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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지키기' 청와대, MB도 이렇게는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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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지키기' 청와대, MB도 이렇게는 안 했다

[기자의 눈] 우병우 수석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이

'이석수 흔들기'가 시작됐다. 19일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나서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정보 누출이 "현행법을 위반한 중대 사안"이라고 했다. 가이드라인이다. 청와대가 "명백히 현행법을 위반"했다고 규정하니, 검찰 입장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을 것이다. 야당이 반발한다. 상황이 묘해졌다.

사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 직속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야당에 환영받지 못했다. 야당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을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특별감찰로 무마하려는 듯했다. '우병우 세탁용 감찰'이라는 의혹이 따라 나왔다. 실제로 특별감찰은 우병우 수석이 현직에 있을 때 벌어진 의혹만 감찰하고, 수사권도 없기에 한계가 많다. 그런데 그 최소한의 '특별감찰'마저 흔들고 있다.

발단은 문화방송(MBC)의 보도였다. MBC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감찰 내용을 언론사 기자에게 흘렸다고 보도했다. 정보 유출이 불법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친박계는 기다렸다는 듯 공세에 나섰다. 친박 '돌격대'로 불리는 새누리당 이장우 최고위원은 18일 "감찰 내용이 유출됐다면 국기문란"이라며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조사하자고 주장했다. 이는 "국기를 흔드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청와대 입장과 궤를 같이 한다. 청와대는 한 술 더 떠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배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석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연합뉴스

정작 언론에 공개된 이석수 감찰관 발언을 보면, '감찰 내용'이 유출됐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감찰이 제대로 안 된다는 호소가 오히려 눈에 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경찰이 우병우 수석 눈치를 보는 것 같다", "경찰에 자료를 달라고 하면 하늘 쳐다보고 딴소리 한다…민정에서 경찰 목을 비틀어놨는지 꼼짝도 못 한다"고 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우병우 수석 감찰이 제대로 안 된다'는 달은 보지 않고 '이석수의 감찰 내용 유출'이라는 손가락만 본 셈이다. 국가기관(경찰청)이 특별감찰관의 감찰을 방해하는 것이야말로 현행법 위반인데도 말이다.

예사롭지 않은 일이 또 벌어졌다. 18일 서울지방경찰청은 우병우 수석의 차량 조회를 의뢰한 <조선일보> 기자와 차량을 조회해준 경찰을 불구속 입건했다. 그것도 경찰청이 "사안이 중대하고 범죄 목적일 가능성"을 들어 직접 해당 수사를 의뢰했다고 한다. 우병우 수석이 가족 기업(주식회사 정강)의 법인 차량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법인 자산을 횡령했을 가능성은 지적되지 않고, 차량 조회의 불법성만 불거진 것이다. 본말이 전도됐다.

이런 상황의 '배후'는 누구인가. 정치권에서 온갖 말들이 나돌고 있다.

청와대가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범법자'로 몰아세운 것과 우병우 수석의 차량을 조회한 기자의 불구속 입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명확하다. 우병우 수석을 '건드리면', 오히려 건드린 사람이 다친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물론이고 청와대까지 나서서 '우병우를 살리려면, 이석수를 죽여야 한다'는 목적을 드러내는 듯하다.

정상적인 일일까. 우병우 수석을 '건드린'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련의 사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았을 때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우병우 수석은 2009년 대검찰청 중수1과장으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심문했다. 10시간 넘도록 혹독하게 수사했다. 그리고 검찰은 당시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을 세세히 브리핑했다. 피의 사실을 '유출'하다 못해 '공표'했다. 하지만 검찰은 처벌받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잠시 옷을 벗었던 우병우 수석은 박근혜 정부 들어 오히려 승진했다.

2015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보도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폭로가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의 입에서 나와 파문이 일어났다. 하지만 국정원은 수사조차 받지 않았다.

▲ 검찰 시절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우병우 민정수석의 차이는 뭘까. '죽은 권력'이냐, '살아 있는 권력'이냐의 차이밖에 없는 것 같다. 우병우 수석은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사퇴해야 마땅하다. 전례도 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7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각종 도덕성 의혹으로 낙마하자, 정동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인사 검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뇌물을 받고 현직 검사 최초로 구속 기소된 진경준 검사장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책임은 우병우 수석에게 있다. 그러나 그는 범죄자를 범죄자인지 모른채 승진시켜 놓고 아무 책임이 없다는 듯 행동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우병우 수석은 가족 회사를 세워 횡령하고 세금을 탈루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아들은 병역 보직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진경준 검사장의 스폰서 역할을 한 넥슨이 우병우 수석 처가 땅을 사주는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 그런데도 우병우 수석이 살아남은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살아 있는 권력'이라는 것. 박근혜 대통령의 재신임을 받았다는 것이다.

우병우 수석에 대한 특별감찰 내용은 이제 검찰로 넘어갔다. 그런데도 '버티기'다. 심지어 수사를 의뢰한 특별감찰관을 쳐내려 한다. 검찰에 대놓고 '가이드라인'을 준다. 과연 대한민국에 어느 누가 이런 무시무시한 사람을 수사할 수 있겠는가.

다시 이명박 정부 시절이다. 2011년 김두우 홍보수석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깨끗이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우병우 수석은 검찰의 '목줄'을 쥐고 있는 인사다. 야당은 '우병우 사단'이 여전히 청와대를 장악하고 있고, 검찰 출신 청와대 인사가 다시 검찰 요직으로 재임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검찰이 현직 민정수석을 제대로 수사할 수 없다는 것은 온 국민이 다 아는 일이다. 이명박 정권을 본받으라는 말이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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