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두발로학교(교장 진우석. 여행작가) 제54강은 겨울의 정취를 찾아 강원도 영동지방으로 떠납니다. 눈 덮인 설악을 바라보면서 겨울과 작별을 고합니다. 미시령을 넘으면 고성과 속초가 펼쳐지는데요. 우선 고성의 신선대(645m, 성인대)를 찾아갑니다. 이곳 <금강산 화암사 숲길>은 알려지지 않은 명소로 고성과 속초를 아우르는 특급 전망대로 꼽힙니다. 눈 덮인 설악산 울산바위와 신선봉(1212m, 금강산 영역)이 장쾌하게 펼쳐진 모습에서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산에서 내려오면 속초로 이동, 산책 삼아 눈부시게 푸른 <해파랑길>을 걷겠습니다.
두발로학교는 지난 51강부터 진우석 선생님을 새 교장선생님으로 모시고, 두발로학교를 새롭게 열어가고 있습니다.
진우석 교장선생님은 저명한 여행가이자 여행작가이십니다. 스스로 ‘시인이 되다만 여행작가’라 하며 ‘걷기 달인’, ‘길의 탐미주의자’로 통합니다. 히말라야, 카라코람, 알프스, 백두대간 등 국내외 굵직한 트레일을 걸었으며, <서울신문>에 <진우석의 걷기 좋은 산길> 연재를 시작으로 국내외 ‘날 것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관광공사 ‘이 달의 걷기길’ 선정위원으로 있으며, 삼성 SERICEO‧여행작가학교 등에서 여행강사로 활동합니다.
진우석 교장선생님으로부터 2월의 걷는 길 <고성 금강산 화암사 숲길>과 <속초 해파랑길>에 대해 들어봅니다.
수암과 신선대를 품은 <금강산 화암사 숲길>
고성군 토성면에 위치한 <금강산 화암사 숲길>은 천년 고찰 화암사에서 신선대까지 이어진 길이다. 지금은 이 지역을 북설악으로 부르지만, 예로부터 금강산의 영역이었다. 신선봉은 남한에 있는 5개의 금강산 봉우리 중 하나다. 본래 신선대를 거쳐 신선봉까지 등산로가 이어졌지만, 설악산국립공원이 확대되면서 출입금지 구역으로 묶였다. 하지만 신선대에 올라 울산바위와 동해를 굽어보는 것만으로도 장엄한 설악산과 금강산의 호연지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화암사 남쪽의 우뚝 솟은 수암은 옹기처럼 투박한 바위 위에 왕관바위가 올라간 형국이다. 생김새가 빼어나 ‘수(秀)’자를 쓰거나, 바위 꼭대기 중앙에 큰 웅덩이 있어 물 수(水) 붙여 ‘수바위’라고 전한다. 수바위에는 절과 얽힌 재미있는 전설이 내려온다.
769년 진표율사가 창건할 때 절의 이름은 화엄사(華嚴寺)였다. 당시 고승들이 주석하던 큰 도량이지만 심산유곡에 자리한 터라 먹을 양식은 늘 부족했다. 어느 날 정진하던 두 스님의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났다. “바위에 작은 구멍 하나 있다. 지팡이 넣고 세 번 흔들면 끼니때마다 두 사람 먹을 만한 쌀이 나올 것이다.” 바위로 올라가 구멍에 지팡이 넣고 흔드니 정말 2인분의 쌀이 나왔다. 어느 날, 절 찾아온 객승이 이 일 지켜보고는 ‘여섯 번 흔들면 네 사람분의 쌀이 나올 것’이라며 구멍에 지팡이를 집어넣었다. 그러자 바위는 쌀을 삼키고 피를 토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쌀바위’란 뜻으로 ‘쌀 수(穗)’자를 써 ‘수암(穗巖)’이라 불렸고, 절의 이름도 ‘쌀바위 절’ 이란 의미의 ‘벼 화(禾)’자를 써 ‘화암사(禾巖寺)’라 부르게 되었다. 수암에서 화암사를 굽어봤으면, 다시 길을 나서 평탄한 능선을 타고 30분쯤 가면 대망의 신선대에 도착한다.
바다와 석호가 어우러진 속초 해파랑길
속초해변은 사계절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해변 끝 지점에 산호사랑나무 조형물이 있다. 잎이 하트 모양이라 연인들이 사진을 남긴다. 해파랑길은 오른쪽에 바다를 낀 청호해안길로 이어진다. 달동네 같은 집들을 보이는데, 여기가 바로 청호동 아바이마을이다.
1951년 1·4후퇴 당시 국군을 따라 남하한 함경도 일대의 피난민들은 전쟁이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갈 길이 막혔다. 피난민들은 할 수 없이 휴전선에서 가까운 속초 바닷가 허허벌판에 집단촌락을 형성했다. 바로 아바이마을이다. 마을 이름은 함경도 사투리인 '아바이'를 따서 아바이마을로 불렸다. 흔히 속초를 ‘실향민의 도시’라고 하는 것은 이들이 악착같이 일해 속초의 상권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아바이마을에서 설악대교로 올라서면 청초호와 설악산 조망이 일품이다. 면적 1.38㎢, 둘레 5㎞인 거대한 청초호는 속초에서 대단히 중요한 석호다. 석호는 바다가 내륙으로 들어와 모래 등으로 막혀 호수가 된 것을 말한다. 선박들이 바다의 풍랑을 피할 수 있는 천연의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수군만호영을 두고 병선을 정박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일제강점기 본격적으로 항구로 개발되면서 속초는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 청초호는 속초항의 내항으로 이용된다. 많은 배들이 설악대교 아래를 지나 청초호로 들어온다.
