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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샌더스, 트럼프, 크루즈의 공통점은?

[해외 시각] "돌풍 3인방의 힘은 백인 유권자의 정치적 반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정치 논객들이 보수와 진보를 가릴 것 없이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전혀 가늠조차 못하고 분석과 전망을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중반전을 넘어서면서 이제는 정치 논객도 감을 잡을 때도 됐을 것 같은데, 아직도 헤매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 26일 민주당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후보가 워싱턴 주, 알래스카 주, 하와이 주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따돌리자 정치 논객들은 또다시 충격을 받았다.


역시 뒷북이지만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27일(현지 시각) "샌더스의 압승은 미국 정치 지형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기존 정치판의 진보, 보수의 표 대결 차원을 넘어선 변화에 주목한 분석을 내놓았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 (☞관련 기사 : Sanders wins reveal how this election is changing American politics)

버니 샌더스가 지난 26일 3연속 압승을 거두면서 이번 경선이 도대체 언제 끝날지 언론들이 물어봐야할 지경이다. 2016년 대선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샌더스 후보가 워싱턴, 하와이 그리고 알래스카에서 압승을 거두리라는 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에서 가장 많은 대의원을 확보하면서 질주하리라는 것도 예상 밖의 일이었다. (☞관련 기사 : 샌더스, 힐러리에 압승…'힐러리 대세론' 주춤?)


▲ 지난 26일 워싱턴 주 등 3곳에서 버니 샌더스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에게 압승을 거두자 미국 정치권이 다시 한 번 놀라고 있다. ⓒAP=연합뉴스

정책 전혀 다른 후보들, 지지 기반은 같다?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은 여전히 산술적으로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클린턴이 샌더스에게 3연속 참패를 당한 것을 보면, 파죽지세로 결승선을 향해 달리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게 됐다.

2016년 대선은 지금의 정치판에 최소한 수십 년 동안 겪지 못했던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샌더스, 트럼프, 그리고 테드 크루즈의 돌풍은 미국 정치가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한다.

지금의 상황을 1964년 공화당이 배리 골드워터를 대선 후보로 지명한 사례에 비유할 수 있을까? 정당들은 지지기반의 포로가 되어, 골드워터처럼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없는 이데올로그를 뽑을 때가 있다.

하지만 지금 양당 모두 같은 대선에서 동시에 골드워터 같은 후보를 뽑으려고 하는 것인가? 더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 작동하고 있다는 징후들이 있다. 샌더스와 트럼프의 정책은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두 후보는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기반 위에 서있다. 바로 백인 유권자들이다.

그들은 미국의 정치가 엘리트들에 포획되었다고 느끼고 있다. 그들의 좌절감은 정치적으로 극도로 분열된 정당들의 체제에서 해소될 수준이 아니다. 유권자들에게 단골로 제시되는 공약은 경제 살리기다. 하지만 경제가 나아져도 일상을 사는 미국인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미국 정치판이 내놓은 정책들은 중산층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유권자들에 대한 정당의 영향력은 약해지고 있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들로 유권자들은 각자의 생각을 형성하고 있다.

야당 반대 극심한 정책들, 실행 능력은?


이에 따라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과정은 그가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는 문제들을 부각시키는 과정이 되고 있다. 샌더스, 트럼프, 그리고 크루즈에게 이런 과제는 손쉬울 것이다.

기성 체제에 반기를 든 후보 3인방은 자신이 집권할 경우 야당이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정책들을 어떻게 시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사업가적인 '협상의 기술'을 확신한다. 샌더스는 미국 정치판을 뒤바꿀 진보 진영의 힘이 발휘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1968년 이후 미국 정치판의 분열은 기본이 되어왔다. 미국은 일당 독재 체제에서나 정책 실행이 가능한 억눌린 문제들을 갖고 있다. 크루즈나 샌더스가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겠지만, 미국은 일당 독재 체제에 가까워지는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이번 대선의 특이한 현상은 양당 모두를 관통하는 뚜렷한 세력이 만들어 내고 있다. 바로 백인 유권자들이다.

