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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파괴' 창조컨설팅에 82억 입금한 기업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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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조파괴' 창조컨설팅에 82억 입금한 기업들은?

"민주노총 탈퇴하면 1억…뚜렷한 '성공 보수' 지급 정황"

노동조합 파괴 컨설팅으로 위세를 떨쳤던 '창조 컨설팅' 그룹의 금융거래 내역이 공개됐다.

유성기업 13억1300만, 한진중공업 10억3400만, 상신브레이크 9억2800만, 보쉬전장 8억4300만, 만도 4억4500만, 발레오만도 4억400만, 콘티넨탈오토모티브 2억9200만, 에스제이엠 2억2000만 원 등.

2010년 1월부터 2012년 8월까지의 3개 은행·11개 계좌의 거래 내역이다. 불과 1년 6개월여 사이에 위 기업들을 포함한 총 23개 기업으로부터 창조컨설팅이 받은 돈은 82억4500만 원에 이른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사업장만 집계하면 60억5817만 원이 심종두 대표이사와 그의 부인, 조카, 장인 등이 함께 경영한 창조컨설팅으로 입금됐다.

15일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과 금속노조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자료를 공개했다. 발레오만도에서 벌어진 부당노동행위 관련 소송 중에 법원으로부터 받게 된 자료라고 입수 경위를 밝혔다.

자료를 구체적으로 보면, 일반적인 자문료라고 보기는 어려운 수천만 원에서 억대의 금액이 몇 차례에 걸쳐 입금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큰 금액이 입금된 시기는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이 급격히 줄었거나, 노조 간부에 대한 징계나 해고에 사측이 성공한 때와 일치한다. 금속노조는 이를 '성공 보수'로 보고 있다.

이같은 금융거래 내역이 공개됨에 따라 지난해 말 노조 파괴 혐의를 받고 있던 사업주들을 무더기 불기소한 검찰은 '부실 수사'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시 검찰이 불기소 처분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증거 불충분'이었다.

러나 3개 금융기관이 창조컨설팅의 금융거래 내역을 법원에 제출한 때는 불기소 처분 전인 지난해 6월이었고 이를 넘겨받은 법원이 당시 심리 중이었던 사건은 심종두 대표이사가 제기한 노무사 자격 취소 행정소송이었다. 따라서 이 사건 피고였던 고용노동부와 수사 결과를 넘겨받은 검찰이 '성공 보수'를 의심할 자료를 애초부터 가지고 있었단 지적이 가능하다.

장 의원은 "검찰과 고용노동부가 이 자료를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숨겼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여러 사업장에서 짧은 시간에 비슷한 일(직장폐쇄, 폭력용역 투입, 복수노조 설립)이 동시에 진행됐고 사용주들을 모두 처벌받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일개 노무법인 컨설팅 회사가 82억 원을 벌었다. 분명히 배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2011년 5월 25일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파업 현장에서 강제로 끌려나오고 있다. ⓒ프레시안 자료사진

"민주노총 탈퇴하면 1억…뚜렷한 '성공 보수' 지급 정황"

구체적인 거래 내역을 들여다보면 '성공 보수'로 의심되는 내역들이 확연히 눈에 띈다.

유성기업은 창조컨설팅과 자문 계약을 맺은 2011년 5월 6일 이후 매달 5500만 원씩을 '휴먼밸류컨설팅' 계좌로 입금했다. 이 회사는 창조컨설팅 그룹 계열사로 심 대표이사의 장인인 강채형 대표가 이끌었다.

유성기업이 5500만 원과는 별도로 다섯 차례에 걸쳐 1억 원씩 총 5억 원을, 그리고 한 차례 8648만 원을 입금한 사실도 확인된다. 여기서 1억 원이 다섯 번 지급된 2011년 8월에서 11월 사이는 용역·깡패를 활용한 직장 폐쇄(5월 18일)와 기업노조 설립(7월 15일) 시점 이후다.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2011년 여름과 가을은 공장 밖에서 농성하던 노동자들이 사측의 회유로 금속노조를 이탈해 하나둘 회사로 복귀하던 때였다"며 "5억 원은 노조 탈퇴와 현장 복귀에 따른 '성공보수'가 아니겠느냐"고 추정했다.

8648만 원을 '성공 보수'로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은 더욱 뚜렷하다. 새정치민주연합(당시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이 재작년 9월 공개한 창조컨설팅과 유성기업 계약 내용과 상통하기 때문이다.

당시 공개된 계약 내용을 보면, 양측은 △매월 5000만 원(부가세 별도) 자문료 지급과 별도로 △금속노조 조합원 수가 2011년 5월 6일(계약 시점) 기준 50% 이하로 감소한 때와 20%로 감소한 때 각각 일금 8000만 원(부가세 별도)을 '성공 보수' 명목으로 지급한다는 이면 합의를 맺었다.

홍 지회장에 따르면 8648만 원이 거래된 2011년 11월은 금속노조 조합원 수가 5월 6일에 비해 절반가량으로 떨어졌던 시점이다.

