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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범죄 적은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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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범죄 적은 진짜 이유?

[온 가족 세계여행기] 두루 행복한 나라, 라오스

조용하고 소박한 나라, 라오스

하노이에서 라오스로 이동. 라오스로 가는 길은 버스와 비행기 두 가지다. 우선 국제간 이동하는 버스를 탐색해본다. 이동시간이 24시간에서 30시간 정도. 국제간 이동이라서 입출국 수속하면 더 걸릴 수도 있다. 이미 베트남의 훼에서 하노이까지 슬리핑버스로 15시간 이동했던 경험이 있지만, 30시간은 정말 고민되었다. 탐색과 고민을 반복하다가 슬리핑 버스로 베트남을 관통하고 하노이에서 사기꾼과의 막장대치까지 이어지며 피곤한 심신을 고려하여 비행기로 이동하기로 결정하고, 전에 알고 있던 베트남 현지 지인을 만나 버스보다는 비싸지만, 현지에서 비행기 표를 싸게 구입해서 라오스로 넘어갔다.

루앙프라방까지 가는 비행기에 올라탄다. 정말 조그마한 비행기다. 마치 고속버스 두 대 정도 합해놓은 듯 한 꼬마 비행기! 승객도 우리를 포함해서 대략 10명 남짓. 이렇게 한적한 비행기를 타본 건 여행 중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듯하다. 국적기인 라오항공은 짧은 구간 이동에도 식사를 주며 라오스의 국화인 참파꽃을 꽂은 단아한 차림의 승무원은 참 친절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국제간 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수요가 적을 수 있지만, 너무 빠르게 일명 세계화에 익숙해진 우리는 이런 꼬마비행기가 신기하기만 하다. 이 작은 꼬마비행기는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듯한 옛 도시 루앙프라방에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마음까지 정화되는 경건함, 옛 도시 루앙프라방

도시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라오스 옛 수도인 루앙프라방은 마치 작은 유럽도시를 옮겨놓은 듯 잔잔하고 고풍스럽다. 여행자거리 근처에 숙소를 잡는다. 크진 않지만 소박하고 깔끔하다. 저녁에 나간 야시장에서 여행자들이 주로 입는 일명 몸배바지 같이 생긴 헐렁바지를 샀다. 식구대로 하나씩, 각자 원하는 취향과 색깔로. 얇고 헐렁하며 발목 부분이 고무줄로 되어 있어서 잘 때 입어도 좋고, 돌아다닐 때 입어도 좋다. 언제든 어디든 거칠 것 없는 자유로움과 편안함이 있는 헐렁바지. 왜 그 많은 여행객들이 그런 바지를 입고 다니는지 단숨에 이해된다. 시장구경의 참맛은 먹거리! 이것저것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음식들. 이중에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 벌집을 구워놓았는데, 아주 달콤한 꿀이라고 생각하며 가격도 적당해서 하나 사봤다. 이미 입안에 군침이 잔뜩 고여 있다. 달콤한 꿀을 상상하며 한입 넣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좀 이상하다. 별로 달진 않고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자세히 살펴보니 벌집 칸칸이 모두 이제 갓 부화한 새끼벌들이었다. 그 벌집을 통째로 구워 팔고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을 확인한 큰애는 거의 못 먹고 대략 100마리쯤 되는 새끼벌들을 이슬만 먹고 살 것 같은 둘째애가 하나씩 해부해가면서 맛있게 다 먹었다.

▲ 야시장을 어슬렁거리는 둘째 아이. ⓒ가온가람이 가족

다음날 이른 새벽 졸린 눈을 비비며 아이들을 모두 깨워 탁발 수행하는 스님들을 보기 위해 길로 나선다. 돗자리도 깔고 음식도 사서 기다리는데 어둠이 조금씩 사라질 즈음 저만치 길 끝자락에서 주황색 승복의 스님들이 보인다. 돗자리에 무릎을 꿇고 시주를 준비한다. 스님들 중에는 10대로 보이는 어린스님도 있다. 사람들은 스님에게 시주하고 스님들은 시주받은 음식을 다시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시주와 구휼의 맨발 행렬은 줄잡아 100m는 이어지는 듯하다. 국민의 90% 이상이 소승불교를 믿으며 650년 이상 이어온 탁밧(탁발수행)의 전통은 종교행사라기 보다는 오히려 구휼에 가깝다. 이른 새벽 차가운 공기와 함께 마음속 깊이까지 정화되는 경건함이 있다.
▲ 루앙프라방의 탁밧. ⓒ가온가람이 가족

여행의 첫 번째 관문인 꽝시 폭포

루앙프라방 근처에서 가장 유명한 꽝시 폭포로 가는 길이다. 라오스의 교통수단은 주로 툭툭이다. 천정만 천으로 덮여 있는 오픈형 소형트럭 같은 모양이다. 루앙프라방에서 꽝시까지 대략 1시간은 걸린다. 흙길도 지나고 위험해 보이는 나무다리도 건너는 동안 바람과 흙먼지가 얼굴과 코․입을 강타한다. 전혀 손대지 않은 나무와 잡초가 무성한 경치는 마구 강타하는 흙먼지 바람과 닮았다. 드디어 꽝시 폭포!

