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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한테 매 맞는 교사? 매질하는 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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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한테 매 맞는 교사? 매질하는 건 정부"

'빗자루 교사 폭행 사건' 다시 들여다보기

빗자루로 때리고 욕하고…교사 폭행한 고등학생들
경기도 이천 기간제 교사폭행 영상 일파만파 "매 맞는 교사라니…"

지난 세밑, '충격 동영상' 하나가 인터넷을 뒤흔들었다. 경기도 이천의 한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학생이 교사를 빗자루로 때리고 욕설하는 장면이 담긴 이른바 '빗자루 교사 폭행 사건' 영상이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이 영상은 일파만파로 퍼지며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다. 언론은 기사에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분노를 더욱 증폭시켰다.

해가 넘어가기 전, 국회는 기다렸다는 듯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 이른바 '교권보호법'을 처리했다. 2년 넘게 묵혀있던 이 법안은 단숨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많은 언론은 이를 반기며 '교권 강화'를 웅변했다.

논란이 커지는 사이, '학생 인권 조례 폐기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학생 인권 조례가 학생들의 방종을 부추겼다는 논리다. 공분의 대상은 어느새 '하극상 학생'에서 '학생 인권 옹호론자'로 서서히 옮아가는 상황.

교권을 강화하고, 학생 인권 조례를 폐기하면 '매 맞는 교사', '하극상 학생'이 사라질까? 교육 전문가들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고 말한다. 경쟁과 차별이 주가 된 공교육 시스템 전반을 바꾸지 않는 한 이런 일은 앞으로도 비일비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SBS 영상 갈무리

"학교는 죽음의 감옥…교사와 학생은 간수와 죄수"

교육 전문가들과 현장 교사들은 이번 사건이 우리나라 공교육 시스템이 붕괴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말한다.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지금의 학교를 '입시 감옥'에 비유했다. "교사는 간수, 학생은 죄수인 셈인데, 감옥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간수는 죄수를 험하게 할 수밖에 없고 죄수는 간수에게 분노를 드러내기 마련"이라며 "불합리한 교육 제도 속에서 학생과 교사는 비정상적인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교사와 학생 모두 입시 경쟁 시스템 속에서 억압받는 피해자인 셈이다.

이어 "일각에서 진보 교육감들이 너무 학생 인권 중심 정책을 펴서 교권이 침해당했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그는 "학교가 죽음의 논리가 판을 치는 감옥이 아닌 인권이 넘쳐나는 민주주의 학습장이 된다면, 교권을 포함한 모든 교육 주체가 행복할 것"이라고 했다.

이천 시내 한 고교에서 근무하는 김모 교사는 이번 사건이 비평준화 지역 학교에서 일어난 사실에 주목했다. 해당 학교인 이천 A고교는 지역에서 지명도가 비교적 낮다는 후문이다.

"이미 입학 때부터 패배주의에 휩싸여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에게는 내재된 분노가 있고, 이런 아이들을 잘 독려해서 가르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A고뿐 아니라 비슷한 전국의 모든 학교의 교사들이 겪는 문제"라고 했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제대로 된 인성을 갖추지 못하는 배경에는 좋은 대학에 가야만 대우하고 그렇지 않으면 차별하는 서열주의 교육이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

"지난 10년 동안 교사들 욕보인 건 정부와 교육부"

이들은 '교권'에 대한 정의도 재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을 체벌할 권리, 강제로 제압할 수 있는 권리 혹은 권력이 아닌, 자율적인 교육 주체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진정한 교권이라는 설명이다. 그런 점에서 교권 추락을 야기한, 공분의 대상은 따로 있다고 했다. 바로 정부다.

송 대변인은 "아이들 눈에 비치는 교사들이란 교장 명령에 복종하거나, 사회에서 온갖 문제를 일으키는 집단이기 때문에 교사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져 버렸다"며 "지난 10여 년간 이렇게 교사를 욕보인 것은 정부와 교육부"라고 비판했다.

