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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대선 슬로건은 '말아먹은 10년'?

[10.4 정상 선언 7주년 기념 토론회] 2007년 이후 보수 정권 7년, 안보 정책의 4가지 문제점

10.4 남북 정상 선언 7주년 토론회에서 백낙청 한반도평화포럼 공동이사장은 제대로 된 진실을 밝히는 것이 평화와 통일 논의에 필요하다며, 2010년 천안함 사건의 진실 규명을 지레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백 이사장은 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토론회의 인사말에서 "'민주 평화 세력이 계속 집권해서 10.4 선언을 제대로 이행하기만 했으면 매사가 잘되었을 것'이라는 가정을 되풀이하고만 있어서는 변화된 현실 속에서 국민에 대한 설득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10.4 선언의 주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의 예를 들며 "민주 정부가 재집권했더라도 쉽게 이행될 성질이 아니었다"며 "이 합의의 절묘한 효과는 당장에 실현되지 않더라도 이행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는 동안엔 NLL(북방한계선) 문제의 폭발력이 대폭 감소한다는 점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수 정부 7년 차를 맞는 현실 속에서 어떤 분야의 남북 협력이 가능할지 연구하며 10.4를 부인하는 세력을 비판하고 더러는 견인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 이사장은 "평화와 통일 논의가 어디까지나 진실에 입각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그 점에서만은 굴복을 모르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면서 2010년 일어났던 천안함 사건을 거론했다. 그는 "어뢰 폭발이 있었냐 없었냐 하는 것은 정치나 이데올로기의 영역이 아니라 과학의 영역에 속하는 사실관계"라며 "다른 사실관계는 몰라도 정부 측의 공식 발표가 국내외의 과학계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요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백 이사장은 정부의 발표가 맞는 결과라는 확신 또는 정부 발표니까 무조건 믿는 것이 '국민 된 도리'라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면 소신대로 말하면 되지만, 그러한 확신이나 신념이 없이 당국이나 주류 언론에 '찍히지' 않으려고 혹은 선거전의 표 계산에 따라 '폭침'설을 수용하는 것은 "원칙을 저버린 정략의 혐의를 벗기 어렵다"고 일갈했다.

그는 "한국 민주주의가 본격적인 전진을 재개한다고 할 때 가장 난감한 숙제 가운데 하나가 군에 대한 문민 통제 실현"이라며 "이때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군의 부실한 조사와 발표를 다시 검증하는 작업이 국민이 가진 몇 안 되는 카드"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평화나 통일을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지식인들이 (천안함 진실을 밝히는 것을) 지레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이대로 가다간···'말아먹은 10년' 될라

이날 '자주 국방과 한반도 평화의 길'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는 "다음 대선에서 '말아먹은 10년'이라는 슬로건이 나올 수도 있다"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7년 동안 남북 관계 및 동북아 평화와 관련해 네 가지의 심각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 3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63빌딩 이벤트홀에서 10.4 남북 정상 선언 7주년 기념 토론회가 열렸다. ⓒ프레시안(이재호)

김 교수는 우선 한미 동맹의 성격이 각자의 국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세계 전략을 위한 동맹으로 변해버렸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한미일 삼각 군사 협력을 통해 적은 돈을 들이고 일본과 한국을 앞에 내세워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는데, 여기에 우리가 아무런 저항 없이 말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가 해결해야 할 대상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빌미로 변했다는 것도 문제다. 김 교수는 "이미 북핵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빌미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보좌관이었던 벤 로즈가 "북한은 이미 핵 보유국"이라고 언급했다는 사실을 들며 "미국 입장에서는 북핵 문제를 풀어서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사회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남북 관계와 통일 논의가 흡수 통일과 북한 붕괴론에 치중돼 있는 것도 우려할 만한 상황으로 지적됐다. 김 교수는 "통일의 가능성을 낮추고 안보 위협을 높이면서,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안보 포퓰리즘'이 성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2008년 이후 북·중 관계가 갈수록 의존적으로 변한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중국 사람들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고마워한다. 북한을 중국의 동북 4성으로 만들어줬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북한이 마지막 생명선을 중국에 대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북한에 급변 사태가 생길 경우 중국이 북한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우선권을 얻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렇듯 2007년 이후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동북아 정세와 남북 관계는 개선되기보다는 악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돼왔다. 특히 남북 간 긴장과 갈등은 동북아 전체의 위기로 이어지곤 했다. 이에 대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연세대학교 최종건 교수는 "위기를 우리가 스스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과도한 대북 위협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도하고 덜 객관적인 대북 위협 인식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여기에 대응하는 정책들이 남북 관계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갈등을 고착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맹에 대한 맹신이 한국의 국익을 침해하고 군비 경쟁을 통한 동북아의 안보 딜레마 구조를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북 억지론의 강화는 북한의 호전적 행위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정책 환경을 조성한다"며 "협상론은 정책적 공간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남북 간 군사적 대립이 심화하는 안보 딜레마는 강화되고 안정성은 취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한일 관계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위협적인 북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사 문제는 나중에 해결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기능론이 부각될 수 있다"면서 "우리에게 상당히 중요한 역사적·영토 문제는 뒤로 빠진 채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정보 협정,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가 부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교수는 "안보의 관점에서 보자면 나의 영토를 부정하는 세력은 주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일본은) 역사도 부정하고 있다"며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잘못된 과거사 인식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그런데 북한 위협이 너무 부각된 나머지 한일 관계의 혁신적 사고는 불가능해지고 기능적인 것만 강조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위협이 과도하게 뿌리내리게 되면 결국 한미일 동맹의 필요성이 커지게 되고, 한국의 안보와 국익이 그 안에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물론 북한이 군사적으로 위협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동맹이 있고, 대한민국의 국력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한미 동맹 의존은 우리의 정책적 상상력을 저하시킨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원만한 남북 관계가 한국의 이익과 한반도 평화에 공헌하고 나아가 동북아 지역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동북아 안보 위기는 지난 7년간, 혹은 앞으로 3년 동안 우리에 의해서도 연출될 수 있다"며 남북 관계와 동북아 위기를 개선하는 데 남한이 주도적으로 치고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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