▲ 꽝시 폭포. ⓒ가온가람이 가족
산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저절로 탄성이 나오는 여러 개의 크고 작은 폭포들이 에메랄드 빛으로 우리를 반긴다. 가장 위쪽에 약 20m쯤 되어 보이는 주 폭포가 있고 그 아래로 산비탈을 따라 크고 작은 갖가지 모양의 폭포가 만들어져서 마치 시간여행을 떠난 듯 원시 자연 속으로 들어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폭포. 많은 사람들이 폭포에서 다이빙을 한다. 높이가 2~3m쯤 될까? 나무 한그루가 가지 하나를 폭포 쪽으로 뻗어주고 있어서 그곳에서는 마치 타잔이 된 듯 다이빙을 한다. 아이도 뛰어내리고 아이와 아빠가 손잡고도 뛰어내리고, 젊은 사람들은 수십 번쯤 뛰어내리며 물속에서 장난치는 여유까지 보인다.

흐음, 이 분위기를 그대로 흡수해야 하는데. 어쩌나?
난 원래 심한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번지점프는 상상도 못하고 놀이기구, 출렁다리도 식은땀을 흘리며 겨우 겨우 지나가고 심지어는 사다리도 잘 오르지 못한다. 아이들이라도 이 분위기를 느껴보라고 '다이빙 한번 해봐'. '조그만 애들도 다 뛰는데'. 애들은 무섭다며 손사레를 친다. 사실 나도 무서우니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여기까지 와서 원시의 자연인도 한번 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기는 너무 아쉽다. 그 순간 나보다 몇 살은 많아 보이는 아줌마가 아이들에게 이끌려 폭포위에 서있다. 별 망설임 없이 폭포 밑으로 풍덩하더니 어느새 어린아이가 되어 물 밖으로 나온다. '그래 저 사람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 건 없어보였다. 또 세계여행이라는 긴 여정에서 반드시 통과해야할 첫 번째 관문처럼 이 문을 열어야만 다음으로 도약할 수 있을 듯했다. 난 큰애에게 '다이빙 하자'고 말하자 평소 나의 고소공포증을 익히 알기에 '엄마가 하면 나도 할게'라고 말했다가 결국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내가 먼저 뛰고 다음은 우리 큰애가 뛰었다. 우리는 이렇게 자신의 벽을 하나씩 깨며 여행의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열쇠를 얻었다.

이후 블루라곤에서도 거의 같은 상황이 연출되었고 물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우리 큰애는 블루라곤 주변의 많은 외국인들의 응원을 받고도 무서워서 얼음처럼 나무위에 서 있다가 결국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외국인 언니와 함께 손을 잡고 다이빙을 해서 모두의 환호와 박수를 받은바 있다. '장하다 내 딸!'

▲ 블루라곤에서 외국인 언니와 함께 다이빙한 큰 딸. ⓒ가온가람이 가족

이 글은 큰아이가 다이빙할 때 감상을 영문으로 작성한 것이다. 대부분이 초등생 일기 쓰듯 단문으로 되어있는 문장이지만, 인생에서 작은 벽 하나를 깨보려는 노력이 대견하고 외국어로 소통하려는 시도도 좋다. 팔불출 부모의 지면을 통한 자랑질정도로 여겨주시길.

Today was very special day.
I went to Guangxi waterfall in Luang Pravang. There was a very fresh. There was many trees and clean water.
First we saw small waterfall and water hole. There was a many people who swam and dove. They dove on the small tree or small waterfall.
The length of waterfall was about 2m~3m. It seems like to be very scared. However the girl I saw yesterday dove on the tree and waterfall. She was older than me but it was very great thing. She was so brave.
My mother wanted to go on the waterfall with me. So I went on there with her. The top was high from water. I thought I can't dive. Never!! Suddenly my mother dove for me. She wanted me dive. Although she has acrophobia, she dove! For me. I was very surprise because of that. I thought she can't dive. But she did it. Then my thinking was change.
I dove on the waterfall. How could I do that? I don't know the reason exactly. But I think my mother's brave made me dive. I was so scared in the water. Because I couldn't stand in the water. So I swam up to outside. And I swam and swam and swam....
When I arrived at the ground I cried.
My parents sad to me good. So I was happy and proud of that. And I started to think my challenge was great~~
Few days ago I didn't like new things. It was so difficult to acclimate myself to a new environment. So I didn't challenge. But today I challenge! It was first time that I dove.
From now on I will be thing to challenge about new things^^
27. 03. 2014

