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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구조조정, 정몽준 아들에 회사 물려주는 과정"

[인터뷰] 대량해고 중단 촉구 1인 시위하는 현대중공업 사람들

조선업종이 불황일까. 겉으로만 보면 불황이 맞다. 연일 구조조정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천문학적인 적자를 낸 빅3(삼성, 대우, 현대) 등 대형 조선소들은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기본안으로 하는 자구책을 마련한 뒤, 이를 이행하고 있다.

자연적인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이들 빅3가 있는 지역인 경남 울산과 거제‧통영의 조선 협력업체들은 하나 둘씩 폐업하고 있다. 원청의 기성 후려치기와 일감 축소가 원인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있는 거제 지역에서만 올해 폐업한 사내협력업체가 5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에서도 협력업체 폐업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연히 하청 노동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임금체불은 물론, 하루아침에 일자리까지 잃고 있다. 정규직의 희망퇴직보다 더 큰 규모다. 하지만 이에 대한 아무런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언론에서도 이들의 구조조정을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긴다.

하지만 실제 조선업이 위기일까. 부실경영과 회계조작으로 이미 좀비기업이 된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하고 나머지 삼성과 현대의 경우, 심각한 위기가 닥쳤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내내 흑자를 낸 현대중공업은 위기보다는 호황이라고 보는 게 더 맞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5572억 원으로 상반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 1분기에도 영업이익 3252억 원을 기록, 2013년 3분기 이후 10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2013년 3분기 이전에는 12년 넘게 흑자 구조를 이어왔다.

영업이익만이 아니다. 1분기 현대중공업의 유동부채비율은 149.9%로 지난해 1분기 대비 12.1%포인트 하락했다. 10조 원이 넘는 단기차입금이 있지만 현금성 자산·이익 잉여금은 총 17조6000억 원이 넘는다. 초과청구 공사금액도 5조2929억 원으로 1년 전 대비 2조2000억 원 가까이 줄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하청 노동자의 목줄을 쥐어짜는 구조조정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현대중공업의 '하청노동자 대량해고 규탄' 1인 시위를 진행하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김영배 대의원을 만났다.

▲ 1인 시위 중이 김영배 대의원. ⓒ프레시안(허환주)

"현중 사측, 노조 무력화하고 있다"

"결국은 자기네들 입맛대로 회사를 재편하겠다는 의도 아니겠어요? 구조조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 아닙니까. 자꾸 현대중공업을 대우조선해양과 묶어서 이야기하는데, 대우는 부채비율이 7300%예요. 현대(149%)와 비교할 바가 아니죠. 우량기업입니다. 전혀 다릅니다. 현금 보유금도 많고요. 이런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네 입맛대로 회사를 돈 벌기 쉬운 구조로 만들겠다는 의도예요. 여기에서 사람, 즉 하청 노동자는 안중에도 없죠."

김영배 대의원은 현재 진행되는 업체폐업이 현대중공업의 경영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조선업 위기라는 분위기를 틈탄 현대중공업 사측의 발 빠른 움직임이라는 이야기다.

더 문제는 구조조정, 즉 업체폐업 과정에서 하청 노동자 중 하청 노동조합에 속해 있는 조합원들이 '솎아내기' 식으로 쫓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7월부터 하청지회 간부들이 소속된 5개 업체가 연달아 폐업됐다. 폐업되면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고용은 다른 업체로 승계되는 게 업계의 상식이지만 이들 업체의 폐업 이후 지회 간부들은 고용승계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 폐업을 선언한 현대중공업 대조립1부 (주)태산테크도 마찬가지다. 이곳 직원 65명 중 하청노조 조합원은 두 명이었다. 하지만 이들 조합원은 아직도 다른 업체에 취업되지 않고 있다. 반면, 나머지 다른 직원들은 대부분 다른 업체에 고용된 상태다. 태산테크 소속 두 조합원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현대중공업 공장 내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단체교섭 중이던 다른 하청업체도(현창산업은 7월 28일, 화성은 7월 29일, 삼원플랜트는 8월 8일) 순차적으로 돌연 폐업을 선언했다. 하청지회는 이곳에 소속된 조합원도 이전 태산테크처럼 고용승계가 어려우리라 예상한다.

