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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개방' 일주일 앞두고 법원이 제동 걸었다

"쌀 관세화 시행 전 양곡관리법 개정해야"

쌀 시장 개방이 일주일 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9월 우리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쌀 관세화를 통한 쌀 개방 방침을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사실상의 '쌀 개방'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쌀 관세화'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정부의 허가 없이는 외국 쌀 수입을 못 하도록 한 현행 양곡관리법의 개정 없이 쌀 시장 개방은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단 "법적 기속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원의 이런 판결에도 불구하고 쌀 시장 개방을 밀어붙이는 것은 "법치주의 행정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법원 "쌀 수입허가제 폐지하고 관세 상당치 결정하기 위해서는 양곡관리법 개정돼야"

26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함상훈 부장판사)는 "쌀에 대한 수입허가제를 폐지하고 이에 대한 관세 상당치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미곡 등의 수입허가'와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양곡관리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소송은 민변이 "정부가 쌀 관세화율을 계산한 연구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농림축산식품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이었다. 이에 대한 판결에서 법원은 민변의 공개 요구는 기각했지만, 양곡관리법 개정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법원은 민변이 지적한 투명성 부족의 문제에 대해서도 "양곡관리법의 개정 과정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의 논의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회 논의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민변 등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정부의 쌀 시장 개방 방침이 현행 양곡관리법에 배치된다며, 쌀 시장 개방에 앞서 쌀 생산 농가 대책 등을 포함한 양곡관리법 개정을 촉구해 왔다. 이런 요구에 법원이 손을 들어준 셈이다.

▲정부가 지난 9월 WTO에 쌀 개방 계획을 통보한 이후 농민 단체들이 이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소송을 진행한 민변의 쌀 대책팀장인 송기호 변호사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정부는 그동안 법 개정 없이도 쌀 관세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해왔지만, 법원이 정부 방침과 반대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정부는 쌀 관세화 시행을 잠정 중단하고 국회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번 판결에 대해 "법적 기속력이 없다"며 쌀 관세화 중단 계획이 없음을 시사한 데 대해, 송 변호사는 "법률에 근거한 행정을 해야한다는 법치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한편, 법원은 민변이 제기한 연구보고서 공개 요구에 대해서는 "그 내용이 공표되는 경우 이후의 통상교섭에 있어서 이해관계국들의 교섭 정보로 활용될 수 있다"며 기각 결정했다.

송기호 "법원 판결 무시하고 밀어붙이면, 법치주의에 반하는 행정 된다"

다음은 송기호 변호사와의 전화 인터뷰 내용이다.

프레시안 : 이번 판결의 의미가 무엇인가?

송기호 : 쌀 관세화에 앞서 농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대책 마련을 해야한다는 주장을 많이 해 왔다. 현행 양곡관리법은 자유로운 쌀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자유롭게 하려면 당연히 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회에서 법 개정 논의가 이뤄지면서 함께 쌀 농가 대책도 논의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그 방법을 피하기 위해서 양곡관리법 개정 없이도 쌀 관세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해 온 것이다. 법원이 이런 정부 방침과 반대로 법 개정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쌀 관세화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한다.

프레시안 : 당장 1월 1일부터 쌀 관세화가 시행될 예정이다.

송기호 :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법치주의에 반하는 행정이 된다. 행정은 법률에 근거를 가지고 해야한다는 것이 적법 행정의 원칙이다. 정부는 법 개정이 필요 없다며 개정안도 내놓지 않았지만, 법원은 이는 잘못된 해석이며 절차와 틀을 밟아서 이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못 박은 것이다.

프레시안 : 정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법적 기속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송기호 : 이 소송 자체가 쌀 관세화 정책 자체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정보 공개 소송이었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가 국회 동의도 없이 추진했던 쌀 관세화가 국내법 위반이라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일방 추진의 기본 전제가 무너진 것을 정부가 애써 외면하는 것이며, 법률에 근거한 행정을 해야한다는 법치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프레시안 : 시간이 너무 없는 것 아닌가? 당장 1월 1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송기호 : 그렇지 않다. 일단 잠정적으로 쌀 관세화 방침을 중단하면 된다. 판결의 취지에 맞게 법 개정을 하는 데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릴 것으로 보지 않는다. 몇 개월 시행이 늦춰진다고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는 양곡관리법을 근거로 자유로운 쌀 수입을 금지했으면서, 법은 그대로 두고 자유화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방침이다.

프레시안 : 잠정 중단해도 국제법상 문제가 없다는 얘기의 근거는 무엇인가?

송기호 : 우리 정부가 WTO에 통보한 문서를 보면 "필요한 국내법적 절차를 마친 다음에, 1월 1일부터 쌀 관세화를 시행한다"고 돼 있다. WTO 쌀 개방 통보 문서 자체가 조건부로 되어 있다. 아직 그 조건이 이행되지 않았으니 문제될 게 없다. 물론 1년 이상 불확실한 상태로 간다면 한국의 쌀 자유화가 쟁점이 될 수도 있겠으나,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빠른 시일 내에 필요한 절차를 밟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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