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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과 영덕의 신규 원전,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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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과 영덕의 신규 원전, 필요한가

[주간 프레시안 뷰] 원전마피아들의 밀어붙이기, 막을 힘은?

지난 10월 9일 강원도 삼척에서 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가 있었던 것은 기억하실 겁니다. 반대율이 85퍼센트(%)에 육박했습니다. 삼척 시민들의 여론은 '원전 반대'라는 것이 확인된 것입니다.

시민들은 이 정도 결과가 나왔으니, 삼척 원전은 철회가 되겠거니 하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러나 원전에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들은 그리 순순히 물러서지 않습니다. 주민투표 이후에 시빗거리를 찾으려고 경찰이 나서서 무리하게 수사를 했습니다.

▲ '삼척 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가 지난 10월 9일 강원 삼척시에서 시행됐다. 사진은 주민투표에 앞서 강원 지역 종교·시민·노동·사회 단체와 진보정당 관계자 40여명이 강원도청 정문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강원 경찰청이 나서서 공무원들을 소환조사하고 시장까지 불러 조사를 했습니다. 삼척 시장이 주민투표 과정에서 공무원들에게 주민투표를 지원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였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따지면, 그동안 정부가 방폐장 유치나 지방자치단체 통합을 위해 했던 주민투표들도 모두 수사해야 합니다. 그 당시에는 정부가 나서서 지방자치단체장이 관권, 금권을 동원하도록 부추겼기 때문입니다.

특히 2005년 11월 경주가 방폐장 부지로 정해질 당시에, 경주 시장은 지방자치단체 예산 십수억 원을 찬성 단체에 지원하고 공무원들을 대거 동원해 가면서 주민투표에 개입했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불법이었지만, 수사기관은 눈 감아 주었습니다. 오히려 중앙정부는 관련자들에게 훈장을 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실시된 삼척 주민투표에 대해서만 시비를 거는 것이니, 반핵활동에 대한 보복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1월 21일에는 삼척 시청을 압수수색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이와는 별개로 다른 건도 문제를 삼고 있습니다. 검찰이 김양호 삼척 시장을 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한 것입니다. 검찰은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어도 될지는 의문입니다. 최초 수사를 한 경찰은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검찰에서는 기소를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일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1988년부터 2006년까지 후쿠시마 현 지사를 역임했던 사토 에이사쿠 씨가 그런 일을 겪었습니다. 본래 '원전 찬성' 입장이었던 사토 씨는 2002년부터 내부 고발자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과 관련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도쿄전력이 무려 16년 동안 안전점검 기록을 조작하고 결함들을 은폐해 왔으며, 심지어 격납용기에 커다란 균열이 생긴 것도 감춘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사토 에이사쿠 씨는 도쿄전력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했고, 도쿄전력은 문제의 원자로를 정지하고 관련자들은 징계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 후 사토 씨는 '원전 마피아'의 보복으로 수난을 겪었습니다.

2004년 지역 언론의 한 기자가 그의 비리 혐의에 대해 기사를 썼고, 그 후 그는 검찰 수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결국 무혐의로 밝혀졌지만, 그 와중에 지사직을 사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난 이후에 사토 에이사쿠 전 후쿠시마 지사는 독일 국영방송 ZDF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후쿠시마의 거짓말>에 나와, 이런 사실들에 대해 얘기를 했습니다. 저도 그 다큐를 보고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혹시 못 보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한글 자막이 붙어 있는 <후쿠시마의 거짓말>을 보실 수 있습니다.


▲ 독일 국영방송 zdf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후쿠시마의 거짓말> 중 갈무리. ⓒzdf

이처럼 한국이든 일본이든 원전마피아들은 집요합니다. '원전 확대' 입장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는 박근혜 정권은 삼척원전을 밀어붙일 기세입니다. 삼척 시장에 대한 압박도 그런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무리수를 둘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척과 함께 원전 부지 예정 구역으로 지정된 경북 영덕에 대해서도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서 ‘밀어붙이기’에 돌입했습니다. 지난 11월 21일 정홍원 국무총리는 경북 울진을 방문해서 신울진원전 건설을 위한 울진군과의 협상 타결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경북 영덕을 찾아가서 신규 원전을 건설하면 1조5000억 원 상당의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영덕을 방문한 날은 영덕군의회가 '신규 원전 유치 재검토 주민투표 청원' 안건을 상정한 날이었습니다. 경북 영덕에서도 원전 반대 움직임이 강화될까 봐, 국무총리가 직접 나선 것입니다.

삼척과 영덕에 추진 중인 신규 원전은 내년 상반기에 정부가 발표할 예정인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년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라는 것을 발표 합니다. 새로운 발전소를 지을 때에는 일단 이 계획에 반영이 되어야 합니다. 2013년 2월에 발표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삼척과 영덕의 원전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내년에 발표될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삼척과 영덕의 신규 원전이 포함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대한민국의 전력상황을 보면, 삼척과 영덕의 신규 원전은 전혀 필요가 없습니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너무 많은 신규 발전소들을 포함시켰기 때문에 전기가 남아돌게 생긴 상황입니다. 2020년이 되면,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여름철에도 전체 발전설비의 30%가 넘는 발전소들이 남아돌게 됩니다. 따라서 새로운 원전은 전혀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원전 마피아들이 더 무리를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정말 전력정책과 관련해서는 민주주의란 없습니다. 정보와 힘을 독점한 소수가 정책을 좌지우지합니다. 그래서 시민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이 비민주적이고 이권에 찌든 시스템은 바뀌지 않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국제/생태/세월호 등으로 나눠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이 맡고 있습니다. 생태와 세월호는 각각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원장이 격주로 진행합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창간 이후 조합원 및 후원회원 '프레시앙'만이 열람 가능했던 <주간 프레시안 뷰>는 앞으로 최신호를 제외한 각 호를 일반 독자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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