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파업 중인 학내 청소 노동자들의 현수막을 무단으로 철거했던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뒤늦게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20일 현수막 무단 철거로 논란을 일으킨 지 8일만이다.
서울여대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는 29일 학내에 붙인 사과문에서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의 섣부른 행동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서울여대 청소 노동자분들과 학우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저희가 제거한 현수막과 소원천이 청소 노동자 분들의 목소리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채 경솔한 행동을 한 점, 더불어 중립이라는 명목 하에 방관적 태도로 일관한 점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학내 구성원 모두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목소리에 진중히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학내 구성원과 소통하고 행동하며 이 자리의 무게를 항상 잊지 않겠다"며 "다시 한 번 이 일로 힘든 시간을 보냈을 청소 노동자 여러분과 학우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이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지난 26일 청소 노동자들을 찾아 먼저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여대 총학생회는 지난 20일 임금 삭감 문제로 파업 중인 청소 노동자들의 현수막과 이들의 소원을 적은 천 조각 등을 철거하면서 "보다 나은 축제 환경을 위해 철거했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재학생들은 물론 졸업생 143명이 총학생회의 사과를 요구하는 비판 성명을 내면서 논란이 커졌고, 학보사가 이 성명을 게재하려다가 대학 측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1면을 백지 발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관련 기사 : 서울여대는 군부 독재? 학보 1면 백지 발행)
"학생들 감사합니다"…청소노조, 파업 38일 만에 임단협 잠정 합의
한편 임금삭감 철회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던 서울여대 청소 노동자들은 파업 38일만인 지난 28일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상에 잠정 합의했다.
이 학교 청소 노동자들이 소속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서울여대분회는 용역업체 대주HR과의 교섭 끝에 시급 6550원, 식대 10만 원, 토요일 근무 격주 시행 등에 잠정 합의했다고 28일 밝혔다. 시급은 350원, 식대는 1만 원 인상됐다. 노조는 대학과 3차례 대화를 진행한 후에야 용역업체와의 합의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합의에 따른 예산 추가분은 용역업체가 부담하기로 했다. 노조는 "학교 측이 기존의 용역비에서 단 한 푼도 증액하지 않아 예산 추가분은 업체와 노동자들이 부담으로 떠안게 됐다"며 "청소 노동자들의 경우 전년 대비 월 2만7000원의 급여가 삭감되는 셈이지만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피해가 계속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판단으로 아쉽지만 사측과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노조는 합의안을 발표하며 "40여 일에 가까운 파업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청소 노동자들은 무엇보다 학생들이 받았을 마음의 상처, 불편함에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고 했다. 또 "지지를 보내준 학생과 졸업생들, 노동사회단체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다음은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발표한 사과문 전문.안녕하십니까. 서울여자대학교 제45대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입니다.먼저 최근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의 섣부른 행동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서울여대 청소노동자분들과 학우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또한, 신중하지 못한 판단으로 또다시 학내 구성원들께 피해를 줄까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지난 5월 20일, 총학생회는 교내 곳곳에 걸려있던 청소 노동자분들의 현수막과 소원천을 제거하였습니다. 저희가 제거한 현수막과 소원천이 청소 노동자분들의 목소리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채 경솔한 행동을 한 점, 더불어 중립이라는 명목하에 방관적 태도로 일관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이번 일을 계기로 학생들을 대표하는 대표자로서 학생뿐만 아니라 학내 구성원 모두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목소리에 진중히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학내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행동하며 이 자리의 무게를 항상 잊지 않겠습니다. 정당한 비판들을 따끔히 받아들이며 배우고 성장하는 학생회가 되겠습니다.다시 한 번 이번 일로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 청소 노동자 여러분과 학우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서울여자대학교 제45대 총학생회중앙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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