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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러시아는 중국에 첨단 전투기를 공급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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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러시아는 중국에 첨단 전투기를 공급했나?

[김태호의 중국 군사 세계] 중국군 내 러시아 첨단 무기 ②

1989년 5월, 고르바쵸프 서기장의 중국 방문으로 인해 중-소 관계 정상화가 이루어졌고 양국은 군사 협력을 포함한 전반적인 관계 개선을 시작했다. 양국 간 군사 협력은 1) 중-소/러 군사적 신뢰 구축 및 국경 병력 감축, 2) 양국군 간 장기적 협력 체제 구축, 3) 무기 이전 및 방산 협력의 3개 분야에서 이뤄졌는데, 본 연재의 초점은 무기 이전 및 방산 협력에 관한 것이다.

국제 정치학의 관점에서 볼 때, 중-소 간 군사 협력은 상당히 놀라운 현상이었다. 냉전 기간 중 중-소 분쟁은 국제 체제의 일부분이었고 갈등 관계에 있는 대국이 짧은 시간 내에 협력, 그것도 군사 협력으로 전환된 것은 아주 드문 사례였기 때문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자국의 최첨단 전력을 타국의 공급에 의존한다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었다. 또 소련이 군사 선진국으로서 최첨단 무기와 기술이 아닌 구형 무기만 이전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했다.

러시아 공중 무기 및 기술 도입의 배경

소련(1992년 이후는 러시아)의 경우 중국에 대한 무기 및 기술 제공이 향후 양국 관계가 다시 악화될 경우, 자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가능성을 가장 경계했으며 이 같은 우려는 현재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부정적 요인의 상존 및 1990년대 초 양국의 급격한 국내외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군사 관계를 확대해오고 있으며 무기 이전 및 군사 기술의 범위와 수준도 점진적으로 제고되고 있다.

양국 정상 및 국방, 외교 장관 간의 상호 방문, 그리고 양국군 간의 신뢰 구축은 중국의 러시아 무기 및 군사 기술 획득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는데, 1990년 6월 류화칭(劉華淸) 당 중앙군위 부주석의 소련 방문은 그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중국의 첨단 군사 기술 획득 필요성 및 러시아 방산 업체의 자원 조달 필요성은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1990년대 초 이후 현재까지 중국은 러시아 공중 무기 및 기술, 특히 첨단 전투기의 획득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현대전에서의 제공권의 중요성, 공군의 기술 집약성, 그리고 중국의 군사전략적 요구(예, 유한국부전쟁)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공군기 생산 능력이 서방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낙후되어 있고, 현재까지도 첨단 전투기의 자체 생산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중국은 전통적으로 전투기 생산에 있어서 엔진, 설계, 항법 장치(avionics) 등의 3개 분야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설계 및 항법 장치의 기술력은 많이 발전시켰으며 엔진 분야는 아직 자체 개발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산 개발품인 WS-10 엔진이 있으나 저출력이고, 이는 설계 심지어는 임무의 조정을 낳게 된다. 따라서 중국이 자체적으로 첨단 전투기를 제작할 수 없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러시아제 전투기 엔진을 지속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로부터 도입한 공중 무기 내역

주요 공군기의 획득 상황을 살펴보면, 중국은 1992~1993년에 수호이(Sukhoi, Su)-27기 26대를 도입한 이후, 1995년 5월에는 2차분 24~26대의 구매에 합의한 바 있다. 당시 2차분의 인도는 상당히 지연되었는데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기술 이전 문제로서 러시아 측은 2차분에는 Su-27기의 개량형인 Su-35기(수퍼 플랭커)의 최첨단 기술 및 장비(예, 가변형 추력 엔진, 후방 레이더, 공대공 미사일, FBW(Fly-By-Wire, 비행 조종 장치))의 일부가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 측의 Su-27기 총 구매량인 50~52대로는 기술 이전이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둘째 이유는 가격 결산 문제로서 중국 측은 1차분 구매 시 총 대금의 35%만 경화로 결제했으나 러시아 측은 상기의 첨단 기술을 이유로 들어 총 대금의 70% 이상의 경화 결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다만, 러시아 경제 상황의 급변으로 인해 경화 결제가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식료품 가격의 급등으로 인해 어떤 경우는 경화보다 식료품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93년에 중국은 구형 폭격기/수송기인 일류신(Ilyushin, Il)-28기(중국명 H-5기)를 수많은 과일 통조림과 물물 교환한 바 있는데, 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당시 러시아의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바람에 러시아 정부는 요새 말로 '대박'이 났다.

