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14명을 포함해 27명의 피해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세퓨'에 함유된 독성 화학물질이 덴마크에서 정식 수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국에 수출한 적 없다"던 덴마크 케톡스사 전 대표 담 가드(Dam Gaard)씨의 해명과 배치되는 것이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최근 세관 자료를 통해 세퓨 제조사인 '버터플라이이펙트'가 독성 원료인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케톡스에서 대량 수입한 사실을 파악했다.
버터플라이이펙트는 2009년 9월 128㎏, 그해 12월 106㎏, 이듬해 8월 450㎏ 등 총 684㎏을 수입했다. 당시 케톡스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PGH를 생산·공급하던 업체였다.
회사 대표 오모씨는 2009년 말 이 화학물질을 물에 희석하는 방법으로 세퓨를 직접 제조해 시장에내놨다.
애초 이 물질은 오씨의 동업자가 컴퓨터기기 살균 스프레이용으로 수입한 것인데 오씨가 수입물량가운데 일부를 빼돌려 가습기 살균제 첨가물로 썼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러한 세관 자료에 적시된 수입 통계는 덴마크 케톡스의 주장을 뒤집는 것이다.
담 가드 케톡스 전 대표는 최근 덴마크 현지에서 만난 국내 환경단체 관계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PGH를 수출한 적이 없다.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첨부해 40ℓ 이하의 소량 샘플만 보냈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케톡스에서 왜 샘플만 보냈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케톡스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고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의도적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달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버터플라이이펙트가 PGH와 함께 섞은 또 다른 독성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중국에서수입했을 것이라는 담 가드씨의 발언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해당 물질이 SK케미칼이 제조한 '스카이바이오1125'라고 밝혔다. 옥시레킷벤키저(옥시)나 롯데마트·홈플러스가 사용한 PHMG와 같은 것이다. 오씨는 이를 서울 송파구의 한 도매상에서 구입했다. 구매량은 2011년에만 80㎏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세금계산서 없이 '야매'로 사들였다는 오씨 진술로 미뤄 실제 구입량은 그 이상일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오씨는 2010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6개월 남짓한 기간 PGH와 PHMG를 1대 3의 비율로 섞어 제품을 제조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세퓨는 PGH 농도가 인체 무해 수준보다 160배,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옥시 제품보다도 4배 더 강한 '죽음의 살균제'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