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은 육지에서는 보기 드물게 현무암 용암대지를 흐르는 강입니다. 과거에 뜨거운 용암이 흐르면서 강이 만들어졌지요. 강변은 수직절벽과 협곡을 이루는 비경 지대가 많지만, 지형이 워낙 험해 접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탄강 절경을 구경하기에는 한겨울이 제격입니다. 강추위 속에서 한탄강이 꽝꽝 얼어붙으면 거짓말처럼 길이 열립니다. 한탄강 얼음길은 용암과 얼음의 아이러니 속에서 대자연의 신비로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두발로학교는 지난 51강부터 진우석 선생님을 새 교장선생님으로 모시고, 두발로학교를 새롭게 열어가고 있습니다.
진우석 교장선생님은 저명한 여행가이자 여행작가이십니다. 스스로 ‘시인이 되다만 여행작가’라 하며 ‘걷기 달인’, ‘길의 탐미주의자’로 통합니다. 히말라야, 카라코람, 알프스, 백두대간 등 국내외 굵직한 트레일을 걸었으며, <서울신문>에 <진우석의 걷기 좋은 산길> 연재를 시작으로 국내외 ‘날 것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관광공사 ‘이 달의 걷기길’ 선정위원으로 있으며, 삼성 SERICEO‧여행작가학교 등에서 여행강사로 활동합니다.
진우석 교장선생님으로부터 1월의 걷는 길 <철원 한탄강 얼음트레킹>에 대해 들어봅니다.
주상절리 절경 펼쳐진 송대소
예로부터 한탄강은 큰여울, 한여울 등으로도 불렸다. 북한 땅인 평강군의 장암산(1052m)에서 발원해 철원~갈말~연천을 적시고 임진강으로 흘러든다. 길이 136㎞, 평균 강폭 60m의 물줄기가 용암대지 협곡을 흐르면서 직탕폭포, 고석정, 순담계곡 등의 경승지를 빚어놓는다.
한탄강 얼음트레킹은 얼음 상태가 상대적으로 좋은 직탕폭포~승일교~고석정 구간을 걷는 것이 정석이다. 트레킹의 출발점은 직탕폭포 앞이다. 겨울철 직탕폭포는 웅장한 얼음 기둥으로 변해 있다. 보처럼 일직선으로 가로놓인 높이 3~5m, 길이 80m의 규모다. 철원8경 중 하나이며 ‘한국의 나이아가라폭포’라 부른다. 폭포 앞에서 힘차게 첫 발자국을 찍으며 출발이다. 재미있는 것은 수많은 발자국이 강 한복판으로 나 있다는 점이다. 강물 가장자리에는 용출수 지대가 많아 얼음이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직탕폭포를 출발하면 곧 태봉대교 앞이다. 번지점프장이 설치된 빨간색 다리는 눈 덮인 강물과 어울려 더욱 붉다. 태봉대교를 지나자 바닥에서 ‘쩌엉~’ 소리가 들리자 주뼛! 머리털이 곤두선다. 소리의 정체는 얼음 사이의 공간에서 울리는 공명이다. 당장 얼음이 깨지는 것이 아니기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잠시 돌무더기 지대를 통과하니, 앞쪽으로 거대한 벽이 보인다. 다가가니 온통 주상절리다. 이곳이 명주실꾸러미가 끝없이 풀릴 정도로 깊다는 한탄강의 절경인 송대소다.
높이 20m가 넘는 주상절리 절벽이 양쪽으로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그 모습이 영락없이 제주도 대포동 주상절리와 닮았다. 주상절리 아래를 자세히 보면, 희끗희끗한 곳이 보인다. 그곳은 여름철이면 강물 안으로 잠기는 부분이다. 그 반대편에는 주상절리 폭포가 펼쳐져 있다. 물줄기가 꽁꽁 얼어 거대한 기둥을 만들었는데, 얼음과 절벽의 형상이 마치 태초의 시간처럼 아득하다.
송대소를 지나면 강 가운데를 흐르는 강물이 보인다. 반갑다. 그동안 눈이 덮인 탓에 강인지, 산인지 구별이 안 됐다. 이어지는 화강암 너럭바위 지대. 용암이 땅속을 나와 흐르다가 굳은 것이 현무암이고, 화강암은 용암이 땅 밖으로 나오지 않고 속에서 그대로 굳은 것이다. 현무암이 거칠다면, 화강암은 표면이 반질반질해서 예쁘다. 넓적한 화강암들이 쌓인 마당바위를 지나면 바위들이 둥그렇게 둘러싼 곳이 나온다. 이곳이 점심 먹기 좋은 장소다. 차가운 얼음 바닥에서 후후~ 입김 불어가며 먹는 라면 맛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한국의 콰이강의 다리’ 승일교
배를 채웠으면 다시 출발이다. 마당바위 지대를 지나면 한동안 벌판 같은 길을 지난다. 두어 번 강물이 흐르는 곳을 통과하면 승일교를 만난다. 승일교 뒤로는 빨간색 한탄대교가 놓여 있다. 투박한 승일교는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기에 ‘한국의 콰이강의 다리’라고 부른다.