김영배 대의원은 "이런 식으로 경영위기를 핑계로, 그리고 구조조정을 이유로 기존 조합원들을 골라내기 식으로 공장 밖으로 쫓아내고 있다"며 현대중공업 사측이 노조 무력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의원은 "이 때문에 한창 구조조정이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정작 하청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솎아내기'를 당할까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다"며 "각개격파로 노동자들이 하나둘씩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 구조조정, 정몽준 아들에게 회사 물려주기 위한 과정"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청 노조는 자신보다 조직면에서나 영향력 면에서 비교할 바가 아닌 정규직 노조의 도움을 바라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표면상으로 민주노조 깃발을 들고 있지만 정작 지금의 하청노동자를 두고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이 없어요. 하청 노동자 문제에 이들이 나서 준다면 큰 힘이 될 텐데, 전혀 그런 의지가 없어요. 올해 안으로 현대중공업은 구조조정 관련해서, 모든 것을 정리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런데 현대중공업 정규직 노조는 이를 수긍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어요. 하청 노동자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이라도 하지 않았다면 차라리 기대라도 안 했을 텐데, 답답하죠."

김 대의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갑용 민주노총 지도위원도 이에 동의했다. 회사의 하청 노조 탄압을 정규직 노조가 방관하고 있다는 것.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낸 이 위원은 현재 '구조조정 분쇄를 위한 현대중공업 현장공동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지난 9일부터 현대중공업의 하청 노조 탄압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 위원은 "정규직 노조에 그간 여러 차례 하청 노조 탄압에 대한 대응 방안을 이야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자신이 이곳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위원은 지금의 구조조정 칼날이 하청을 향해 있지만 결국은 정규직 노조에도 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무런 실체 없는 '위기' 속에서 단순히 '하청 노동자를 잘라야 한다'는 당위성만을 가지고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결국, 이 구조조정은 현대중공업 대주주 정몽준 씨의 아들 정기선 씨에게 현대중공업을 물려주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는 현대중공업 정규직 노조의 방관 속에서 자행되고 있다. 정규직 노조는 하청 노동자를 자기네의 방패막 정도로 생각하지만, 정작 지금의 구조조정 광풍 속에서 정규직 노조의 힘도 약해지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 현대중공업에서 농성 중인 하청지회 조합원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정규직 노조, 우리만 안 다치면 된다 생각하는 듯"

현대중공업 설비지원 분야 분사로 994명이, 골리앗을 포함해 중기 운전 업무 분사로 722명 구조조정 될 전망이다. 노조 조합원 중 한해 1000명 씩 자연 퇴직되고 있는 상황이다. 명예퇴직으로도 지난 6월까지 1660명(사무직 1170명, 생산직 490명)이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 1월에도 사무직 등 1300명이 희망퇴직으로 공장을 떠났다. 이런 식이면 올해 하반기에는 정규직 노조원(3월 기준 1만4700명) 숫자가 1만 명을 넘기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이 위원은 "현재 정규직 노조는 우리 조합원만 안 다치면 된다는 식으로 안이한 생각을 하는 듯하다"며 "하청 노동자와 노조에 문제가 있을 때, 같이 싸워야 정당성도 얻고, 자신들의 권리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알지 못 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정규직보다 월등히 많은 비정규직을 조직하고, 이들의 권리를 대변해 싸우지 않는 이상, 여론전에서는 마찬가지고 노사 간 힘 겨루기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게 이 위원의 생각이었다. 이는 비단 이 위원만의 생각은 아닐 게다. 정작 정규직 노조만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인지 말 그대로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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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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