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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예민한 여성 때문에 '성희롱' 곤란 겪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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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예민한 여성 때문에 '성희롱' 곤란 겪어"

여성단체들 "정부, 성차별 당연시하고 장려하기까지"

전현직 고위 공직자의 성희롱 파문이 잇따라 터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여성 구직자에게 성차별적 질문에 순종적으로 응답하라는 내용이 버젓이 게재돼 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문제가 불거지자 관련 내용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노동자회·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일자리 정보 사이트 '워크넷'에 이런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 사이트는 '취업도우미- 면접요령'이라는 코너에서 구직자들에게 입사 면접에서 있을 수 있는 질문과 이에 대한 일종의 모범답변을 제시해 놓았다.  특히 여성 지원자와 연관된 질문 및 모범답변을 보면 "성차별적 내용이 버젓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성희롱'이 남성과 여성의 기본적인 인식 차이 때문이라고?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 보면, "성희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정부가 제시한 '모범답변'은 이렇다. 

"기본적으로 남성과 여성은 무엇인가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에 대한 가벼운 말 정도라면 신경 쓰지 않겠고, 농담으로 잘 받아칠 정도의 여유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 너무 지나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상대방에게 완곡하게 대화하여 제 생각을 표현하겠습니다."

고용노동부와 고용정보원은 "최근 성희롱 관련 재판도 많고, 지나치게 예민한 여성 사원에게 곤란을 당한 회사도 있다"는 점을 답변에 앞서 명심해야 한다고 여성 구직자에게 '당부'하고 있다. 

여성 단체들은 "여성노동자가 성희롱 피해를 당하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정부가 외면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결혼 언제? 물으면, '저희 언니도 일에 매진해 서른 살에 결혼했다' 답해라"

또 "커피나 복사 같은 잔심부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는 "커피를 타야 한다면 한 잔의 커피도 정성껏 타겠습니다. 사무실 청소도 할 수 있는데 그건 직장을 소중한 저의 생활공간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답변하라고 권했다. 

결혼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현재로서는 결혼 계획이 없다고 답변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충고한다. '업무를 제대로 할 만하면 퇴사하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결혼 예정자나 오래 된 애인이 있을 경우 기업은 채용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라는 이유다. 정부가 내놓은 모범 답안에는 "저희 언니들도 결혼보다는 일에 매진해 서른 살에 결혼했습니다. 저는 좀 더 늦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라는 대목도 있다. 

여성 단체들은 "수많은 여성 구직자들은 워크넷의 면접요령을 보면서 회사에서 자신이 겪어야 할 성차별을 예감하며 성차별을 당하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며 "정부가 현실에 만연한 성역할 고정관념과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는 내팽개치고 성차별을 당연시하고 장려하기까지 하고 있는 것"이라 비판했다. 

이런 내용이 논란이 되자 고용노동부는 관련 컨텐츠를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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