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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파견' 현대차, 이젠 '살생부' 칼날 휘두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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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파견' 현대차, 이젠 '살생부' 칼날 휘두르나

[기자의 눈] 정규직 전환하랬더니…조합원 절반 '배제'하는 채용안 제시

56.1%.

대규모 불법 파견 사용으로 논란이 계속되는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25일 '논란에 종지부를 찍자'며 비정규직 노조인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이하 지회)와 정규직 노조인 현대차지부, 그리고 이들의 상급단체 금속노동조합에 던진 숫자다.

지회 조합원 중 절반을 약간 넘는 56.1%에게만 정규직으로의 '신규 채용'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절대 숫자로 하면 717명. 채용 대상 범위도 '직접 생산 하도급' 전체가 아니라 1차 하청 업체 노동자로만 한정 지었다.

신규 채용의 '기회'일 뿐이니 채용 과정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이를 대비해 함께 제시한 숫자가 76%. 조합원 971명에게만 '면접 기회'를 주겠다는 이 계획은, 뒤집어 말하면 조합원 4분의 1에게는 면접 기회도 부여하지 않겠다는 것을 뜻한다.

대법원이 현대차의 사내하청 사용을 '불법'라고 판결한 지 꼬박 4년이다.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은 '2년 이상 일한 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간주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현대차에는 여전히 법에 따른 '정규직 전환' 계획이 없다.

분류하고, 배제하고, 면접하고, 선별하는 '채용' 계획만이 있을 뿐이다.

▲ 현대자동차 울산2공장의 작업장 ⓒ연합뉴스

조합원 절반 배제 모형 제시…"면죄부 받으려는 것"

현대차의 이 안을 두고 노사는 '시뮬레이션'이라는 표현을 쓴다. '2016년까지 3500명 신규채용'이란 현대차의 기존 계획을 그대로 두고 만든 모형이란 얘기다. 이미 2038명에 대한 채용을 완료했으니 1462명의 자리가 '남았다.' 아니, 그렇게 하겠다는 게 현대차의 '입장'이다.

그리고 이 1462명 안에서 조합원 중 몇 퍼센트를, 비조합원 중 몇 퍼센트를 채용할 수 있는지를 현대차는 불법파견에 대한 '해답'인 듯 '특별교섭(현대차와 지회, 지부, 노조가 논의하는 자리)'에서 제시했다. 이 역시 뒤집어 보면, 조합원 중 몇 퍼센트를, 비조합원 중 몇 퍼센트를 '배제'할지를 제시한 것과 같다.

결국 10개월 만에 어렵게 재개된 교섭은 다시 중단됐다. 시뮬레이션이 나오고 바로 다음 실무 교섭이 열렸던 지난 2일, 김성욱 울산지회장은 정규직 노조의 만류에도 교섭장을 박차고 나왔다. 이튿날 낸 지회 자체 유인물에선 현대차의 시뮬레이션 안을 "면죄부를 받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지회장의 말처럼, 현대차가 제시한 채용 모형은 '불법 파견 부정'이란 땅 위에 설계돼 있다. 9234개 모든 사내하청 공정을 '불법'이라고 한 노동부의 2004년 판정, 그리고 불법파견을 확정한 2010년과 2012년 대법원 판결은, 이 시뮬레이션 안 어느 구석에도 담겨있지 않다. 불법 해결책이라기보단, 현대차 판 살생부에 차라리 더 가깝지 않은가.

▲ 2012년 10월 26일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 명촌 주차장에서 열린 '1박 2일 포위의 날' 모습. 사진에 보이는 송전탑에서 노조의 최병승·천의봉 씨는 296일 간 고공 농성을 벌였다. ⓒ프레시안(최형락)

누가 현대차에 선별 채용할 권한을 줬나

대법원 판결로는 4년이지만, 이들이 싸운 세월로는 10년이다. '간접 고용'이란 단어조차 어색하던 때에 불법 파견 논란에 불을 지폈고 노동부와 대법원으로부터 불법 판정 및 판결을 얻어냈다.

오는 8월 21일과 22일엔 3년여를 기다린 끝에 비정규직 노동자 1600여 명에 대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 선고가 예정돼 있기도 하다. 노동계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일하는 등의 900~1000명가량은 정규직 판결을 받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법 논리는 장황하고 어렵지만, 현장에서 일을 하는 이들에게 이는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결과일 테다. 오른쪽 바퀴는 정규직이 끼우고, 왼쪽 바퀴는 하청 노동자가 끼우는데, 소속도 다르고 월급은 반토막인, 눈앞에 보이는 차별이니 말이다.

그래서 어렵사리 노조를 만들고, 가입하고, 각종 재판을 위한 증거 자료를 수집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대법원 판결 이행을 요구했던 2010년 25일 점거 파업과 2012년 최병승·천의봉 씨의 296일 고공 농성도 그 '노력'의 하나다. 이후 떠안게 된 236억 원대의 손해배상·가압류 청구과 110여 명에 대한 해고 또한 빼먹기 어렵다.

따라서 '정규직 전환'이란 최종 마무리 작업의 공은 현대차 사측이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불법을 고발한 이들을 두고, 이제 와 현대차에 '선별과 배제의 권리'가 있다는 것은 너무도 관대한 논리가 아닌가. 많은 희생을 감수하며 '정상화'를 외쳐도, 재벌을 상대로 싸우면 배제된다. 이는 너무도 잔인한 이야기가 아닌가 말이다.

김성욱 지회장 "현대차, 변하지 않는다면 투쟁 수위 높일 것"
대법 판결 4년…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 4시간 부분 파업

'불법 파견' 대법원 판결 4년을 맞은 22일,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가 아산·울산·전주 세 곳에서 4시간 부분 파업 등을 벌였다.

울산 지회 소속 조합원 350여 명은 이날 오후 2시께 현대자동차 본관 앞 열사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현대차의 신규채용 안을 규탄했다.

김성욱 지회장은 이날 교섭 중단을 선언한 이유를 조합원들에게 설명했다. 김 지회장은 "긴 시간 참아왔지만 (현대차는) 변하지 않았다"며 "717이란 숫자로 우리 조합원들을 갈라치기 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파업을 기점으로 향후 투쟁 수위를 높여갈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김 지회장은 "오늘 싸움은 경고 수준이며, 회사가 변하지 않고 계속해서 쓰레기 안을 던진다면 이후 집회가 아닌 현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 지회의 이 같은 교섭 중단 선언으로 불법 파견 특별교섭은 전주·아산 지회만 참여한 채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두 지회는 교섭 유지로 입장을 모아왔다.

앞서 지난 19일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에서 열린 현대차 비정규직 통합 대의원대회에서도 세 지회는 5시간의 논의 끝에 "각자 다른 상황 판단을 존중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편, 금속노조 관계자는 22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세 지회의 입장이 통일되지 않으면 교섭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게 노조 기본 입장"이라며 "이후 아산·전주만 참여하는 교섭이 열려도, 교섭 대표자인 금속노조 위원장이 참여하지 않는 실무교섭만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3지회 파업은 금속노조가 △ 금속산업 최저임금 인상 △월급제로 임금체계 개선 △통상임금 정상화 △사내 생산공정과 상시업무 정규직화 등 임금·단체 협상 투쟁 4대 요구안 쟁취를 내걸고 벌인 4시간 부분 파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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