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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지정학적으로 가장 불행한 나라는?

[김태호의 중국 군사 세계] 미-중 전략적 경쟁의 구조화 ②: 동아시아 안보의 지리학

군사 안보 분야를 깊이 이해하기 위한 필수 과목 중에 '군사 지리학(military geography)'이 있다. 이는 행위자가 아닌 환경, 즉 전장(戰場)에 초점을 맞춘 학문으로, 행위자와 환경 간의 상호 작용을 다루기 때문에 그 범위는 매우 넓다. 육지 및 해양과 같은 물리적 지리 환경뿐만 아니라 문화 지리, 정치-군사 지리, 그리고 지역 분석을 포함한다. 단, 동 분야는 대부분 군사 작전을 위한 연구이다.

이 글에서는 보다 넓은 개념으로서 '동아시아 안보의 지리학'을 소개하고자 한다. 일부 식자들은 현재가 정보화 시대이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물리적 환경의 문제가 많이 해소되었다고 본다. 다만, 기술 발전으로 인한 변화도 그 시작과 끝은 지리적 요인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불변 요인이다.

동아시아 안보의 지리학

한반도는 동북아시아에 위치하고 있고, 한반도의 남쪽에 있는 한국은 북쪽이 막혀 있고, 3면이 바다로 둘러싸야 있는 '실질적인 섬나라(a virtual island state)'다. 북한을 제외한 주변국이 모두 강대국이고, 오랜 기간 우리의 외교도 '4강 외교'에 경도되어 있었다.

육지 면적을 보더라도 중국은 한국의 110배, 그리고 일본의 25배나 된다. 육지 면적만으로 보면 일본은 한국보다 4배 이상이나 큰 섬나라로서 해양 관할권은 자국 육지 면적의 10배쯤 된다. 한국은 육지 면적이 작은 나라로서 해양 관할권은 육지 면적의 4배∼4.5배쯤 된다. 중국은 대륙 국가이자 국토 면적이 넓은 '대국'으로서 해양 관할권은 육지 면적의 약 20%로 추산되고 있다.

동아시아는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라는 소위 '하부 지역(sub-region)'으로 나뉘는데, 양자 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선, 상기한 동북아 3국은 주요 경제국일 뿐만 아니라 높은 수준의 군사력을 갖고 있다. 북한을 포함할 경우, 총 병력 수, 인구 대비 군인 수, 국방비 지출, 주요 무기 수입 등으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군사화된 지역임에 틀림이 없다.

더욱이 동북아의 분쟁 수준은 타 지역에 비해 높고, 쌍무 분쟁이 주류이다. 남북한, 양안(兩岸)으로 불리는 중국 대륙과 대만, 그리고 일본과 러시아 간 북방 영토/남쿠릴 열도 갈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경우는 북한의 다양한 현재적 위협 외에도 중장기적 해상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

이에 비해 동남아의 분쟁은 다자적 성격을 띠고 있고, 해상 분쟁이다. 남중국해에 속한 둥사(東沙), 시사(西沙), 중사(中沙), 그리고 난사(南沙) 군도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분쟁 당사국인 중국과 다른 당사국 간의 국력 및 군사력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중국은 최대한 쌍무 협상을 선호하고, 다른 분쟁 당사국은 다자 협의체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 강화와 같은 '외적 밸런싱'을 추구하게 된다.

▲ 남중국해의 둥사, 시사, 중사, 난사 군도의 위치가 표시된 중국 지도. ⓒwikimedia.org

다만, 상기한 지리적 요인 및 분쟁의 성격으로 인해 동남아 지역은 동북아에 비해 다자간 협의체가 보다 활성화되어 있다. 아세안 지역 포럼(ARF), 아세안+3, 아세안 국방장관 회담(ADMM-Plus) 등 아세안을 중심으로 구축된 협의체에 동북아 국가들이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상호 이익이 되는 경제 협의체와는 달리 안보 협의체는 만장일치 및 예방 외교와 같은 원칙을 채택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적고 더욱이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데에 있다.

미-중 경쟁과 동아시아 분쟁

한국은 동북아에 속한 국가로서 동북아 안보라는 표현을 자주 쓰고, 또한 보다 거시적 안보 환경을 간과한다는 차원에서 '반도 의식'이라는 비난도 받곤 했다. 이에 비해 중국의 영토는 동북아와 동남아에 걸쳐 있기 때문에 동북아 안보보다는 동아시아 안보라는 표현에 더 익숙하고, 이 보다 넓은 지리적 개념도 사용한다.

중국에게 동아시아는 경제, 외교, 군사의 주(主) 무대이고, 현실적으로 중국이 다른 지역에서 미국과 경쟁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미국은 동아시아 국가는 아니나 보다 넓은 지리적 개념인 '아시아 태평양 국가'라고 자칭한다. 그만큼 동아시아를 포함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미국의 국가 이익 및 목표, 동맹 관계 그리고 국제적 위상이 달려 있다고 본다.

미국의 저명한 '공격적 현실주의자'인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 교수는 다른 학자들과는 달리 미국을 세계의 패권국(hegemon)이 아닌 지역 패권국으로 규정한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북미, 중미, 남미에 대해서만 패권을 갖고 있고, 이에 대해서는 외세의 간섭을 불허한다는 것이다. 같은 논리로서 다른 지역에서 패권을 행사하는 지역 패권국의 등장은 용납할 수 없고, 현재 예상할 수 있는 사례는 동아시아에 대한 중국의 패권이라고 본다.

또한, 미어샤이머 교수는 이 세상에서 지정학적으로 가장 불행한 2개 국가로 한국과 폴란드를 지목한 바 있다. 우리로서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또한, 그는 '중국의 부상과 대만의 미래'라는 연설의 맨 마지막에 "Good-bye Taiwan"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매우 직설적이나 핵심을 찌르는 분석이라고 본다. 우리의 처지는 정말 다를까?

지난 30여 년간 성장한 중국의 무게는 곳곳에서 느껴지고 있다. 문제는 이 중국이 동아시아의 안보 현안에 깊이 연루되어 있고 이를 공세적 외교와 실질적 무력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도 과거와 같은 수준의 패권을 갖고 있지는 않으나 동 지역에 대한 사활적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려 한다. 이는 당분간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의 구조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우리로서는 변화하는 현실에 맞게 경제, 외교, 군사적 좌표를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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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현대중국연구소장 겸 한림대만연구소장을 맡고 있고, 국방부와 해군의 자문위원이다. SSCI 등재지 The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의 3事(人事, 外事, 軍事)이다. "Sino-ROK Relations at a Crossroads" "China's Anti-Access Strategy and Regional Contingencies" 등 150여 편의 논문이 있고,<동아시아 주요 해양 분쟁과 중국의 군사력>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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