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말 현재 3600개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법이 시행된 지 불과 1년여 만이다. 협동조합 설립 열풍이 불고 있다. 여세를 몰아 지난해 12월 말 협동조합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재석의원 가운데 반대표는 단 1표도 없었다. 여와 야, 보수나 진보할 것 없이 협동조합에 대해서는 우호적이고 협조적이다.
이번 개정안은 주로 협동조합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설립과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상법에 따라 설립된 주식회사 같은 영리법인도 협동조합으로 전환할 수 있다. 사단법인 같은 비영리법인은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변신할 수 있다. 또 협동조합이 다른 법인을 흡수·합병할 수 있고 협동조합연합회는 공제사업을 할 수 있다. 그동안 부채로 간주하였던 조합원 납부 출자금의 총액은 협동조합의 자본금으로 인정된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은 사회적 협동조합이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우선 구매하여야 한다.
게다가 오는 4월 15일부터는 협동조합이 중소기업 대접을 받게 된다. 지난 1월 '중소기업기본법'이 일부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이 다른 법인과 공정한 경쟁을 통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현행법의 중소기업자 범위에 협동조합과 협동조합연합회를 포함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협동조합의 경우, 7월부터 시행되는 ‘사회적 협동조합 공공구매 제도'에 따라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준하는 지원을 받는다.
이 같은 조치는 2013년 12월 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현장에서 줄기차게 제기된 민원들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성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협동조합 후진국 한국의 협동조합 행보는 이제 겨우 시작이다. 앞으로 우리 주류 경제체제와 협동조합 생태계가 서로 조화되기 위해서는 개선하고 개정할 문제점들이 적지 않다.
협동조합은 만능이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주위에 협동조합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벌써 집권당 등 보수 진영에서는 협동조합이 좌파 진영의 근거지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고 진보 진영도 온통 환영일색은 아니다. 일부 노동운동가들은 협동조합이 노동조합을 대체할지 모른다며 경계의 눈빛을 감추지 않는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협동조합의 교과서, 협동조합의 뿌리인 스페인 몬드라곤그룹의 파고로 전자가전부문이 파산을 맞았다. '협동조합 대망론'에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맥킨지는 우리의 '협동조합 열풍'을 구체적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2013년 3월 기준으로 협동조합의 월평균 증가율은 82.3%이다. 이는 벤처기업 설립이 절정이던 2000년의 벤처기업 연평균 증가율 78.3%와 비슷하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그럼에도 맥킨지는 “한국을 고도성장으로 이끌었던 재벌중심의 수출형 성장이 그 동력을 다 했음은 명백하다. GDP는 계속 성장하지만, 이것이 국가 경제의 발전과 다수 국민의 삶의 질의 향상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구시대의 종언을 고했다. 이제 한국 경제에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공공연하게 충고한다. “신화를 이루었던 성장공식은 더는 한국에서 유효하지 않으며, 한국은 모든 시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새로운 성장의 경로를 찾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 명백한 대안은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라고 분명히 제안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농업경제, 농촌사회가 인구수, GDP, 정부예산 등에서 5%도 안 되는 존재감과 활로를 되찾는 데,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경제 구현 모델이 실제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고 희망이다.
어쨌든 오늘날 한국의 협동조합 설립 추이는 맥킨지도 주목하듯 가히 열풍 수준이라 할만하다.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진보적 대안이라는 덕담과 장밋빛 전망이 곳곳에 난무한다. 하지만 이쯤에서,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1844년 세계 최초의 협동조합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이 지구에 출현한 이래, 협동조합의 성공사례는 일부 국가,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역사적 사실이다. 자본주의를 대체할 대안임을 증명할만한 선험적, 과학적 근거는 여전히 불분명하거나 미약하다.
그래서 자칫 ‘협동조합’이 지난날 ‘사회적 기업 광풍’의 전철을 밟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협동조합의 가치가 실현되려면 경제적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많든 적든 일단 ‘돈'이 남는 장사라야 한다. 그래야 망하지 않는다. 그런데 협동조합이 영위하는 업종들은 주소 서비스업에다, 소규모 영세자영업 수준이 대다수다. 외형이나 수익성도 낮다. 경제적 지속가능성이 높을 수 없는 구조다. 극단적으로, 경제적인 지속가능성, 사업적인 시장경쟁력이 없는 협동조합은 불가피하게 ‘결과론적인 악덕기업주’ 처지로 내몰릴 수도 있다. 협동조합의 사회적 명분을 내세우며 사실상 노동자의 저임금, 장시간노동을 강요하는 운명에 놓일 수도 있다.
