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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와 넥슨, 잘 나가는 유흥업소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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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와 넥슨, 잘 나가는 유흥업소의 공통점은?

[기자의 눈] 'M&A 귀재'의 빛과 그림자

신동주, 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다툼에서 동생이 승기를 잡았을 때, 그 이유로 '금융 경험'을 꼽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동생의 성공 방정식이 다시 동생의 발목을 잡았다. 반전에 반전, 한 편의 드라마다.

한국 롯데의 약진과 동생의 뒤집기 시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장남에게 일본 롯데를, 차남에게 한국 롯데를 맡겼다. 일본 롯데가 전체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구조이므로, 장남이 경영권을 물려받는 셈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작은 반전이 잉태됐다.

신 총괄회장은 아들들에게 후계자 수업을 시키기 전에 다른 회사에서 경험을 쌓게 했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미쯔비시 상사에서 일했다.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노무라 증권에서 일했다. 형은 실물 거래를, 동생은 금융을 익힌 것이다. 이런 차이가 평생 이어졌다.

두 형제가 각각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에 들어가 후계자 수업을 시작한 1990년, 일본과 한국 롯데의 매출은 엇비슷했다. 그런데 지금은 5:95로 한국 롯데가 훨씬 앞선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동생인 신동빈 회장은 뒤집기를 시도했다. 경영권 다툼이 시작된 것이다.

35건의 대형 M&A"공장 경험한 이사가 없다"

한국 롯데의 약진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거시 경제 상황이다. 형이 일본 롯데를 맡은 1990년대 초, 일본은 지금까지 이어지는 침체의 문턱에 서 있었다. 소비재 생산 및 서비스업을 하는 롯데가 몸집을 키우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반면, 같은 시기 한국 경제는 성장엔진이 아직 식지 않았었다. 지배구조 상 종속적인 위치에 있는 한국 롯데를 물려받은 점을, 동생은 기회로 활용했다. 첫 번째 반전이다.

한국 롯데가 성장한 두 번째 이유는 활발한 인수합병(M&A)이다.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 정책본부장을 맡은 게 지난 2004년이다. 그때부터 지난해 5월까지 35건의 인수합병을 성사시켰다. 두산주류, AK면세점, 하이마트 등이 롯데그룹에 편입됐다. 지난 2004년 기준 23조3000억 원 규모이던 그룹 매출이 지난해 84조 원으로 세 배 이상 뛰어오른 건, 신 회장이 주도한 인수합병 덕분이다.

인수합병이란 결국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쪼개고 붙여서 사고파는 일이다. 증권사 근무 경험이 있는 신 회장이 잘하는 일이다. 반면, 신격호 총괄회장은 '주식회사'라는 개념 자체를 못 받아들였다. 신동주 전 부회장 역시 금융 중시 노선을 못마땅해 한다. 그는 지난해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동빈 회장과 츠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의 경영방식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롯데는 제조업체인데, 일본 롯데에는 공장을 경험한 이사가 없다. 은행 출신이 주도하는 회사가 됐다."

주주 지지 받은 '몸집 불리기' 경영

하지만 주주들은 숫자만 본다. 인수합병으로 규모를 키운 신 회장을 지지했다. 지난해 8월,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이 이긴 것은 그 결과였다.

신 회장은 승기를 굳혔고, 활발한 인수합병 행보를 계속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삼성그룹 석유화학계열사인 삼성SDI 케미칼사업부, 삼성정밀화학 등을 인수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사업 재편을 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필요와 석유화학 사업을 계속 키우려던 신동빈 회장의 요구가 만난 결과다.

신 회장의 경영방식은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과 닮았다. 둘 다 총수 가문 안에서는 비주류였다. 그리고 미국식 경영학의 열렬한 추종자였다. 또 경영을 맡은 뒤에는,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의 간판 업종을 바꾸려 했다. 정도의 차이만 있다. 두산그룹은 식음료에서 중공업으로 완전히 전환했다. 롯데는 기존 업종을 유지하면서, 무게중심을 옮겨갔다. 방향은 화학과 유통이었다.

영국 아르테니우스 인수생산 중단, 투자금 전액 손실 처리


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에서 후계자 수업을 시작한 탓인지, 신 회장은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애정이 큰 편이라고 한다. 롯데케미칼이 오는 2020년까지 '글로벌 톱10 종합화학 기업'이 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차근차근 올라가기엔 까마득한 목표다. 인수합병이 답이었다. 호남석유화학은 현대석유화학 2단지(롯데대산유화)와 KP케미칼을 흡수합병 했다. 그리고 2012년, 롯데케미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이어 중국 사업을 시작했고, 영국 기업 아르테니우스, 말레이시아 기업 타이탄케미칼 등을 인수했다. 경제지들은 신 회장을 가리켜 'M&A의 귀재'라며 찬사를 보냈다.

