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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청년', "일베 폐쇄 반대"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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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청년', "일베 폐쇄 반대"하는 이유는?

[이 주의 조합원] 박지웅 변호사

박지웅 조합원. 그에겐 '열혈 청년'이란 조금은 구태스러운 듯한 표현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처음 그를 알게된 건 지난 2008년 국방부가 <나쁜 사마리아인>,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등 23권의 책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했던 사건 때문이다. 당시 군법무관이었던 그는 이 같은 조치가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을 냈다가 파면당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은 기자를 포함한 '프레시안 특별취재팀'이 낸 책이었던 만큼, 박 조합원에 대해 당시 고마운 마음을 가졌던 건 당연한 일이었다. 4년간 싸움 끝에 그는 위헌판결 및 파면취소 처분을 받아냈다.

후배 기자에게 말로만 듣던 그를 처음 만나게 된 건 2012년 총선을 앞두고서였다. 당시 민주당은 '슈스케'(슈퍼스타K) 방식의 경선을 통해 청년비례대표 후보를 뽑겠다고 했고, 이 경선에 박 조합원도 참여했지만 안타깝게 떨어졌다. 이후 그는 홍종학 의원실 보좌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본업인 변호사로 돌아온 그가 최근 갑자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열혈 청년'다운 정의감 때문이었다. 그는 세월호 희생자를 어묵에 비유한 일베 회원을 모욕죄로 고발했다.

"처음 그 사진을 보고 당황해서 페이스북에 '이런 사람은 처벌해야지 않겠냐. 고발에 동참하실 분 있으면 알려달라'는 글을 썼다. 그런데 사진관을 운영하는 친구 김원재 씨가 고발운동을 하자고 해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가 고발장을 써서 인터넷에 올리고 고발에 동참하겠다는 누리꾼들이 1600명 넘게 모였다. 앞서 일베를 포함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세월호 유가족을 능멸하기 위해 광화문에서 '폭식투쟁'을 벌이는 등 이들의 행위가 이미 '선'을 넘었으며, 제재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을 포함해 공인을 대상으로 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굉장히 제약을 받는 편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해선 규제도 별로 없고, 특정 집단을 명예훼손하는 것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에 있어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베 등 극단적인 언행을 보이는 이들의 희생양이 되는 것은 여성, 전라도, 세월호 희생자 등 '사회적 약자'다.

박 조합원은 2007년 보수세력의 재집권 이후 극대화된 정치적 갈등이 사회경제적 문제와 맞물리면서 "사회의 질서, 논리체계를 부정하고 사회적 약자를 통해 분풀이를 하는 병리적 현상이 인터넷이란 익명성을 가진 공간을 통해 표출되는 것 같다"고 봤다.

하지만 그는 이런 혐오범죄를 별도의 법을 만들기 보다는 현재의 법으로 규제하되 '이중잣대'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박 조합원은 설명했다.

"'세월호 어묵 사건'과 같은 혐오범죄도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하다. 다만 두 법은 그야말로 '도깨비 방망이'라는 게 문제다. 2007년 대선 과정에서 'BBK 의혹'을 제기한 정봉주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뒤 징역을 살았다. 공적인 영역과 인물에 대한 비판과 감시는 더 허용적이어야 하는데 오히려 엄격히 적용된다. 반면 평범한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해선 너그럽다. 어떤 경우에 대해 처벌하고 처벌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혐오범죄를 따로 규율하려면,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없어진 뒤 논의해야 한다. 미국은 명예훼손을 처벌하지 않는다."

그는 일베 페쇄 운동도 반대다.

"일베 회원들도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하고, 국가원수를 욕할 수도 있고 특정한 정치인에 대해 사실적 근거가 있다면 비판할 수 있다. 일베 자체가 구체적인 범죄 단체를 조직하는 일련의 체계화를 갖춘 집단이 아닌 이상 폐쇄 조치는 부당하다. 이는 이석기 전 의원과 RO를 내세워 통합진보당이란 정당 자체를 해산시켜버린 헌법재판소 결정이 부당한 것과 마찬가지다. "

그에 앞서 고민해야할 것은 이런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나타난 사람들을 어떻게 치유하고 포섭할 것인가라고 박 조합원은 강조했다. '처벌'이 곧 '치유'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근 개인적으로 맡게 된 개인정보보호 관련 사건 때문에 우리 사회의 '기술 격차', '정보 격차'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싶다는 박 조합원. 그는 "당분간 변호사일에 집중하고 싶다. 짧은 현실 정치 경험은 인생의 에피소드처럼 됐는데, 자기 생각이 더 발전하고 확고한 신념이 생겨야 괜찮은 정치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웃는다.

마지막으로 프레시안에 대한 '쓴소리' 하나. "프레시안의 정체성인 깊이 있는 분석에 기반한 기사는 매우 좋지만, 인포그래픽을 활용한 뉴스나 카드뉴스 등 새로운 시도를 좀 할 때가 되지 않았나요?"

얼마 전 결혼해 조만간 '청년'이란 표현이 부적절해질 수도 있는 박 조합원. 그의 '지적'에 이 역시 자본력에 따른 (언론사간) '기술 격차'의 문제라고 소심하게 답변하면서 유쾌했던 그와의 전화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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