특히 협동조합기본법은 ‘사회적 협동조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칫 국가가 담당해야 할 사회복지 서비스 기능이 위축될 우려가 크다. 어쩌면 국가가 감당해야 할 기능을 민간의 사회적 협동조합이 떠맡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오해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심지어 프리랜서 등 특수고용노동자에게 협동조합은,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해주지 않으려는 왜곡된 의도로 비칠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에서 주식회사의 구조에 익숙한 상태에서는, 협동조합이라는 '공동체적' 법인격이 안고 있는 ‘의사결정구조’, ‘자본조달 또는 조성’, ‘고용 경직성’ 등의 특성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협동조합의 현장에서도 여러 가지 민원이 다발하고 있다. 기본법은 만들었으나,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지자체 지원조례나 지침 등의 유기적 연관성이나 합리성이 부족하다. 그에 따른 행정부처 및 집행부서 간 ‘행정 칸막이’ 문제도 상존한다. 게다가 출자금 시장가치 평가에 따른 증여세 발생 등 조세제도 문제, 신용보증 등 금융거래 시스템의 정비 등 제반 사업 환경이 정리되지 않은 문제 등, 온갖 ‘한국적 협동조합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자의 반 타의 반의 선택, '한국적 협동조합'이 안고 있는 과제
애초 한국의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은 전적으로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결정이라 주장하기는 어렵다. 2012년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맞아 협동조합 관련 법제를 정비하라는 UN과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물론 생협을 중심으로 이른바 협동조합 운동가들의 입법 요청 노력이 수용된 성과로 인정할 수도 있다.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의 선택이라는 게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그만큼 추가하고 보완해야 할 후속 과제가 적지 않다는 말이다.
먼저 교육·학습 프로그램이 선행되어야 한다. 협동조합 관련 정부 정책이 기존의 농업경영체, 사회적 기업처럼 보조금 지원 정책과 다르지 않으리라고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오해는 농촌지역사회의 자조적 발전을 견인해야 하는 협동조합의 경영전략과 발전방향을 왜곡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당분간 정부의 지원정책은 협동조합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책 보다, 주민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학습 기회를 확대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 사업의 목적과 목표, 조합원들의 책임과 의무, 경영자(지도자)의 경영역량과 민주적 리더십 등이 교육·학습프로그램으로 개발되고 시행되어야 한다.
정부부처의 연관제도도 개선되어야 한다. 기본법에 따라 설립된 협동조합이 다른 법규로 규정된 여타 법인이나, 농협, 신협 등 기존의 협동조합에 비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책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또 협동조합 설립, 전환, 사업운영 등을 지원할 제도와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가령 농업을 영위하는 협동조합은 최소한 대표적인 농업경영체인 농업회사법인이나 영농조합법인과 차별되지 않는 수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관련법과 농림사업 시행지침 등 지원근거 제도를 개선하면 된다.
농촌지역의 경우 사회서비스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농촌 복지 프로그램은 인구 밀도가 낮은 과소화 마을 등 복지사각지대에는 미처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예산 부족 등 재정적 제약 때문이다. 농촌지역의 서비스 수요자들이 자구책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해 대응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기존의 정부 및 지자체의 사회서비스 프로그램은 사회복지 관련 법제나 정책 사업을 통해 일반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관련 정책 추진 체계에 사회적 협동조합이 참여할 여지가 없는지, 법제상의 제약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협동조합기본법에서 규정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이, ‘사회적 기여’를 강조하여 법인격을 ‘비영리법인’으로 명시하고 있는 입법 취지에도 적극적으로 부합하는 것이다. 특히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어촌공동체회사, 안전행정부의 마을기업 등 농촌지역의 사회서비스 수요를 담당하는 법인들이 협동조합 형태의 법인격을 갖춘다면 실무차원에서 보다 활동력이 강화될 것이다.
