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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이란은 다르다!…뭐가?"

[정욱식 칼럼] 이란 핵 타결과 '풍선 효과'

이제 북핵 문제는 어떻게 될까? 비록 '예비'이지만 이란 핵협상이 타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본능적으로 던지게 되는 질문이다.

6월 30일까지 이란 핵협상이 최종 타결되고 이행되면, 여러모로 북한밖에 남지 않게 된다. 미국은 미소 냉전 종식 이후 북한, 이란,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등을 대상으로 '깡패국가'(rogue state)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 그 핵심적인 근거는 이들 나라가 비밀리에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한다는 것이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들 가운데 이라크, 이란, 북한을 따로 분류해 '악의 축' 국가라고 비난했다. 그 핵심적인 이유 역시 핵무기 개발 의혹에 뒀었다.

그런데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은 있지도 않았던 핵무기 개발의 오명을 뒤집어쓰고는 침공을 당했다.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은 2003년에 자발적으로 핵 개발을 포기했지만, 8년 후에 미국과 나토의 지원을 등에 업은 반군에게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의 중재 하에 화학무기를 폐기키로 했다. 그리고 이란도 서방 세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 핵무기 개발의 여지를 거의 없애기로 했다. 이제 남은 나라는 북한인 셈이다.

또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작년 12월에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추진을 전격 발표했다. 이어서 미국 공화당과 이스라엘, 그리고 중동의 수니파 국가들의 반대를 뚫고 이란과의 협상 8부 능선을 넘어섰다. 오바마가 2008년 대선 유세 때 거론했던 3개의 독재국 가운데 북한만 남은 셈이다.

'풍선 효과' 일어날까?

그렇다면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특히 이란 핵 협상 타결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구촌 전체가 거대한 그물망처럼 얽히고설켜 있는 만큼, 그 영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세 가지로 구분해서 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외교적으로는 좋은 영향을, 군사적으로는 나쁜 영향을, 기술적으로는 복잡한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먼저 외교적으로는 북핵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높아질 전망이다. 이란 핵문제 숙제를 거의 푼 만큼, 앞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북핵 문제는 높아질 것이다. 또한 이란 핵 협상에 참여해온 중국과 러시아가 6자회담 재개를 더욱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아울러 4월 말이면 한미군사훈련인 '독수리 훈련'도 종료된다.

그러나 군사적으로는 상황이 더 꼬일 가능성이 있다. 그건 바로 사드(THAAD)를 비롯한 미사일방어체제(MD) 문제이다. 최근까지 사드 배치를 놓고 주한미군 사령관과 중부군 사령관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었다. 자신의 작전 지역에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경쟁적으로 요구했던 것이다.

그런데 두 가지 점에서 새로운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하나는 미국이 사드 포대를 올해까지 5개로, 2017년까지는 7개 포대로 늘릴 계획이라는 것이다. 수량이 늘어난 만큼 주한미군 사령관과 중부군 사령관이 다툴 여지가 줄어든 것이다. 이와 관련해 펜타곤은 "현지 사령관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2년 앞당겨 2017년까지 7개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하나는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되면서 중동에 사드를 배치해야 할 필요가 줄어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드가 한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보다 거시적인 차원의 문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유럽형 MD를 추진했던 핵심적인 구실은 이란 핵문제였다. 그런데 협상이 타결되면서 유럽 MD를 재조정해야 할 상황이다. 그대로 밀어붙이면 유럽 MD가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는 점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게 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최근 미국 주도의 유럽 MD가 철회되지 않으면, MD 기지를 겨냥한 중·단거리 핵미사일을 재배치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다.

오바마 행정부가 유럽 MD를 재조정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만약 미국이 유럽 MD를 철회하거나 그 수위를 크게 낮추면 '신냉전'이 거론되던 유럽 상황은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일종의 '풍선 효과'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 유럽 MD가 축소되면 동아시아 MD가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올해에 한미일 3자 MD 구축에 박차를 가하려고 한다. 작년 연말에 군사작전 하듯이 처리된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약정은 그 시발점이다. 이에 더해 미국 의회는 국방수권법을 통해 올해부터 한미일 MD 협력을 추진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라고 펜타곤에 요구한 상태이다.

끝으로 기술적인 측면에선 대단히 복잡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미국은 대북 협상 재개 시 '이란 모델'을 북한에도 적용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 핵심적인 내용으로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상한선 및 시한 명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의정서 서명, 의심시설에 대한 불시사찰 등 고강도의 검증체제 구축 등이 될 것이다. 또한 북한의 핵물질과 핵무기 폐기 방식도 북한 내에서가 아니라 외부 이전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두 사례의 차이? 정치적 의지가 가장 중요!

이란과 북한을 직접 비교하기에는 여러 가지 무리수가 따를 수는 있다. 핵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이란은 핵무기를 만들겠다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철저하게 평화적 목적이라고만 주장해 왔다. 반면 북한은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공언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북핵 문제 해결은 이란 핵문제 해결보다 훨씬 까다롭게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바로 문제를 풀고자 하는 정치적 의지이다. 기실 이란 핵 협상 타결이 주는 핵심적인 교훈은 지도자 간 화학 작용이다. 오바마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편지를 주고받고 전화통화도 하는 등 다양하고도 긴밀한 의사소통을 해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축적된 신뢰야말로 8박 9일간의 마라톤 협상에도 지치지 않는 열의를 협상단에게 불어넣어 줬다. 문제를 풀겠다는 지도자의 정치적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에 반해 한반도 핵문제의 핵심적인 두 당사자에겐 이러한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의 오바마는 '전략적 인내'라는 무위의 대북정책을 놀라울 정도로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에게는 비핵화 의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설상가상으로 두 나라를 중재하면서 협상의 돌파구를 열어야 할 박근혜 정부에게선 의지도 능력도 찾아볼 수 없다.

허망한 주문이겠지만, 박근혜 정부가 이렇게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손 놓고 있는 사이에 북핵과 MD는 적대적으로 동반 성장할 것이고, 그 결과 한국의 처지는 더더욱 곤란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반환점을 앞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도 전환점을 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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