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국회에서 연일 방영되고 있는 '막장 드라마'는 시청률도 형편없고 보는 사람 혈압만 높이고 있다.
#1. "당신이 개그맨이냐"
24일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자유선진당 이진삼 의원은 육군사관학교 후배인 이상희 장관을 향해 "당신 개그맨이냐"고 질책했다.
이 장관이 지난 19일 국방위 전체회의 직후 미국 하원 대표단을 만나 한 발언이 뒤늦게 문제가 된 것.
당시 이 장관은 미 하원 대표단에게 "조금 전까지 국회에서 의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왔는데 제가 좀 불편했다. 여러분이 나를 국회에서 구해줬으며, 이것이 진정한 동맹의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이 이날 "개인적으로 모욕감을 느끼며, 국민의 대표로서 사과를 요구한다"고 따졌지만 이 장관은 "조크로 이해해 달라"고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유 의원은 "미국 국방장관이라면 그런 조크가 어울렸을지 모른다. 사과할 생각이 없으면 미국에 가서 미국 국방장관을 하라"고 맹공을 가했고 김무성 의원도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니까 조롱하는 기분이 든다"고 거들었다.
이진삼 의원도 "조크라고 했는데 당신이 개그맨이냐"고 가세했고 결국 이 장관은 "적절하지 못한 표현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2. "겐세이 놓지 말라"
23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전문용어'가 등장했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민주당 장세환 의원을 향해 "겐세이 놓지 말고 가만있으라"고 말했다. '겐세이'는 견제(牽制)의 일본말(けんせい)로 주로 당구용어로 사용된다.
저급한 언사라는 비웃음이 쏟아지자 정 의원은 "겐세이라는 용어는 취소하겠다"고 했다. 고흥길 위원장이 "겐세이는 속기록에 쓰지 말고 방해하지 말라는 뜻으로 속기록에 기록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 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이런 경우에는 '겐세이 놓지 마라'는 정병국 의원의 발언은 물론 '겐세이라는 말은 속기록에 쓰지 마라'는 고흥길 위원장의 지시까지 기록된다"고 전했다.
왕이 사관에게 "이 이야기는 사초에 기록하지 마라"고 지시하면 사관은 "이 이야기를 사초에 기록하지 마라고 지시했음"이라고 쓰는 것과 같은 이치다.
#3. "장로도 사기치는 사람 있더라"
23일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에선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안병만 교육부 장관을 향해 "허세 장관에 실세 (이주호) 차관 아니냐"고 공세를 펼치면서 "결국 일제고사 성적 공개는 이 차관의 작품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안 장관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제가 신앙인인데 하나님께 맹세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안 장관이 '하나님께 맹세코'를 반복하자 안 의원은 "나도 교회집산데 장로도 사기치는 사람 많이 봤다"고 받아쳤다. 여기서 장로가 누구를 지칭한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같은 회의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고려대학교 수시모집에 지원한 일반고와 특목고 학생의 생활기록부를 들고 나와 고교등급제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안 장관도 '이 자료만 보면 그런 의혹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변했지만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갑자기 나섰다. 고대 출신인 조 의원은 "연세대학교도 외고 출신 합격 비중이 높은데 고대만 자꾸 언급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 한나라당이 야심차게 밀고 있는 H4와 '금순디'. 하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한나라당 |
앞으로 이같은 막장 드라마가 얼마나 더 방영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10대 용 '막장드라마'로 불리는 KBS의 <꽃보다 남자>를 패러디하고 나선 것을 보니 연장에 연장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판 '꽃보다 남자'에 쏟아지는 네티즌들의 비웃음은 따로 설명할 필요 없겠다. 어쨌든 국회와 정치권의 막장 드라이브가 몇 년간 이어지는 '대하사극'이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뿐이다.
한 가지 더, 이 막장 드라마를 지켜만 보고 있는, 이제는 해체된 YTN 돌발영상 제작팀들이 "아 아이템이 쏟아져 나오는구나"하는 생각에 얼마나 근질근질하면서 답답해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석연찮은 꼬리표가 붙었지만 재승인도 난 마당에 구본홍 사장은 당장 돌발영상의 부활을 허할 일이다. 아마 YTN 시청률과 광고판매 제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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