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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경비원 잘리고, 인권유린 당해도…학생회는 '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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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경비원 잘리고, 인권유린 당해도…학생회는 '중립'?

'현수막 철거 논란' 서울여대 총학, 3년간 무슨 일이

서울여자대학교 총학생회가 축제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파업 중인 학내 청소 노동자들의 현수막을 일방적으로 철거해 논란이 거세다. 이런 가운데 이 학교 총학생회는 지난해 무인 경비 시스템 도입으로 경비원 절반가량이 해고됐을 때에도, 대학 측의 입장을 지지하며 오히려 농성을 벌이는 경비 노동자들에게 유감을 표하는 성명을 냈던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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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서울여대에서 일하는 경비 노동자 26명 가운데 10명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대학 측이 폐쇄회로(CC)텔레비전을 통한 '통합 경비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이유로 전체 경비 인력의 절반 가까이를 해고한 것이다.

이에 해고된 경비 노동자 3명이 소속돼 있는 민주노총 산하 노조(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서울여대분회)는 정문 경비초소 위에서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한 달 가까이 '지붕 농성'을 벌였다. 이 학교 학생 3000여 명의 지지 서명도 이어졌다.

▲ 지난해 4월 대학 측의 구조조정에 반발해 경비 노동자들이 지붕 위 천막 농성을 벌였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하지만 당시 총학생회(44대)는 학교 측의 무인 경비 시스템 도입을 찬성하고 오히려 학내 농성을 벌이는 경비 노동자들에게 유감을 표하는 성명을 내 일부 학생들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다.

당시 총학생회는 "학교는 대학 구조 개혁으로 인한 정원 감축 및 어려운 재정 상황 때문에 '통합 경비 시스템' 도입 이전의 모든 경비 인력을 유지하려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며 "재정이 '통합 경비 시스템' 도입을 수긍하는 전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이런 점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 때문에 (학교의 방침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등록금 인상 문제까지 거론하며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경비 노동자들을 해고하려는 대학의 방침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아울러 총학생회는 "'통합 경비 시스템' 도입이 기존 경비 시스템보다 학생들의 안전 보장에 더 효과적"이라며 구체적인 찬성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총학생회는 '노동조합에 대한 총학생회의 입장'이란 글에서 "민주노총 외 다른 노동조합 및 무노조인 경비 노동자들은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고 있지 않다. 이 분들은 자신들이 소리를 내는 것이 그동안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도 있도록 해준 학생들과 학교를 위한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민주노총 서울여대분회에서 모든 경비 노동자들이 현 사안에 대해 함께 결의한 것처럼 발표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 학교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으로 나뉜 복수노조 상태다.

더 나아가 총학생회는 "일부 노조가 지금까지 우리 학교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온 사람들로 하여금 학교는 타도의 대상이며, 학교에 반대하는 것만이 정의인 듯 여기게 만드는 점이 매우 개탄스럽다"면서 "서울여대분회는 '통합 경비 시스템'을 반대하는 이유가 학교와 학생을 위해서인지 노조를 위해서인지 그 행보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훈수'를 놓기도 했다.


학생모임 비판에 "대졸 인턴보다 노동자 임금 높은 것 아는가" 따져 묻는 총학


특히 총학생회는 한 학생모임이 이 주장에 반박하는 댓글을 총학생회 페이스북 계정에 달자,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우리 학교에서 일하는 인턴의 임금보다 노동자 분들의 임금이 많은 것은 알고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노조는 당시 총학생회에 서한을 보내 "총학생회의 이 질문은 여성이 남성보다, 생산직이 사무직보다,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명문대 출신이 명문대 출신보다 임금을 적게 받아야 마땅하다는 끔찍한 한국사회의 차별과 편견을 그대로 드러낸 것일 뿐"이라며 "상당수 조합원은 총학생회 집행부 여러분들보다 더 오래 서울여대에서 일해오셨고, 이후에도 더 오래 서울여대에서 일할 분이다. 학교의 특정 정책에 반대한다고 해서 학교를 사랑하지 않거나 타도의 대상으로 여긴다며 비난하는 것은 극히 비합리적인 악선동"이라고 반박했다.

청소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배경이 된 2013년 '인권 유린 사태' 당시에도 총학생회(43대)는 이를 "청소·경비 직원들 간에 노동조합이 2개가 결성돼 일어난 노동조합과 노동조합의 갈등"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서울여대에선 용역업체 관리자들에 의한 지속적인 폭언과 감시, 성폭력적 발언과 이른바 '비닐봉투 해고(재계약 전날 근무복을 걷어 각각 검은색 비닐 봉투에 넣은 뒤, 다음날 출근해 자신의 봉투가 없으면 해고하는 식으로 해고를 통보하는 것)' 사실이 드러나 거센 파문이 일었었다.


견디다 못한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 움직임을 보이자, 당시 한 용역업체의 전 부소장이 가입 원서를 들고 다니며 조합원을 모아 한국노총 산하 노조를 결성하고 지부장이 됐다. 복수 노조 탄생의 배경이다. 논란이 커지자 당시 대학 측은 해당 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어느 측에도 치우치지 않겠다'는 총학…졸업생 143명 사과 요구 성명

학내 청소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 이후, 지난 3년간 이렇듯 '중립'을 자처해온 총학생회는 결국 이번 현수막 철거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분위기다. (☞관련 기사 : "축제 방해돼"…청소노동자 현수막 철거한 총학생회) 이 대학 졸업생 143명도 이날 공개적으로 성명을 내고 총학생회의 사과와 대학 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20일 새벽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장 앞에 쌓아둔 철거 천수막.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특히 덕성여대 총학생회가 이번 대학 축제에서 청소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연대 주점 '엄마를 부탁해'를 여는 것과 비교되며 더욱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덕성여대 총학생회는 행사 공지에서 "비정규직인 미화 어머님들의 근로 환경 개선과 최저임금 1만 원 쟁취를 함께 지지하고 연대하는 어머님들과 학생들의 연대 주점"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서울여대 총학생회는 파업 농성 중인 청소 노동자들의 현수막을 철거하며 "학교와 노조 그 어느 측에도 치우치지 않고 오로지 학생들이 더 즐길 수 있는 서랑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입장글을 발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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