농촌지역 협동조합들은 서로 연대해야 한다. 현재 협동조합들의 지역 내 연대의 연결망을 구축할 때, 가장 중요한 조직은 단연 농협이나 신협일 것이다. 자본, 인력, 조직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이들 농협, 신협을 기반으로 협동조합연합회를 구성해 협동조합지원기금을 조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법제에서는 협동조합연합회는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른 협동조합들끼리만 결성이 가능하다. 개별법에 따른 농협, 신협 등과는 단지 협의회 수준의 조직을 만들 수 있을 뿐이다. 단기적으로는 이처럼 법률적 근거를 달리하는 협동조합들이 협의회를 구성, 지역의 협동조합 설립과 활동을 지원하는 ‘협동조합지원센터’같은 일종의 중간지원조직을 먼저 만드는 게 현실적인 연대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협동조합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학습 지원, 협동조합 설립 자문 등의 활동을 주로 하면서 협동조합들의 연대 밀도와 연합회 입법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협동조합 정상화는 관련 법 제정과 개정에서부터
농촌지역 협동조합의 정상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련 제도와 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부터 개정할 필요가 있다.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면제 등의 지원대상인 농업회사법인은 상법상 법인 형태로만 설립 가능하다(조세특례제한법 제68조, 제105조, 제106조). 따라서 농업법인(영농조합법인 및 농업회사법인)과 같은 수준의 지원이 가능하도록 협동조합을 농업법인의 한 형태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농식품부의 보조금 및 융자 지원 정책사업은 주로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농업법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농업인들의 협업적 농업경영체 성격의 협동조합을 설립할 경우, 이 법률의 지원대상에 포함하는 게 형평성에도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사회적 기업 육성법’도 맞추어 개정해야 한다. 현재 사회적 기업에 취약계층 근로자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협동조합에 대해서도 인건비를 지원할 필요성과 타당성이 있다. 협동조합기본법에서는 사회적 협동조합의 사업 범주를 ‘취약계층에게 복지, 의료, 환경 등 분야에서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기업의 정책목적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정책지원 명분이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법인 그 자체로 국제사회가 가장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하는 조직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사업화에 뛰어드는 것도 위험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2012.9월, 복수응답)를 따르면, 응답자의 53.8%가 현재 조직의 법인격을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거나 새로 협동조합을 설립해 사업화할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현재 사업조직 전환이 45.5%, 협동조합 신규 설립이 15.3%로, “협동조합기본법을 알고 있다”는 응답비율 36.5%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는 협동조합기본법 등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도와 지식이 부족하면서 막연한 기대로 협동조합 사업화를 계획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은 현실을 말해주는 결과다. 실제로 설립 신고 수리 이후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고 있는 협동조합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실태조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또 응답자의 65%가 출자금 규모 1억 원 이하를 예정하고 있다. 협동조합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들이 협동조합 설립과 사업화를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염려되는 대목이다.
협동조합금융도 난제다. 문제는 협동조합 경영지원, 협동조합 대출, 협동조합 투자 등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경영 지원, 회계·재무컨설팅 등 사업경영의 전문성, 역량 확보가 중요하다. 특히 협동조합의 특성에 부합하는 재무제표 평가, 신용평가 및 신용등급 기준 마련이 최우선 과제다. 협동조합 유형별, 성장단계별 금융수요 조사, 최적 자금조달 방안도 수립되어야 한다. 법적, 제도적 한계가 존재하는 기존의 농협, 신협, 금고 등 금융협동조합들이 협동경제의 금융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위상을 재정립해 이른바 ‘협동조합경제 금융생태계’를 구축할 필요도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는 업종별 협동조합연합회의 출자로 이른바 ‘협동조합도매은행’을 설립해, 조합원에 대한 투융자, 정부 협동조합 육성자금 및 정책기금 운용 등을 담당하게 할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 협동조합의 자조적인 서민금융과 공제활동을 위해서는 신용협동조합과 공제조합 설립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인적 조직이면서 기업으로서 ‘1조합원 1표’를 명심하고 주의해야
총론적으로 조합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일단 협동조합은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지역 사정에 밝은 점을 특히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조합원과 고객과의 밀착도가 높고 지역의 자원 활용이 쉽다. 가령 지역공동체 활성화 사업의 주체로서 제격인 셈이다. 또 협동조합의 지도자들은 일반적으로 지역의 저명인사, 유지들이기 때문에 협동조합은 지역주민들에게 잘 알려진 조직이다. 그리고 조합원들을 직접 책임지게 되면, 지도자의 신뢰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협동조합에 대한 믿음도 그만큼 높아진다.
협동조합은 수평적, 수직적 통합과 네트워킹을 활용한다. 지역의 소규모경제단위가 수행할 수 없다든지 혹은 큰 비용이 투입되는 과제를 차상위의 중앙조직, 국가적, 세계적 조직과 연대하여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음을 의미한다. 협동조합은 오래된 사회적, 경제적 구조가 붕괴할 경우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공동으로 활동할 경우 자기 이익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다는 협동심에서 우러난 것이다.
협동조합은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구매력, 계획생산, 지식, 기금 등의 자원을 공동으로 이용한다. 협동조합은 출자자의 가치 증식을 위한 이윤 추구의 압박을 받지 않는다. 협동조합은 사용자 중심이며, 조합원은 일차적으로 사용자로서의 이익을 모색할 뿐 투자자로서 이득을 추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순수 협동조합의 출자자는 주식회사의 주주가 아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자기이익을 중요한 내적 동력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자기이익은 공동의 이익을 위한 유기적 협력 방식, 즉 협동조합적 개인주의가 발현될 때 가장 잘 충족될 수 있다.