1948년 북한 땅이었을 때 북한에서 공사를 시작해 한국전쟁으로 중단됐다. 그 후 남한 땅이 되자 한국 정부에서 완성했다. 결국 기초 공사와 교각 공사는 북한이, 상판 공사 및 마무리 공사는 남한이 마무리한 남북합작의 다리인 셈이다. 다리 이름은 김일성 시절에 만들기 시작해서 이승만 시절에 완성했다고 해서 이승만의 ‘승’자와 김일성의 ‘일’자를 따서 지었다는 설과 전쟁 중에 한탄강을 건너 북진하던 중 전사한 것으로 알려진 박승일 대령의 이름을 땄다는 설이 있다.
잠시 승일교에 올라 한탄강을 내려다보자 웅장한 모습이 드러난다. 한탄강은 평야 지대에서 20~30m 아래로 깊게 패어 들어갔고, 그 양쪽으로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웅장하게 둘러섰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탄강을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 부르기도 한다. 협곡 아래 얼음 위를 걷는 사람들이 마치 개미처럼 작게 보인다. 다시 강으로 내려가 승일교의 우아한 아치형 곡선을 통과하면 기기묘묘한 화강암들이 널려 있다. 이곳은 수심이 깊은 지역이라 바위들을 타고 넘는 것이 안전하다.
한탄대교가 점점 멀어지면 시나브로 고석정이 가까워진다. 고석정은 한탄강변의 작은 정자지만, 오늘날에는 그 일대의 빼어난 풍광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조선 명종 때는 임꺽정이 험한 지형을 이용해 이 정자의 건너편에 석성을 쌓고 은거하면서 의적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석정의 풍광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한탄강 중앙에 자리한 12m 높이의 고석암이다. 이를 강바닥에서 바라보니 고석정에서 본 것보다 열 배는 웅장하다. 고석암을 손으로 직접 만져보니 감개무량하다. 한겨울에만 누릴 수 있는 한탄강 얼음트레킹은 고석암에서 마무리한다.
<1월 21일(토요일)>
07:30 서울 출발(07시 20분까지 서울 강남구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6번 출구의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에서 <두발로학교> 버스에 탑승바랍니다. 아침식사로 김밥과 식수가 준비돼 있습니다. 답사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제53강 여는 모임
-직탕폭포 입구 도착(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
-트레킹 및 스틱 사용법 설명
-직탕폭포~송대소~고석정 한탄강 얼음트레킹(총 5km)
중간에 얼음 위에서 각자 싸온 컵라면 등 간식 타임(컵라면, 보온병에 뜨거운 물 지참)
-고석정에서 트레킹 종료
-삼부연폭포 이동
-삼부연폭포 감상
-포천 식당 도착. 늦은 식사 겸 뒤풀이(포천 <욕쟁이할머니집>에서 막걸리를 곁들인 숯불고기와 시래기정식)
-서울로 출발. 제53강 마무리모임
*현지 상황에 따라 일정이 축소‧변경될 수 있습니다.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반드시 스틱과 아이젠을 지참하세요.
★걷기 편한 보온차림(가벼운 등산복/배낭/등산화), 보온모자, 버프(얼굴가리개), 선글라스, 무릎보호대, 보온식수, 윈드재킷, 우비(+접이식 우산), 따뜻한 여벌옷, 여벌양말, 컵라면 등 행동식과 간식, 자외선차단제, 헤드랜턴(또는 손전등), 필기도구 등(기본상비약은 준비됨).
▷두발로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두발로학교를 여는 취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의 시대입니다. 여기저기 걷기 코스의 명소들이 생겨나고 <걷기 동호회>도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들도 고유의 <길>을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인간이 한동안 잊었던 <걷기의 가치>를 되살리고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의 즐거움과 건강을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직립보행(直立步行) 이후 걷기를 멈춘 적은 없습니다. 최소한 집안이나 사무실에서도 걸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걷기가 새삼스럽게 각광을 받는 이유가 뭘까요.
성경 <요한복음>에서 예수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길을 본받는데, 길은 스스로 그러함(자연)을 본받는다.”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길>에서 이처럼 종교적 진리나 철학적 깨달음 같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길을 걸으면서 내면의 기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루소는 <고백록>에서 “나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길 수 있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나의 마음은 언제나 나의 다리와 함께 작동한다.”고 말했습니다. 걷기의 리듬은 사유의 리듬을 낳는다고 합니다. 경치를 구경하며 생각할 수 있고, 미지(未知)의 것을 기지(旣知)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레베카 솔닛의 저서 <걷기의 역사>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의사가 둘 있다.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 말이다. 몸과 마음이 고장 날 때 나는 이 의사들을 찾아가기만 하면 되고, 그러면 다시 건강해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장 경제적이고 신체에 부담이 적은 운동을 택한 것이 <걷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는 속도와 능률이 지배하는 세상에, 목적에 대한 부담을 덜고 걷기를 통해 느림의 미학으로서 세상을 보고 싶은 것은 아닐까요.
사람마다 걷기를 통해 찾고자 하는 의미와 기쁨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모두 함께 찾으려는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 <새로운 경관> <자연을 즐기는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의 세 가지가 아닐까요.
<두발로학교>는 <아름다운 길 걷기> 전문학교입니다. <두발로학교>에서 세 마리 ‘토끼몰이’를 해 보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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