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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화려한 공약, 지킬 돈은 어디서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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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화려한 공약, 지킬 돈은 어디서 나오나?

[복지국가SOCIETY] 지방선거를 바라보며 증세 운동을 생각하다

6.4 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후보자들의 공약 경쟁이 치열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각 후보자의 5대 공약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가덕도 신공항, 남부권 신공항 건설 및 동서광역철도망 구축, 인천~강릉 고속철도 유치, 스마트 시티, 창조경제타운, 라온 시티와 같은 특성화 단지 조성 등 각종 토목사업 추진 공약에 이어, 공공임대주택 및 아파트 공급 확대나 노인지원센터 건립과 같은 복지 공약도 넘쳐난다. 모두 새로 건설하고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공약집의 '재원' 부분이 빈약한 이유

없던 것을 새로 만들고 기존의 것을 보다 늘리기 위해서는 추가로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공약집을 살펴보면 공약의 구체적 내용과 효과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보여주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재원에 대해서는 '국비', '시·도비', '예산 절감', '우선순위 조정' 등과 같이 추상적이고 간략하게만 언급되어 있다. 심지어 어떤 후보는 필요한 금액만 밝힐 뿐,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겠다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공약을 '이행'하려면 재원 역시 공약의 효과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그럼에도 여야를 불문하고 제대로 된 재원조달 방법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표를 얻을 목적으로 재원에 대한 고려 없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한다는 문제도 심각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방 부채(지방공기업 포함)가 100조 원을 넘어서서 지방 재정의 위기라고까지 불리는 현 지방 재정 상태에서, 지자체의 장이 되더라도 재원을 확보할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지방 재정의 구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더 쉽게 알 수 있다.

ⓒ연합뉴스

지방 재정 구조에서 나타나는 위기의 원인

먼저 지방 재정의 수입, 즉 세입 구조를 살펴보자. 지자체의 세입은 지방세와 세외수입과 같이 지자체가 스스로 조달하는 자체 재원과 교부금이나 보조금 등의 명목으로 중앙정부가 국세 일부를 지방에 지원하는 의존 재원으로 구성된다. 이 중 교부금은 지역별 재정 격차를 반영하여 제공된다. 지자체의 예산 총액에서 자체재원 비중을 나타내는 재정자립도를 보면, 2013년 약 51.1%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87.7%라는 높은 수준의 서울 본청 재정자립도가 반영된 전국 평균임을 감안할 때, 대부분의 지자체가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재정자립도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역 간 격차도 심각하여 전북 남원시의 재정자립도는 8.6%로 한 자릿수에 그친다. 즉, 현재 지방 재정의 절반 이상이 지자체가 스스로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충당하고 있다.

지방 재정의 지출(즉, 세출) 구조는 어떠한가? 2013년 지자체 전체 지출(156.9조 원)에서 지자체 운영에 필요한 행정운영경비(22.4조 원) 및 재무활동비(9.4조 원)를 제외하고, 오로지 정책 수행을 위해 소요된 비용은 125.6조 원으로 전체 지출의 79.7%에 이른다. 그런데 이 정책사업비의 약 52%인 65.2조 원은 국고보조사업, 즉 중앙정부가 결정한 사업을 해당 지역에서 집행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작년에 무상보육 대상을 확대함에 따라 국고보조율 인상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대립했던 것은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지자체의 부담을 잘 보여주는 사안이다.

반면 지방정부가 자체적인 사업을 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60.3조 원으로서 전체 정책사업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8.3%에 불과하다. 지방정부 지출의 상당 부분이 지출 재량권 없이 재정 부담만 떠안겨 주는 국고보조사업에 쓰이는 것이다.

이처럼 지자체의 재정을 구성하는 수입과 지출의 상당 부분을 좌우하는 중앙정부의 정책은 지방 재정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은 지방소비세 신설로 보존액 약 9.7조 원을 감안하더라도, 지방 재정에서 약 30조 원을 감소시켰다고 보고된 바 있다. 지자체 예산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복지 분야 예산의 경우 85% 이상이 국고보조사업인데, 2010년 무상급식 이후 보편복지 흐름을 탄 복지정책이 확대되면서 정해진 국고보조율 하에서 지자체의 지출 부담을 가중시켰다.

지방 재정 위기 극복 방안 : 지출 측면

그렇다면 지방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수입과 지출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지출 측면에서 지자체의 자체 사업 비중을 높여야 한다. 이는 국고보조사업에서 중앙정부의 책임 몫을 늘리는 것과 병행해야 한다. 특히 무상보육, 기초연금과 같이 국민의 기본권에 따라 보편적으로 시행하는 복지사업은 지역적 차이와 관계없이 모든 대상에게 똑같이 제공해야 하므로 중앙정부가 재정을 더 많이 부담하는 것이 합당하다.

