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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하듯 병 치료하기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왼손은 거들 뿐

"1년쯤 전에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측만증이 있다고 해서 3개월 정도 교정을 받았어요. 그러고는 한동안 괜찮았는데 요즘 다시 아프네요."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어요. 약이나 식품 먹으면서 10킬로그램 넘게 빼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 그런데 몇 달 지나면 도로 마찬가지더라고요. 이제는 포기했어요. 그냥 이렇게 살래요."

"저 한 사람을 두고 정말 여러 전문가가 함께 치료했어요. 프로그램도 확실하고, 시설이나 장비도 최고였어요. 물론 비용도 만만치 않았죠. 그래도 거기가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교수님도 바뀌어서 재발해도 다시 가진 않지만, 이전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병의 역사를 듣다 보면 과거에 같거나 혹은 비슷한 병의 치료를 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감기나 어깨 뭉침처럼 살면서 수시로 겪게 되는 증상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 싶은데, 꽤 중한 병으로 인해 상당한 치료를(시간과 비용 그리고 일정한 고통까지 수반한) 받아 건강을 회복한 경우에도 같은 병이 반복된다면 생각해 볼 문제이지요.

이런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먼저 치료를 받아 증상이 개선되면 병이 다 낫고 몸도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저는 "치료는 집에 난 불을 끈 것이지 새집으로 만들어준 것은 아니고, 없던 병도 생겼는데 한 번 생겼던 병은 더 생기기 쉽다"고 말씀드리지요.

다음으로 특별한 치료를 받으면 뭔가 특별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특별해지지 않으면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치료법의 포장을 잘 벗겨보고, 알맹이가 어떤지를 살펴보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나아가 치료 자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이 있습니다. 문제가 생길 때 어떻게 하면 이를 없앨까만 고심하다 보니, '이걸 해결하면 저게 문제고 또 다음에는…' 하는 식으로 생각이 진행됩니다. 그러다 보면 치료는 계속 받는데, 아픈 곳은 점점 많아지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먹어야 할 약도 점점 늘어나지요. 이 과정에서 몸도 마음도 점차 지쳐, 나중에는 웬만한 치료로는 몸이 꿈쩍도 하지 않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분일수록 세상 어디엔가 자신의 병을 한 번에 해결할 열쇠가 있으리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때론 치료보다 환상(어쩌면 제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을 지우는 데 애를 먹기도 하지요.

눈치채셨을 수도 있겠지만, 이 모든 경우의 공통점은 내가 변화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내가 몸과 마음을 써 온 습관으로 인해 병이 생겼는데, 그것을 걷어내기만 했지 바탕은 변하지 않은 거지요. 그러다 보니 아무리 좋은 치료를 받았다 한들 삶이 계속되는 한 언젠가 재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치료가 강력할수록 병이 재발할 확률이 커집니다. 병을 통해 몸과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은 갖지 않고 빠르게 불편함만 없애다 보니, 이전과 같은 생활로 더 빨리 돌아가게 되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또 병이 생깁니다. 더구나 많은 사람은 스스로 뭘 하지 않아도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편한 맛에 길들기 쉽지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치료란 드러난 증상의 개선과 함께 환자가 자신을 다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설사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그 병의 원인을 환자가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에 이르게 된 몸과 마음의 습관을 바꿔나가는 것이지요. 처음에는 치료의 역할이 크겠지만, 환자가 바뀌어 감에 따라 점점 치료는 줄어들고 삶의 영역이 커져야 합니다. 그래야 병의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한 증상의 개선에 그치지 않고 환자의 건강을 좋게 유지하는 데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한때 저를 농구에 푹 빠지게 했던 <슬램덩크>(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대원씨아이 펴냄)란 만화에서 슛을 잘하는 요령을 가르칠 때 "왼손은 거들뿐"이라는 말을 합니다. 좋은 슛을 위해 왼손의 역할은 분명 중요합니다. 공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받쳐주고, 방향을 잘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적으나마 공이 날아가는 데 힘을 보태지요. 병을 치유하고 건강을 좋게 유지하는 데 있어서 치료는 슛할 때의 왼손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의 발생과 그 치유 과정의 본질은 나에게 있습니다. 오른손의 역할까지 치료에 의존하게 되면(이게 편해! 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어느 때고 결국 스스로 슛을 던질 수 없는 날이 올 것입니다.

"왼손은 거들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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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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