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축제에 방해 된다는 이유로 파업 농성 중인 학내 청소 노동자들의 현수막을 일방적으로 철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여대 총학생회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에 등에 따르면, 이 학교 총학생회는 20일 새벽 1시께 노조가 학내에 설치한 파업 관련 현수막과 천 조각들을 철거했다.
총학생회는 철거한 현수막 10여 개와 청소 노동자들이 소원을 적어 매달아 놓은 천조각 등을 검은색 쓰레기봉투에 담아 이들이 농성 중인 본관 앞에 쌓아뒀다. 봉투엔 "학생들에게 1년에 단 한 번 뿐인 축제를 위해 자진 철거했으니 양해 부탁드린다"는 메모를 남겼다.
이날 총학생회는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교내 학우와 더불어 지역사회, 그리고 타 학교생들과의 교류의 장이 되는 서랑제에서 보다 나은 축제 환경 조성을 위하여 철거를 결정하게 되었다"며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는 학교와 노조 그 어느 측에도 치우치지 않고, 오로지 학생들이 더 즐길 수 있는 서랑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축제를 위해 현수막을 자진 철거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노조가 철거하지 않아 직접 철거를 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공문이나 사전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오로지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파업 중인 청소 노동자들의 현수막을 철거했다는 총학생회의 입장글 역시 더 큰 논란을 낳고 있다. 총학생회의 해당 입장글에는 "부끄럽다", "그 축제 뒷정리와 청소는 과연 누가 하는지 생각해 보라"는 등 학생회를 비판하는 댓글 수백여 개가 달린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1년에 단 한 번 뿐인 축제를 예쁘게 치르고 싶다는 학생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그래서 노동조합은 어제(19일) 축제 행사에 방해되지 않겠다고 학교 측에 약속했는데 이렇게 한 마디도 없이 철거가 이뤄져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이 학교 청소노동자들은 학교 측의 임금 삭감 통보에 항의하는 농성을 지난달 29일부터 학교 본관 로비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 13일엔 8일째 단식 농성을 벌이던 청소 노동자가 몸 상태가 악화돼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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