조영선 전교조 학생인권국장은 "교권의 핵심이 '교육과정 편성권'과 '평가권'에 있다"며 "그런데 국정 교과서와 같은 중요한 교육 정책 사안에서 교사들의 목소리가 반영이 안 된다. 오히려 집단 서명을 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하는 등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들은 "교사가 소신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원 정책을 세우는 것이야말로 교권을 신장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며 거리 행진을 벌이는 교사들. ⓒ프레시안(서어리)

"학교가 기간제 교사 차별하니 학생도 무시"

조 국장은 해당 교사가 '기간제 교사'라는 점도 지적했다. 학교 내 비정규직 교사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학생들한테도 옮아간 것이란 설명이다.

기간제 교사는 경력 및 호봉 인정 등 법적으로는 정규직 교사와 비슷한 대우를 보장 받는다. 그러나 학교에서 직접 고용하는 데다 1년마다 계약 갱신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고용주인 학교장이 무리한 업무 지시를 내린다 하더라도 이에 저항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조 국장은 "여전히 교장‧교감에게 명절 선물을 보내는 관행이 있고, 수업이나 다른 업무 분담을 할 때 어려운 일을 기간제 교사가 맡는 게 너무나 당연시돼있다"며 "이런 모습들이 학생들 눈에도 다 보인다"이라고 했다.

이어 "학생들 입장에서는 언제 떠날지 모르고, 그래서 존중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에 기간제 교사에게 더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간제 교사의 불안정한 지위가 결국 학생들의 공격으로부터도 방어하지 못하게 하게 만든 것"이라고 했다. 학교가 사건 발생 5일 후에야 인지한 점 역시 해당 교사가 향후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해 문제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조 국장은 "학교 폭력 사건의 경우도 학생들이 인정 욕구를 충족할 방법이 없을 때 약한 학생들을 제물 삼는 상황이 많은데, 이번 사건의 경우 '약자가 된 교사'가 타깃이 된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 건물 전경. ⓒ연합뉴스

"교권보호법, 교육 대신 법만 강조… 폭력은 그대로"

이번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큰 만큼, 교권 강화 방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는 지난달 31일 교권 침해 사례를 막겠다며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건이 대중에 알려진 지 불과 이틀만의 속행이었다.

··고교에서 학생 등이 교원을 폭행·모욕하는 등 교육 활동을 침해하면 교장이 교원 보호 조치를 한 뒤 교육감, 교육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즉 사후 보고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또, 교장은 교권 침해 사례를 축소하거나 은폐해선 안 되고 당국은 이를 근거로 학교 업무평가 시 불이익을 줄 수 없다. 또, 피해 교원을 치료할 전문인력 등 갖춰진 곳을 교원치유센터로 지정해 운영비용을 지원하게 되며 가해 학생은 특별 교육과 심리 치료를 받게 된다.

지난 2013년 정부 입법에 앞서 이같은 방안을 제안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법안 통과 당일인 31일 보도자료를 내 "추락된 교원 사기 및 자긍심 회복을 통해 더욱 제자 사랑과 교육에 매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하는 한편, △문제 학생에 대한 교사의 직·간접적 지도 권한 강화, △민·형사상 소송 제기에 대한 지원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해당 법안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한편, 교총의 후속 제안이 비교육적 방향이라고 비판한다.

2013년 교권보호법 입안과 아울러 각 학교에 설치된 '교권보호위원회'는 도리어 교사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평이다.

조 국장은 "폭행을 당한 교사가 교권보호위원회에 제소하면 해당 학생을 징계에 이르게 할 수는 있겠지만, 그와 동시에 사제 관계에서 교사의 권위는 오히려 무너지게 된다. 어떤 교사가 자기 권위를 포기하고 위원회의 보호를 받고 싶겠느냐"고 했다.

송 대변인은 "사후 보고, 처벌 강화 등의 방안은 오히려 은밀한 형태의 다른 폭력을 양산하는 풍선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학생 간 폭력이든 학생과 교사 간 폭력 문제든 법을 강조한다면 진정한 참회 대신 당사자 간 법적 다툼만 남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교권 침해도 학교 폭력과 같은 맥락에서, 사후 조치를 고민할 게 아니라 왜 교권 침해가 발생하는지 근본 원인을 짚어야 한 살펴야 한다"며 "결국 학교 구성원의 인권을 중시하는 인권 친화적인 공동체를 만들어 교육의 논리로 폭력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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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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