이 대목에서 새로운 반전이 있었다. 이번엔 신 회장에게 불리한 방향이다. 아르테니우스는 PTA 생산업체인데, 2013년부터 대규모 적자를 냈다. PTA(고순도 테레프탈산)란, 원유에서 나온 성분으로 만든 하얀 가루다. 폴리에스테르 섬유, 페트병, 필름, 도료 등의 재료로 쓰인다. 석유화학 업계에서 대표적인 공급 과잉 품목이다. 결국 롯데케미칼은 PTA 생산을 중단하고, 투자금 1388억 원을 전액 손실처리 했다.

중국 사업 환경 악화, 그래도 직진

신동빈 회장이 직접 지휘한 중국 사업 역시 늪에 빠졌다. 롯데케미칼이 중국에 세운 공장 7곳 가운데 5곳이 적자다.

외부 환경도 나빠졌다. 지난 2014년부터 석유 가격이 확 떨어졌다. 그러니까 판매량이 늘어도, 전체 매출은 떨어졌다. 신 회장은 한국의 산업화가 일본보다 늦게 시작됐다는 외부 조건의 덕을 봤다. 하지만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로 인한 저유가 시대 진입이라는, 다른 외부 조건 때문에 타격을 입었다.

그럼에도 신 회장은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앞서 설명했듯, 지난해에는 삼성의 화학계열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그리고 지난 3일, 미국 화학 기업인 액시올 인수전 참여를 선언했다. 성공하면 '글로벌 톱12'가 된다. '글로벌 톱10'이라는 목표에 바짝 다가서는 것이다.

'글로벌 톱12'?신동주의 폭로, 검찰 수사릎 꺾인 신동빈


하지만 여기서 무릎이 꺾였다. 검찰이 지난 10일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에 나섰고, 롯데는 일주일 만에 액시올 인수 철회를 선언했다.

반전의 계기는, 신동빈 회장이 주도한 중국 사업에 숨어 있었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 당시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의 중국 사업 실적이 조작됐다고 폭로했다. 실적 조작은 곧 분식회계를 뜻한다. 이는 다시 장부 외 자금, 즉 비자금이 있을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마침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을 고소하면서, 검찰은 롯데그룹의 회계 분식 여부를 살필 기회를 얻었다. 그 결과가 이번 수사다.

검찰은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롯데케미칼이 큰 역할을 했으리라고 본다. 제조업체가 해외법인과 원료 및 반제품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만드는 건 흔한 방식이다. 게다가 신동빈 회장의 바로 옆에서 인수합병 작업을 주도했던 황각규 롯데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역시 롯데케미칼 출신이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신 회장의 가신이 된 그는,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를 자세히 꿰고 있다고 한다. 롯데케미칼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면, 황 사장은 수사의 중심에 서게 된다. 황 사장이 입을 열면, 신 회장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옛 한국처럼 역동적인 중국?천문학적 투자 손실과 비자금 의혹


중국 사업에 숨어 있는 뇌관은 또 있다. 신 회장이 무게중심을 둔 나머지 한 축, 바로 유통이다. 롯데쇼핑은 지난 2008년부터 중국 유통 업체를 대대적으로 인수했다. 중국에 65개 마트를 가진 '타임스', 홈쇼핑 업체 '러키파이'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미국, 영국 등에서 공부하고 일했던 신 회장이 1990년에 만난 한국은 기회의 땅이었다. 선진국에 비해 기술 수준이 낮고 제도가 불안정하지만, 성장 흐름은 역동적이었다. 그 흐름을 타고 신 회장은 한국 롯데를 키웠고, 경영권 다툼에서 뒤집기를 시도했다. 이런 성공 경험을 지닌 그가 보기에 2000년대 중반의 중국은 새로운 기회의 땅이었을 수 있다. 과거의 한국처럼 역동적인 시장이다.

하지만 중국 기업 인수 비용이 너무 높았다. 기업은 공산품이 아니므로, 정해진 가격이 없다. 그래도 인수한 가격이 상식 수준보다 너무 높거나 낮으면 이상한 일이다. 왜 그랬을까.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검찰은 다른 가능성에 주목한다. 적정가격과의 차액 가운데 일부가 총수 일가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다.