지난 몇 달에 걸친 여론은 거의 변함없이 샌더스, 트럼프, 그리고 크루즈 3인방이 '백인 아메리카'가 선호하는 후보들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들의 정치 지향은 보수에서 진보에 걸쳐있지만, 정치 엘리트를 거부한다는 의지는 동일하다.

이 점이 트럼프가 확고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한 이유이기도 하다. 기득권 체제에 반대하는 그의 메시지는 2012년 대선에 투표를 거부했던 백인 유권자들 수백만 명을 끌어들였다.

또한 이 점이 샌더스가 지난 26일 힐러리 클린턴에게 참패를 안겨준 큰 이유가 되고 있다.

민주당 경선, 흑인 유권자 비율이 승패 좌우?


<워싱턴포스트>의 필립 범프 기자는 이렇게 분석한다.

"민주당 경선에서 흑인 유권자의 비율과 경선 결과에는 분명한 연관이 있다. 하와이에서 흑인 비율은 3%다. 알래스카와 워싱턴 주는 4% 정도가 흑인이다. 민주당원인 흑인 유권자 비율이 7% 이하인 주에서 클린턴은 평균 30%포인트 차이로 졌다. 흑인 유권자 비율이 7%가 넘는 곳에서 힐러리는 26%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이런 방식으로 특히 트럼프와 샌더스는 일당 독재가 가능한 사회와는 다른 방향으로 정치판을 재규정하는 새로운 강력한 유권자 집단을 만들어내고 있다.

<네이션>의 윌리엄 그리더 기자는 "트럼프와 샌더스는 서로 매우 다른 방식으로 기존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천박하고 교착상태에 빠진 양당 정치와 비교할 때 밝은 빛을 비추고 있다. 트럼프와 샌더스는 각자, 또는 함께 유권자 집단과 신념을 재구성하고 각 당 또는 양당의 지향점과 성격을 뒤바꿔서, 양당정치로 규정된 정치판을 변화시킬 상당한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썼다.

그는 "2016년 대선에 던져진 가장 큰 질문은 어느 정당이건 분열의 골을 이어주는 다리를 놓고, 불만에 가득찬 노동자 계층을 끌어안는 과제를 시작할 수 있느냐"라고 덧붙였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의 힌트는 대선이 기존 정치에 대한 반동이 판을 흔들었던 가장 최근의 대선에서 찾을 수 있다. 1990년 초 경기 침체 뒤에 로스 페로 후보는 유권자들의 불만을 등에 업고 1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1912년 이래 제3당 후보가 거둔 최고의 성적이었다.

페로가 집중한 연방 재정 적자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한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많은 민주당원들이 "너무 오른쪽으로 갔다"는 말을 할 정도로 균형 재정에 신경을 썼다. 클린턴의 재선 임기가 끝날 무렵, 미국은 미국 역사상 가장 장기에 걸친 경제 확장 속에 재정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일부 논객들은 클린턴 집권기의 경제 호황의 씨앗은 1990년에 심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많은 공화당원들이 "너무 왼쪽으로 갔다"고 말할 정도로 민주당이 지배한 의회를 통해 세수를 늘리는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그는 "새로운 세금은 없다"는 자신의 공약을 깼다. 이 공약 파기는 그에게 재선에 실패하는 대가를 안겨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브루스 바틀렛 교수는 지난 2011년 <피스컬타임스> 기고문에서 "이런 결단은 1992년 GDP의 4.7%에 달했던 재정 적자가 1997년 균형 재정을 달성하는 수준으로 개선되고, 1998년에서 2001년 사이에 재정흑자를 기록하게 된 업적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할 만하다"고 썼다.

바틀렛 교수는 "이 결단이 남긴 유산은 재정 적자 축소를 위해 민주당과 협력하자는 아이디어는 모든 공화당원들에게 버림받는 제안이 되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부시 전 대통령의 결단에서 보다 바람직한 유산을 끌어내보자면, 향후 선거의 판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한 현안에 정치권이 협력한다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증거가 되는 사례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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