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위해 어린이도서관, 청소년 위해 밥집
'함께'는 협동조합 희망밥집이 운영하는 식당의 이름이다. 식당은 66제곱미터(㎡), 약 20평 규모로 18~19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는 아담한 공간이다. 밥집 공간을 마련한 것은 지난해 2월이다. 장소 대관이나 출장 서비스, 반찬 회원 사업을 해오다 공간을 새로 꾸며 2014년 8월에 협동조합 희망밥집 '함께'라는 이름으로 밥집 문을 열었다. 그에 앞서 2013년 10월에 협동조합을 설립했고, 이어 마을기업으로 선정되어 마을 커뮤니티로서 협동조합 활동을 시작했다.
희망밥집은 정은희 이사장을 비롯해 요리를 전담하는 최춘애 조합원과 김은영 조합원 등 3명이 맡아서 꾸리며, 이들을 포함해 75명의 조합원이 참여한다. 희망밥집을 만든 사람들은 마을에서 어린이도서관 '땅콩'을 함께 운영해 온 운영진들이다. 지금부터 8년 전인 2007년, 정은희 이사장은 마을 사람들과 학부모들을 찾아다니며 어린이도서관을 만들자고 설득했다. 공고문을 붙이고 공원에서 동화책 읽기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하지만 정말로 도서관을 열게 될 줄 아무도 몰랐다. 초등학생들을 자녀로 둔 마을 사람들이 오로지 아이들 책 읽기에 힘을 보태는 마음으로 한 사람, 한 사람 엄지손가락 위에 손을 얹다 보니 어린이도서관 '땅콩'을 만들 수 있었다.
희망밥집은 어린이도서관을 만든 힘으로 시작했다. 초등학생이던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었다. 이제 훌쩍 큰 자녀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밥집을 생각했다. "청소년들이 먹을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만들고, 재능 있는 사람들이 일도 찾는 의미"에서 떠오른 기획이었다.
먼저 한 일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를 돕는 희망밥차 활동이다. 땅콩어린이도서관 운영위원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 하루밥집을 열어 그 수익을 해고 노동자들을 돕는 데 보탰고 '희망'의 의미를 담아 '희망밥집'으로 이름을 지었다.
한 달에 한 번 밥 모임
희망밥집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동은 '연대밥상'과 '마을밥상'이다. 연대밥상은 지역의 시민사회운동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함께 매월 한 번 밥을 먹는 모임이다. 지역의 단체를 소개하거나 어려움에 처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다. 지난 5월에는 <대전일보> 노동조합 사람들과 연대밥상에서 만나 노동조합 부당 해고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번에 20명 정도 모인다. 7월에는 대전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 발바닥으로 건강을 체크하는 건강 강좌를 열었다. 연대밥상은 희망밥집이 장소와 요리를 맡고 식재료는 한살림대전생협에서 제공한다.
마을밥상은 한 달에 한 번 여는 조합원 모임이다. 희망밥집의 조합원은 소비자이면서 후원자다. 300인분 음식을 만들어야 할 때 모바일커뮤니티에 긴급 지원 요청을 하면 타전한 지 30분도 되지 않아 10여 명의 조합원이 달려온다. 수고비도 혜택도 없지만, 기꺼이 시간을 내고 힘을 보탠다. 그 마음을 소중하게 여겨 정기적으로 밥상을 차려 밥을 나눈다. 또 굳이 특별한 모임이 없어도 수시로 밥집에 모이고 반찬동아리 모임도 한다. 말하자면 마을 사랑방이다.
희망밥집이 가장 주력하는 사업은 반찬 회원 활동이다. 밥집을 열 때부터 시작한 활동으로 건강한 식생활을 만들어 가려는 목표에도 맞는 일이다. 반찬 회원이 되려면 먼저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일주일에 두 번(월, 수) 반찬 세 가지와 국(찌개)을 직장이나 집에서 받는다. 현재 20가구가 이용하고 있고 수요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뷔페 출장 서비스는 대개 일주일에 두어 번 있다. 주로 큰 회의를 열 때 점심이나 결혼식 피로연, 어린이나 어른들의 생일상, 집들이 행사에 주문이 많다. 밥집에 지나는 사람들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주로 예약제로 운영하다 보니 밥을 못 먹고 되돌아가는 일이 빈번하다. 가끔 준비된 음식이 있으면 식사를 제공하기도 한다.
재료비 4배 들어도 좋은 먹거리로
희망밥집에 가면 집으로 초대받은 듯한 기분이 든다. 정성이 느껴져 마음이 편안하다. 물보다 원액을 더 많이 넣은 오미자차, 진하게 우려낸 육수, 모든 재료에 꼼꼼하게 원산지를 표시하는 것, 국내산 재료, 튀기지 않고 주로 찌고 삶고 무치는 조리법을 고수하는 원칙주의가 사람들에게 신뢰를 준다.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시작한 일이라 천연 조미료만 고집한다. 기름은 현미유나 100% 압착 올리브유, 소금은 친환경매장의 천일염만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재료비 비중이 50%에 가깝다. 어떤 조합원은 "재료비가 25%가 넘으면 망하니 단가를 낮춰야 한다"며 압력을 가하지만, 요리를 전담하는 최춘애 조합원은 "나는 밥집이나 우리집이나 똑같은 마음으로 음식을 한다"며 1킬로그램(kg)에 1300원 하는 마늘을 쓰는 일반식당과 달리 6000원짜리를 고집한다. 고춧가루와 고추장 등 양념도 아낌없이 넣는다. 아마 그래서 이용자들이 더 믿고 자주 이용하는 것일 테다. 원재료 비중이 높긴 하지만, 운영에는 큰 무리가 없다. 3명 직원의 급여는 월 120만 원이다. 일하는 형태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동일하다. 혹 일이 더 많아져 수익이 늘어나면 먼저 급여를 더 높이기보다 일자리를 하나 더 만들거나 협동조합 활동을 위해 재투자하려고 한다.
혼자라면 못해도 함께여서 해낸다
식당 운영이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협동조합 방식으로 사업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다. 정은희 이사장은 "협동조합 방식이 아니면 어땠을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아마 혼자라면 못했을 것이다. 만약에 개인 사업을 했다면 같이 하는 분이 책임감을 가지고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하는 게 가능했을까 의문이 든다"며 각자 자신이 맡은 바에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협동조합 방식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희망밥집은 직원뿐 아니라, 이용자와 후원자 조합원도 참여한다. 반드시 조합원이어야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희망밥집은 마을커뮤니티의 중심 역할을 하려는 바람을 담아 다양한 이해 관계자로 구성했다. '함께'에서 만난 어느 조합원은 수시로 이곳으로 달려와 돕는다고 했다. 지나가다 들르고 모임도 하고 얘기할 곳이 필요하면 찾고 있고, 그걸 조합원으로서 권리와 의무로 여긴다.
앞으로 이들이 꿈꾸는 것은 '마을사람들의 집'이다. 1층에는 밥집, 2층에는 도서관, 3층에는 교육장과 활동 공간을 두고 싶다. 더 넓은 공간에서 마을 사람들과 지역의 변화를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싶어서다. 정은희 이사장은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밥집 사업을 더 잘하고 싶다. 협동조합 희망밥집 사람들은 하루 종일 음식을 만들고 나르는 일을 하다가도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을 바라보고 가는지 항상 이렇게 마음에 새긴다.
"우리의 활동으로 인해 사람들이 세상에 나만 잘살면 되지 하는 마음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살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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