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이상봉 씨가 패션노조와 청년유니온이 선정한 '2014년 청년착취대상'의 수상자가 됐다. "한국패션계를 대변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부당한 임금을 주고 근로기준법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이유다. 이 씨는 한국패션디자이너협회 회장이다.
패션노조 대표로 '배트맨D'라는 예명을 쓰는 이는 9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통해 이상봉 디자이너를 '청년착취대상'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 등을 설명했다. 패션노조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이상봉 씨는 견습은 월 10만 원, 인턴은 30만 원 수준의 월급밖에 지급하지 않았다.
또 이상봉 씨는 근로계약서를 쓰면서 "서로의 급여에 대해 발설하지 않는다. 발설했을 때 돌아오는 불이익에 대해서는 본인이 책임진다"는 내용에 서명하기를 요구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는 "직접 제보자들이랑 통화도 했고 자료를 건네 받았고 근거가 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주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금 등 노동조건 외에도 "막말을 하면서 직원한테 가위를 던져 맞은 사람이 짐 싸서 나갔다"는 증언도 있고, "막내직원에게 선배들의 쓰레기통을 비우는 일을 시키는데 아주 성스러운 의무 중의 하나인 것처럼 시킨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점심시간이 되면 팀장님의 밥상에 숟가락을 놓으면서 세팅을 하고, 정작 막내들은 복도에 나가서 밥을 먹기도 하고 부모님 욕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생각하면 힘들 정도로 패션계에 '슈퍼갑' 중에서도 '슈퍼갑질'이 만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환경이 이상봉 디자이너 뿐 아니라 패션계 전반에 "일반적인 상황"이라며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청년 창업자들조차 이상봉 선생님처럼 똑같이 한다는 사실이 소름끼친다"고 토로했다.
이에 앞서 패션노조와 청년유니온은 자체 투표를 통해 이상봉 디자이너를 '2014년 청년착취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들은 후보 5명을 놓고 지난해 12월 27~31일 닷새 동안 투표를 진행했다. 이 투표에는 111명이 참여했으며 이상봉 씨가 59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상봉 디자이너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했다. 이 씨 측은 "당연히 정해진 법을 지키고 있다"며 "디자이너 양성 교육 과정에서 견습생과 인턴에게 교통비를 지급하고 있으며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면 청년들과 대화를 통해 개선점을 찾아 발전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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