상신브레이크는 매달 110만 원씩을 창조컨설팅 계좌로 입금했으며 이와는 별도로 매달 3300~5390만 원씩을 창조시너지 계좌로 입금했다. 단, 2011년 1월에만 1억1000만 원이 지급되는데 이 역시 '성공보수'로 의심된다.

2010년 8월부터 약 두 달간 계속된 직장폐쇄 이후 10월에 금속노조 탈퇴파가 노조 간부를 뽑는 선거에서 당선됐고, 11월 26일에는 금속노조 탈퇴를 묻는 총회에서 탈퇴가 가결됐으며 12월에는 새 노조 집행부가 사측과 임금·단체 협상을 매듭지었다. 1억1000만 원은 이러한 '성공'에 대한 보수라는 설명이다.

상신브레이크의 창조컨설팅 입금 내역 역시, 재작년 은 의원이 공개한 양측의 계약 내용과 거의 상통한다. 상신은 2010년 8월 "금속노조 대구지부 상신브레이크지회가 민주노총을 탈퇴하거나 상급단체를 변경했을 때 성공보수로 1억 원을 5일 이내에 지급해야 한다"는 약정을 맺었다.

이 외에도 상신브레이크는 휴먼밸류컨설팅 계좌로 직장폐쇄 이후 적게는 32만 원에서 많게는 2억970만 원 수준으로 열 차례 지급했다. 금속노조는 이를 복귀자에 대한 교육 경비 명목으로 지급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만도·콘티넨탈·한진중 등도 창조컨설팅과 거래

이날 공개된 자료를 통해, 그간 창조컨설팅 개입 의혹만 있었던 만도와 콘티넨탈오토모티브(이하 콘티넨탈) 또한 각각 4억4550만 원과 2억9150만 원을 창조컨설팅에 지급하고 자문을 받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만도는 2011년 10월 31일부터 한 달에 한 번꼴로 55만 원을 총 10회 창조컨설팅 계좌로 입금했고, 이와 별도로 비전컨설팅으로 4억4000만 원을 2012년 7~8월 사이 두 번으로 나누어 지급했다.

콘티넨탈은 2012년 7월 휴먼밸류컨설팅 계좌로 6050만 원을 지급한 것을 시작으로 두 달 안에 총 네 차례의 금융 거래를 했고, 그중에 한 번은 1억1000만 원이란 큰 금액이 거래됐다.

여기서 만도의 4억4000만 원과 콘티넨탈의 1억1000만 원 역시 금속노조는 제2 노조 설립과 노동자 과반 확보에 데 따른 성공 보수라고 추정한다.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대림자동차와 풍산마이크로텍, 한진중공업도 창조컨설팅과 그 게열사에 각 8910만 원, 1억1638만 원, 10억3400만 원을 지급했단 사실이다.

이들 사업장에선 과거 대규모의 정리해고 실시됐거나 추진됐으며, 그를 전후로 복수노조가 설립되고 금속노조 탈퇴를 위한 총회가 실시된 바 있다.

▲ 2011년 5월 19일 새벽 유성기업이 고용한 용역 직원이 몰던 대포차량에 치인 유성기업 노동조합 조합원이 쓰러져 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현장은 날마다 전쟁…고통의 시간 줄여달라"

금속노조는 지난해 말 검찰이 무더기 불기소 처분을 하자 고등법원에 즉각 항고했다. 노조는 이날 공개한 증거를 활용해 이른 시일 내에 항고이유보충서를 제출하고 사용주 추가 기소를 한단 계획이다.

금속노조는 이날 "검찰이 불기소한 것과 같은 사건(보쉬전장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를 따지는 사건)을 다루었던 법원은 최근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며 "이는 노동부와 검찰의 사용주 처벌 의지 부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어 "노동 사건에서 공안 검찰이 법원 판결보다 더 엄중한 구형을 하는 것은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누가 봐도 범죄 행위가 충분히 의심되는 증거가 확보됐다면 최소한 기소는 해야 할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금속노조는 이날 회견을 마치며 검찰과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적극적인 재수사에 나설 것과 심종두 대표이사 등 창조컨설팅 소속 노무사들에 대한 엄중한 재징계를 요구했다. 진전이 없을 경우 '특검'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정훈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 또한 검찰 재수사와 유시영 사장 구속을 요구하며 185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노조가 파괴된 주요 사업장의 노조 간부들이 대거 참여해 검찰의 불기소 처분 이후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전했다.

정연재 금속노조 발레오만도 지회장은 "회사는 면죄부를 받은 이후 구사대를 동원해 매일 우리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경찰 1개 기동대가 상주하고 있고 구급차가 툭하면 조합원을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금속노조로 돌아오고 싶어하는 조합원들이 많지만 회사는 아직도 제2노조를 앞세워 금속노조 탈퇴서를 받고 있다. 부디 빠른 재수사로 고통을 줄여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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