각 지자체에 대해서는 서울형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이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적합한 정책을 자체적으로 고안하여 집행할 수 있도록 재정적 재량권을 확대해 주어야 한다. 이것이 지역 주민들에게 걸맞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둘째, 국고보조사업을 결정하는 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력이 필요하다. 사실 국고보조사업을 고안하는 과정에서 지방정부는 배제되고 중앙정부의 정략적 이해관계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방정부도 재원의 25%를 부담해야 하는 기초연금안이 지방 재정의 지급 능력에 대한 세심한 고려 없이 졸속으로 처리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국고보조사업은 재원을 보조하면서 동시에 주민들에게 직접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방정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감당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이러한 협의를 통해 필요한 경우 국고보조율이나 교부금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실제 정책을 집행할 지방정부의 부담을 중앙정부와 분담해야 한다.

위의 두 방안은 지출 측면에서 지나치게 제약된 지방정부의 재량권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지방정부가 스스로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의 범위가 확대되고 국고보조사업 결정 시 지방정부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재정이 나빠져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그럼에도 위의 두 방안만으로는 지방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현재 시장만능 자본주의로 심각한 상태에 이른 한국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대안 모델로서 복지국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전국적 차원뿐만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 보편적 복지에 대한 수요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도 약 26조 원에 이르는 적자를 보이는 등 부채 비율이 지방정부보다 훨씬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고보조율을 올리거나 교부금을 상향 조정하는 것은 중앙정부에도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자면, 단지 한정된 재원 속에서 중앙정부의 부담분만 늘려서는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전체적인 조세 규모를 증가시키지 않는 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서로 재원을 더 많이 가져가려는 제로섬 게임의 상황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지방 재정 위기의 극복 방안: 수입 측면

그렇다면, 지방세를 신설하여 지방의 자체 재원을 증가시키거나 중앙정부의 수입 자체를 키워 지방에 돌아가는 몫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방세 신설만으로는 중앙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발생한 연간 8조 원의 지방세수 부족을 해결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 이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자체적인 재원 충당 능력을 보여주는 재정자립도의 차이에서 알 수 있듯이 이는 오히려 지역 간의 재정 격차를 더욱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

결국, 가장 근본적인 방안은 전체적인 세입 규모를 늘리는 것이다. 바로 증세이다. GDP 대비 조세 및 사회보험기여금의 비율을 나타내는 국민부담률을 보면, 한국은 25.9%로 OECD 평균인 34.1%에 한참 모자란다. 특히 소득세의 비중은 GDP의 3.6%에 불과하여 OECD 평균인 8.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 재원 자체가 이렇게 작으니 중앙이든 지방이든 정책을 집행할 때 재정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방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은 소득세의 보편적인 증세가 되어야 한다. 증세하면 중앙정부에서 지자체에 지원하는 교부금 및 보조금의 총량도 증가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지자체들이 가용할 수 있는 예산도 늘어나 주민 복지에 더욱더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주민들과 직접적인 접촉이 더 많기에 더 세밀하게 주민들의 복지 수요를 알 수 있는 지방정부의 특성상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복지가 늘어날수록 주민들의 편의는 더욱 향상될 것이다.

혜택으로 되돌아오는 증세 운동

바로 이러한 점이 지방선거 공약집에 증세에 대한 계획이 들어가야 하고, 주민들을 위한 일꾼이 되겠다는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증세를 외쳐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복지정책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될 지역주민들이 앞서서 증세를 요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금은 내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낸 세금은 가장 정의로운 방식을 통해 그 혜택이 다시 자신에게로 되돌아온다. 한국 사회에서는 세금은 빼앗기는 것, 즉 국가가 빼앗아 가는 것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불행한 역사적 산물로서 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이에 관해서는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이 아주 높은 유럽 복지국가들이 경험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바와 같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무상보육, 무상급식, 그리고 미래에 노인이 되면 받을 가능성이 높은 기초연금까지 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우리의 자녀들이, 우리의 부모님이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몇 년에 거쳐 우리 사회는 이미 보편적 복지의 힘을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경제와 복지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역동적 복지국가’의 꿈을 꾸게 된 것이다. 더 양질의 복지를 정의롭게 누리고 싶다면 나부터, 이웃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복지국가 증세’를 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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