또 위에서 언급한 가변형 추력 엔진은 thrust-vectored engine을 의미하는데, 전투기 후미의 엔진 2개가 상하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이는 이륙시 엔진의 파워가 보다 넓은 지면에 전달되는 효과가 있고, 공중전 시 다른 전투기에 비해 예각(銳角)을 만들어 아군 쪽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이외에도 러시아인들의 군사적 창의성의 예는 많다.

또 중국 측은 Su-27기 1차분 구매 시 예비용으로 Saturn AL-31F 터보팬 엔진 40개, 공대공 미사일인 R-60(AA-8 Aphid) 96발, R-27ER(AA-10 Alamo) 144발, 수량 미상의 R-73(AA-11 Archer), 그리고 시뮬레이터 1대를 도입한 바 있다. 러시아제 전투기 및 공대공 미사일 이외에도 중국은 Il-76 군수송기 10대를 군 병력 수송 및 공중 조기 경보 체계용으로 도입했고, Mi-17 (Hip) 헬기 24대를 도입했다.

▲ 수호이-27기의 훈련용인 Su-27UBK. ⓒ김태호

위에서 R-60(AA-8 Aphid)이라고 한 개의 무기 체계를 세 가지 이름으로 썼는데 이는 순서대로 "러시아명, 미국명, 나토명"이다. 이는 무기 체계 이름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함이며, 중국명은 따로 있다. 또 상기 내역은 1990년대 후반까지 유엔 무기 이전 등록부(UN Arms Register)에 러시아는 공급국, 중국은 수입국으로서 신고한 내용이다. 이외에도 당시 필자가 모스크바 및 다른 도시에서 관련자들과의 토론을 거쳐 재확인한 내용이다.

적어도 중국 측은 수호이 전투기의 도입에 전체적으로 만족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1) 현재까지 전투기는 수호이 계열만을 도입한 점, 2) 1996년 러시아로부터 수호이-27기 면허 생산권(license production)을 취득한 점, 3) 1990년대 말에는 개량형인 Su-30MKK기, 해상형인 Su-MK2기를 도입한 점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중 중국이 취득한 Su-27기 면허 생산권은 당시 약 2000만 달러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선양(沈陽)에서 200대를 생산하기로 하고 러시아 측이 생산 라인, 부품 조립, 품질 관리 등을 보장하는 조건이었다. 중국 내에서 제작된 Su-27기는 J-11기로 불리는데, 중국 측은 총 200대 중 105대만을 생산했고, 동 기종이 이미 노후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Su-35의 기술 이전을 요구했으나 러시아는 이를 거부했다. 러시아 측은 중국이 면허 생산분 외에 추가로 J-11기를 생산했고 이는 계약 위반이라고 강력히 항의한 바 있다.

동 사례는 중-러 간 군사 협력 및 무기 이전에 큰 문제로 작용하는데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양국 간 무기/기술 이전 수준과 범위가 확대되는 과정에서도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 중국은 군 현대화의 수준과 속도를 제고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와는 매우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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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현대중국연구소장 겸 한림대만연구소장을 맡고 있고, 국방부와 해군의 자문위원이다. SSCI 등재지 The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의 3事(人事, 外事, 軍事)이다. "Sino-ROK Relations at a Crossroads" "China's Anti-Access Strategy and Regional Contingencies" 등 150여 편의 논문이 있고,<동아시아 주요 해양 분쟁과 중국의 군사력>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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