설악대교 아래로 내려오면 갯배 선착장 앞이다. 이 일대는 옛 사진들과 그림 등으로 장식되어 있다. 마치 노천 미술관에 온 기분이다. 그림에는 어민들의 애환과 긍지가 담겨있다. 갯배는 청초호를 건너 중앙동 갯배나루(오구도선장)을 연결한다. 갯배는 배와 연결된 쇠줄에 고리를 걸고 잡아당겨 건넌다. 사공격인 할아버지가 그 일을 하지만, 관광객들 너도나도 고리를 당기며 즐거워한다. 거리가 60m쯤으로 워낙 짧아 중앙동 선착장에 금방 도착한다.
다시 길을 나서 속초항으로 들어서면 횟감과 오징어 등을 파는 포장마차 난전이 반긴다. 난전 뒤로 낚싯대를 드리운 노인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속초항국제여객터미널을 지나면 동명항이 나오는데, 그 앞에 영금정(靈琴亭)이 있다.
영금정은 본래 정자 이름이 아니다. 정자는 최근에 세워진 것이다. 영금정은 본래 석산이었다. 석산 절벽 위에 각양각색의 괴석들이 정자 모양으로 둘러서 있었고, 큰 노송이 두 그루 있었다고 한다. 그 이름은 파도가 이 석산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신령한 거문고 소리처럼 들린다고 해서 붙여졌다. 선녀들이 몰래 내려와 이 신령한 거문고 소리를 듣고 올라갔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안타깝게도 영금정 석산은 일제강점기 속초항만공사의 석재로 쓰기 위해 깨어졌다. 계단을 따라 정자가 세워진 영금정에 올라서면 동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예전만 못해도 파도가 암반에 부딪히는 소리는 맑고 청아하다.
두발로학교가 2월에 걷는 제54강 <금강산 화암사 숲길>과 <해파랑길>의 구체적인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2월 25일(토요일)>
07:00 서울 출발(06시 50분까지 서울 강남구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6번 출구의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에서 <두발로학교> 버스에 탑승바랍니다. 아침식사로 김밥과 식수가 준비돼 있습니다. 답사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제54강 여는 모임
-화암사 입구 도착
-신선대 트레킹
화암사~수바위~신선대~화암사(총 4km)
-식당으로 이동(버스)
-점심식사 겸 뒤풀이(막걸리를 곁들인 초당순두부+오징어순대)
-속초해수욕장 이동(버스)
-속초 <해파랑길> 트레킹
속초해수욕장~청초호(갯배 타기)~아바이마을~영금정(총 3.5㎞)
-동명항 자유시간(회 맛보기)
-서울로 출발. 제54강 마무리모임
*현지 상황에 따라 코스가 축소‧변경될 수 있습니다.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 편한 보온차림(가벼운 등산복/배낭/등산화), 보온모자, 스틱, 아이젠, 선글라스, 버프(얼굴가리개), 무릎보호대, 보온식수, 윈드재킷, 우비(+접이식 우산), 따뜻한 여벌옷, 간식, 자외선차단제, 필기도구 등(기본상비약은 준비됨).
▷두발로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두발로학교를 여는 취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의 시대입니다. 여기저기 걷기 코스의 명소들이 생겨나고 <걷기 동호회>도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들도 고유의 <길>을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인간이 한동안 잊었던 <걷기의 가치>를 되살리고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의 즐거움과 건강을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직립보행(直立步行) 이후 걷기를 멈춘 적은 없습니다. 최소한 집안이나 사무실에서도 걸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걷기가 새삼스럽게 각광을 받는 이유가 뭘까요.
성경 <요한복음>에서 예수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길을 본받는데, 길은 스스로 그러함(자연)을 본받는다.”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길>에서 이처럼 종교적 진리나 철학적 깨달음 같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길을 걸으면서 내면의 기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루소는 <고백록>에서 “나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길 수 있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나의 마음은 언제나 나의 다리와 함께 작동한다.”고 말했습니다. 걷기의 리듬은 사유의 리듬을 낳는다고 합니다. 경치를 구경하며 생각할 수 있고, 미지(未知)의 것을 기지(旣知)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레베카 솔닛의 저서 <걷기의 역사>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의사가 둘 있다.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 말이다. 몸과 마음이 고장 날 때 나는 이 의사들을 찾아가기만 하면 되고, 그러면 다시 건강해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장 경제적이고 신체에 부담이 적은 운동을 택한 것이 <걷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는 속도와 능률이 지배하는 세상에, 목적에 대한 부담을 덜고 걷기를 통해 느림의 미학으로서 세상을 보고 싶은 것은 아닐까요.
사람마다 걷기를 통해 찾고자 하는 의미와 기쁨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모두 함께 찾으려는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 <새로운 경관> <자연을 즐기는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의 세 가지가 아닐까요.
<두발로학교>는 <아름다운 길 걷기> 전문학교입니다. <두발로학교>에서 세 마리 ‘토끼몰이’를 해 보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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