산만하지만 젊음이 느껴지는 방비엥

루앙프라방에서 자그마한 미니버스에 꽉꽉 끼어 타고 아찔한 비포장 고개 몇 개를 넘어서 겨우 방비엥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깜짝 놀랄 만큼 어수선하다. 마치 우리나라 유원지에 도착하면 으레껏 듣게 되는 소리와 닮은 꿍짝꿍짝하는 노랫소리가 음질 좋지 않은 스피커를 통해 들려온다. '이 도시는 왜 이래?' 라오스답지 않은 산만함으로 괜히 번잡스럽다. 그렇게 길을 따라 우선 숙소를 정하러 간다. 가는 길 주변이 온통 상가다. 식당, 마사지샵, 기념품 판매점 등. 방비엥은 인구 3만의 소도신데, 연간 관광객이 15만명 이상 찾아온다고 하니 수선스러움이 오히려 당연하다. 카약, 튜빙 등 많은 액티비티를 즐기고, 여행자라면 누구나 들르는 에메랄드빛 물색으로 바닥까지 속을 내보이고 있는 블루라곤까지 있으니 젊은이들의 열기로 어디가나 왁자지껄하다. 한편에서는 소리를 지르며 튜빙을 타고 한편에서는 수줍은 듯 귀여운 미소로 목욕을 하는 현지인 가족이 있다. 번잡함과 소박함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 방비엥을 그렇게 지나갔다.

소박한 배려로 두손모아 합장한 비엔티엔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은 한 나라의 수도라기보다 조용한 중소도시 같은 소박함이 있다. 메콩강을 사이에 두고 태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데 메콩강변에서 바라본 석양과 건너편 태국은 왠지 모를 우수가 있다. 수도인데도 딱히 큰 건물이 없어서 한적하고, 한적한데도 치안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다. 박물관, 회관, 곳곳에 있는 사원들.

우리는 비엔티엔을 이리저리 배회하며 소일했다. 강변에도 나가보고 강변에서 작은 화장품가방과 양동이를 들고 다니며 네일아트를 권하는 아가씨들에게 네일아트도 받아본다.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간간히 만나는 사원들, 수많은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지만, 우리는 각각의 사원을 구별하지 못하고 불교국가의 다른 많은 사원들처럼 그렇게 눈으로 스치며 지나간다.
그래도 다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빠뚜싸이(승리의 문)로 향한다. 라오스의 독립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의 개선문과 매우 닮았다. 숙소에서 그곳까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른 채, 피곤하다는 남편과 큰아이는 숙소에 두고 둘째아이와 나 그리고 라오스에서 우연히 만난 21살 대학생, 이렇게 여자 셋이서 저녁 8시쯤 잠시 돌아보겠다고 나갔다. 라오스의 치안이 최고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미 어두워진 도시를 어린아이까지 데리고 여자 셋이 돌아다니는 것이 위험해보이긴 하다. 그래도 나온 길이니 목적지는 봐야할 것 아닌가? 그런데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애초 금방 둘러보고 올 줄 알았던 예상을 깨고 벌써 2시간 이상 걸어온 것 같다. 둘째아이는 '다리 아프다 목마르다' 채근하고, 우리도 목이 바싹 마른다. 7~8시면 상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기 때문에 어딜 봐도 물 하나 살 곳은 안보이고 길거리엔 개미하나 없다. 할 수 없이 문 열린 아무가게나 들어가서 물 파냐고 물어본다. 물을 파는 가게는 아니지만 아이까지 데리고 걸어가는 여행자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제법 인자한 미소를 가진 모자는 우리에게 물 두병을 내준다. 하나는 시원한 것 하나는 상온에 있던 것! 하나면 충분하다는데도 선물이라며 가져가라고 돈도 안 받고 그냥 준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인사말 '홉짜이'(고맙습니다)와 불교국가에서 존중의 표시인 합장으로 인사를 대신하며 가던 길을 재촉한다.

여행을 하다보면 물론 인생도 마찬가지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가 있다. 이미 길은 나섰고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멀고 목적지까지 가지 않으면 사람도 툭툭이도 없다. 칭얼대는 둘째를 업었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3시간 넘게 걸어서야 겨우 빠뚜싸이에 도착했다. 뭐 별 것 아닌 문 하나 있다. 음, 이미 피곤에 지쳐서 어서 돌아갈 궁리만 하고 있다. 툭툭이를 찾아라. 다행히 유명한 관광지라서 한 두대씩 툭툭이가 지나간다. 겨우 한 대를 잡아타고 그렇게 숙소로 돌아왔다.

라오스의 치안이 좋다는 말은 들었지만, 3시간을 걸어오는 동안 단 한 명의 부랑아도 보지 못했고, 심지어는 한 사람의 취객도 만나지 못했다. 한밤중을 지나며 도시를 관통해서 3시간 남짓 걸어가는데도 단 하나의 위험신호도 포착하지 못했다. 혹자는 사회주의 국가라 통제가 심해서 그럴거야 라고 속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본 라오스는 통제 때문이 아니라 불평등이 적어서 좋은 치안이 유지되고 지나가는 여행자에게 물 두어 병 정도는 내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곳이었다. 가난하지만 소박하게 자신들의 삶을 긍정하며 살고 있는 그들과 비싼 옷과 비싼 차, 많은 돈을 가졌지만 물 한 병도 돈으로 환산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강력사건이 터져 나오는 우리와 누가 더 행복할까? 어떤 사회가 더 바람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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