또 롯데쇼핑의 중국 투자 실패 규모 역시 알려진 것보다 크다는 지적이 있다. 지금 알려진 건 1조 원대인데, 실제 손실 규모는 세 배에 가까운 3조 원대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난해 폭로와 맞물린 내용이다. 천문학적 손실 금액 가운데 일부는 비자금으로 빼돌려졌을 가능성이 있다.

인수합병, 양날의 칼롯데, 두산, STX, 현대, 동부, 웅진 등의 공통점


신동빈 회장의 활발한 인수합병은 양날의 칼이었다. 매출 규모를 비약적으로 늘려서, 차남의 경영권 승계 명분을 만들었다. 형과 아버지를 베었던 칼날은, 이제 자신에게 돌아왔다. 무리한 몸집 불리기 과정에서 잉태된 부실과 비리가 터지고 있다.

무리하게 몸집을 불리려는 시도 자체가 경제 흐름과 맞지 않는 일이었다. 저성장 시대의 대세는 축소 경영이다. 국내 1위 재벌인 삼성은 오히려 규모를 줄이고 있다.

인수합병으로 재계 서열을 끌어올리려던 중견 재벌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롯데가 지금 실패 문턱에 서 있다. 롯데와 비슷한 노선을 따랐던 두산이 미국 기업 밥캣 인수 이후 늪에 빠졌다.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도 그렇다. 지난 2007년 유럽 최대 조선사인 야커야즈를 인수했다. 당시 국내 언론은 대대적인 찬사를 보냈지만, STX는 그 뒤로 빠르게 쇠락했다. 현대, 동부, 웅진 등 비슷한 사례가 많다. 모두 무리한 인수합병 후유증으로 그룹이 해체됐거나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M&A 귀재'의 짧은 영광, 긴 침체

롯데 사태는 재무적 관점으로만 기업을 쪼개고 합쳐서 사고팔았던 관행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인수합병으로 규모를 키워서 성공한 사례는 점점 드물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직원을 줄이고 기존 사업 부문을 팔아넘기기만 하는 이재용식 '축소경영'을 옹호할 수도 없다. 거리로 쫓겨난 이들은 누가 책임지나.

새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성공방정식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분명한 건, 과거의 성공방정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롯데, 두산, STX 등의 총수는 모두 'M&A의 귀재'라는 찬사를 받았었다. 하지만 짧은 영광 뒤에 남은 건 긴 침체였다.

롯데 판박이 넥슨

한 가지 더.
기업이란, 애초 가격을 매기기 힘든 대상이다. 그래도 굳이 가격을 매겨서 사고판다. 갈등이 필연이다. 숱한 직원이 평생을 보낸 일터의 가치가 고작 돈 몇 푼이라니, 누가 동의하겠나. 갈등을 무마하려면, 아니 찍어 누르려면, 권력의 뒷배가 있어야 한다. 롯데처럼 활발한 인수합병을 벌인 기업에 대해 '정경유착' 논란이 이는 건, 그래서 자연스럽다. 해외 기업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인수한 뒤 차액을 비자금으로 빼돌렸다는 의혹 역시 마찬가지다. 권력이 공짜로 뒤를 봐줬을 리는 없으니까.

롯데 사태와 정확히 겹치는 게 넥슨과 진경준 검사장의 관계다. 넥슨 역시 롯데처럼 인수합병으로 성장했다. 본사를 일본에 둔 점도 닮았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다양한 잡음이 일었던 점도 같다. 다만 규모가 작은 넥슨은 검사장을 뒷배로 삼았다는 의혹이 인다. 규모가 큰 롯데는 이명박 정권을 뒷배로 삼았다는 말이 나온다.

낡은 성공방정식, 언제 잘라낼까

한국에선 역사가 긴 재벌, 정보기술(IT) 벤처기업, 심지어 유흥업소까지 성공방정식이 똑같았다. 권력에게 보호세를 상납한다. 대상이 정권실세인지, 검사인지, 조직폭력배인지, 하는 차이만 있다. 내실을 다지기보다 외형을 키워야 이긴다는 믿음도 똑같다. 검찰이 뽑은 칼이 롯데의 뒤를 봐준 옛 권력은 찌를 모양이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이 충실히 따랐던 과거의 성공방정식까지 잘라낼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안타깝다. 한국 기업 대부분은 여전히 롯데, 넥슨, 혹은 유흥업소와 닮은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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