하는 사이인가.
이기우 : 그렇다.
대리인 : 안 수석이 그랜드레저코리아에서 더블루K와 매니지먼트를 체결해서 스포츠팀을 만들면 좋겠다고 했나.
이기우 : 인사하면서 더블루K라는 스포츠매니지먼트 회사가 있는데 스포츠팀을 함께 창단해서 같이 운영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
대리인 : 당시 안 수석 이야기를 들었을 때, 증인도 공익을 위해 스포츠팀을 창단하는 것에 동의했나.
이기우 : 그렇기보다는 안 수석의 전화가 실질적으로 부담이 많이 갔다.
대리인 : 안 수석이 더블루K를 어떤 회사라고 설명했나.
이기우 : 스포츠매니지먼트 회사라고만 이야기했다.
대리인 : 안 수석이 스포츠팀 창단 관련, 대통령 뜻이라고 명시한 적 있나.
이기우 : 기억에는 그렇지 않았다.
대리인 : 검찰조사에서 안 수석 이야기가 표현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이기우 : 통화했을 때의 느낌이 반드시 창단하라는 게 아니라, 협의해보라는 정도였다는 거다.
대리인 : 더블루K 조성민 대표와 고영태는 어떤 관계였다고 생각하나.
이기우 : 조성민 대표와 카운트파트너가 되어서 만났는데, 그 자리에 고영태가 따라왔다. 고영태는 논의가 잘 진행이 안 되면, 상당히 짜증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래서 관계가 좀 이상하다 생각했다. 조성민이 대표인데, 그를 따라온 사람이 짜증내고 그러는 거 보니 이상한 관계라고 생각했다.
대리인 : 미팅에 임하는 고영태 태도는 어땠나.
이기우 : 조성민과 고영태를 만난 게 서너 번 정도다. 그때...
이정미 : 그 부분은 앞에서 이미 말했다. 덧붙여서 더 말할 게 있나.
이기우 : 없다.
대리인 : 조성민이 증인에게 어떤 제안을 했나. 매년 80억 비용이 소요되는 남녀 배드민턴팀과 펜싱 팀을 만들고 관리하는 계약을 제안했나.
이기우 : 그렇다.
대리인 : 제안서도 받았나.
이기우 : 실무자 통해 받았다.
대리인 : 제안서는 어땠나.
이기우 : 제안서 본 뒤, 우선 규모가 80억인 게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이미 팀이 있는데, 두 개 팀을 더 창단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그쪽에서의 요구는 관리 운영 대행 용역이었다. 즉, 80억을 다 주면 사후 정산만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관련법상 힘들었다. 그래서 거절했다.
대리인 : 그렇게 거절하니, 듣고 있던 고영태가 투덜대면서 이게 왜 안 되느냐고 했나.
이기우 : 그런 반응을 보였다.
대리인 : 그러다가 화를 내고 회의장 박차고 나갔나.
이기우 : 그런 것까지는 모른다.
강일원 재판관 : 대통령 대리인에게 묻겠다. 지금 하는 증인 신문사항은 기록에 다 있다. 이걸 왜 확인하는지 주심인 내가 이해를 못하겠다. 입증취지를 말해 달라. 이렇게 이미 있는 기록을 요약해서 확인한 이유가 뭔가.
대리인 : 기록에 있는 내용은 많지 않다. 그랜드레저코리아 스포츠팀 창단 내용이나 안종범이 했던 이야기는 직접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고영태 관련 내용은 전혀 나온 적이 없다.
강일원 : 고영태가 거만하게 했다는 건 기록에 다 나와 있다. 이는 국회 측 기록에도 다 있다. 신문은 중복 안 되게 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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