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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당'이 막은 법안, 201석 巨野가 해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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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당'이 막은 법안, 201석 巨野가 해치운다

개혁보수신당, '경제 민주화법' 처리 긍정적…그 이상은?

새누리당 비박근혜계 의원들이 탈당해 '개혁보수신당'을 창당하면서 '거대 야당'의 시대가 열렸다. '박근혜 게이트' 그 이후를 대비하는 개혁 입법 과제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폐기 처분한 '경제 민주화법'이 야4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개혁보수신당, 정의당) 공조 1호 법안이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새누리당 99석을 제외하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개혁보수신당(가칭), 정의당, 무소속 의원을 합친 숫자는 201명에 달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오는 2월 임시 국회에서 '패스트 트랙(신속 안건 처리)' 제도를 이용해 새누리당을 배제하고 개혁 입법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패스트 트랙'은 국회법상 재적 의원 5분의 3(180명)이 동의하면 여야 합의 없이도 안건을 본회의에서 바로 표결 처리할 수 있는 제도다. (☞관련 기사 : 94석 쪼그라든 '친박당', 필리버스터조차도 못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개혁 입법안으로 언론, 재벌, 검찰 개혁 등을 제시했다.

국민의당 정책위원회는 27일 보도자료를 내 구체적인 법안 내역까지 명시했다. 먼저 재벌 개혁으로는 '비선 실세 부정 축재 환수 4법',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 등을 제시했다. 검찰 개혁안으로는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몰래 변론'을 금지한 변호사법 개정안, 청와대 파견 검사의 '회전문 인사'를 일정 기간 막은 검찰청법 개정안을 들었다. 언론 개혁안으로는 공영 방송 이사 비율을 여야 7:6으로 구성하도록 한 방송법 개정안 등을 포함했다. 정치 사회 개혁안으로는 선거 연령을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성과연봉제 일방적 추진 저지를 위한 국회 결의안, 역사 교과서 국정화 폐지법안 등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도 이날 개혁보수신당이 협조해야 할 개혁 입법 과제로 △세월호·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사회적 참사 특별법' 패스트 트랙 지정 △선거 연령 18세 인하 △상법 개정안 등 경제 민주화 법안 △공정거래위원회 전속 고발권 폐지 관련 법안 △고위 공직자 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방송법 등 언론 개혁 법안 등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이 법안들을 두고 야권 공조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보수신당 "공수처법, 경제 민주화법 OK…나머지는 사안마다"

공은 개혁보수신당으로 넘어갔다. 개혁보수신당은 기존에 국민의당이 갖고 있던 '캐스팅보트'를 쥘 것으로 보인다. 개혁보수신당은 안보 분야에서는 "정통 보수"를 내걸었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중산층 서민을 위한 개혁적 보수(유승민)"를 표방하고 있다. 분당 선언문에는 '경제 민주화' 추구를 명시하기도 했다. 개혁보수신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28일 YTN 라디오에 나와 "공수처 설치법, 경제 민주화 법안 등은 좀 더 점진적으로 개혁적으로 다루겠다는 입장"이라며 야권과 공조할 뜻을 밝혔다.

▲ 개혁보수신당(가칭)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28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를 예방했다. ⓒ연합뉴스

관건은 그 이상의 야권 공조가 이뤄질 수 있는가 여부다. 예를 들어 '국정 교과서 폐기법'의 경우, 새누리당 당 대표 시절 국정 교과서를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김무성 의원이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개혁보수신당 내에서도 아직은 '노선 갈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당 참여를 1월로 미룬 나경원 의원은 27일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프레임으로 좌클릭하는 것만이 개혁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유승민 의원과 날을 세웠다. (☞관련 기사 : "이 김무성, 박근혜 누구보다도 사랑한다", '찰떡궁합' 새누리-보수 단체 "국정화 사생결단")

이를 의식한 듯 주호영 개혁보수신당 원내대표는 28일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나와 "저희는 사안사안마다 저희 당의 가치와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것이면 어느 당과도 협력할 것이다. 야 4당 편이 돼서 사사건건 야당과 정책 협력을 하겠다든지, 아니면 같은 여당에 있었으니까 여당을 돕겠다든지, 이런 한 방향으로 정해 놓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사안 사안마다 부딪히며 앞으로 정체성을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개혁보수신당은 이날 대변인 논평 1호로 '위안부 합의 추가 협상' 입장을 냈는데, 이 논평을 내는 데 당 소속 의원들의 동의 과정이 필요했다고 장제원 대변인이 밝혔다. 대변인 논평을 위해 다른 당 의원의 의견을 묻는 것은 기존 원내 정당에서는 드문 일이다. (☞관련 기사 : '보수신당' 1호 논평은? "위안부 협상 문제 해결해야")

다른 야당 지도자들은 개혁보수신당을 압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혁보수신당을 향해 "친박보다 낫다는 점을 보여주려면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개혁 입법 동참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개혁보수신당이 개혁 입법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면, 안보 외의 분야에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기존 야3당이 개혁보수신당을 압박하는 전선이 구축될 수도 있다.

개혁보수신당은 딜레마에 처했다. 개혁적이자니 기존 야권과 차별성이 없다는 점이 우려되고(나경원), 그렇지 않자니 '친박당'에서 왜 갈라서 나왔는지 의문인 상황이다. 확실한 것은 야당들은 '박근혜 게이트' 그 이후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과제에 대한 압박을 받으리라는 것이다. 오는 2월 임시국회 성과에 눈이 쏠리는 이유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갈라선 것이야말로 개혁보수신당으로서는 가장 큰 부담인데, 그에 비하면 안보 분야를 제외한 개혁 입법은 상대적으로 부담될 게 없어 보인다"며 "중요한 것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다. 개혁보수신당을 압박하면서 동시에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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