사회적 관점으로도 희망적이다. 협동조합은 새로운 경제사회 발전모델, 즉 사회적 경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기본법에 명시된 대로 협동조합 내에서는 조합원의 이익에 충실하고, 출자금액에 관계없이 동등한 의결권을 가지며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민주적 운영이 중요한 원칙이다. 협동조합이 활성화되면 윤리경영과 공생발전 등 긍정적인 사회적 역할 또한 기대된다. UN은 사회 통합 및 결속력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북유럽 선진국에서는 협동조합이 ‘사회를 유지하는 체제의 큰 축의 하나’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협동조합은 사회적 자본형성에도 기여한다. 사회적 자본이란 신뢰, 네트워크, 규범, 제도 등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간의 협력을 촉진하는 사회의 무형자산을 말한다. 이 같은 사회적 자본이 잘 갖추어지면 정보부족과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발생할 수 있는 거래비용을 낮출 수 있다. 또 기회주의적 행동에 따른 무임승차 문제 등을 완화해 경제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 경제성장을 촉진한다. 게다가 축적된 사회적 자본은 사회구성원의 소속감을 증진시켜 복리를 향상시킨다. 사회적 통합도 촉진시킨다. 오늘날과 같이 경제·사회적으로 변화가 심하고 계층 간, 집단 간에 사회적 긴장이 높아지는 시기에는 사회통합의 기제로서 사회적 자본이 중요하다. 협동조합은 역사적으로 구성원들의 협동을 통한 자조, 민주주의와 형평성, 자기책임, 협동조합 간의 협동과 연대, 지역발전 등을 강조해 왔다. 윤리적 가치로서 정직, 공개, 사회적 책임,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을 추구해 왔다. 이러한 협동조합의 특성은 신뢰관계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매개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사회적 자본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 같은 협동조합적인 사회적 장점이 잘 발휘될 수 있는 사회적 영역들은 다양하다. 우선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의료, 육아, 자동차 정비, 이사서비스, 친환경농식품 등의 분야다. 업무의 동질성이 높아 노동자 협동조합의 조직운영비용은 많이 필요하지 않다. 마을버스, 택시, 택배서비스, 법률, 상담, 리서치서비스 등을 들 수 있다. 현재 규모의 경제나 경영전문화가 부족하여 주식회사 형태의 대기업의 시장지배력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는 분야도 유망하다. 전통시장, 슈퍼, 음식점 등 협동조합 프랜차이즈시스템이 작동될 수 있는 부문이다. 지역의 공통적 과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협동조합 영역도 적합하다. 노인 돌봄 서비스, 취약계층 자녀를 위한 방과 후 프로그램 등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취약노동계층의 노동통합을 도모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등이다.
특히 비영리법인인 사회복지법인 중에서 경영진의 독단적 운영의 폐해를 안고 있는 법인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해관계자의 민주적 참여를 요체로 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특정지역 주민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아파트지역의 생활협동조합, 주택협동조합 등이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협동조합이 연대하여 마을극장, 마을 도서관, 커뮤니티카페 등 문화예술영역에서의 협동조합 소유의 문화공간 확대도 기대된다.
또한 사회적 협동조합의 활성화는 사회안전망에 편입되는 계층의 폭이 확대되고 공공서비스가 보완되는 성과를 가져온다. 사회 전반적인 복지수준 향상과 소득분배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궁극적으로 협동조합은 경제민주화에 기여한다. 소수가 의사결정권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참여자가 함께 결정하는 지배구조를 확산시킨다. 경제적 약자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장의 질서를 구축한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협동조합은 바람직하다. 협동조합의 경제적 전망은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능력 및 거시 안정성을 제고한다는 점이다. 협동조합은 경기 후퇴 시 다른 형태의 업체들에 비해 영향을 덜 받고 생존율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협동조합이 활성화될 경우 위기 발생 시 구조조정 규모를 줄일 수 있다. 협동조합은 경기 호황 시 지나친 사업 확장을 자제하며 경기 후퇴 시에도 사업을 지속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거시적 안정성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 한편 협동조합은 은행차입보다는 자본금을 이용한 투자에 치중하므로 재무건전성이 높고 위험 기피적인 성향을 나타낸다.
협동조합은 고용 및 노사관계의 안정성도 제고한다. 호황 시 사업 확장을 자제하는 반면 경기 침체 시 사업을 지속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때문에 경기변동이 고용변동으로 전이되는 경로가 약화된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근로자이면서 동시에 소유주이기 때문에 노사관계 안정에 직접 기여하게 된다.
협동조합은 가계소득의 안정성 제고와 후생 증대에도 기여한다. 임금, 사업소득 등이 가계의 주 수입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고용의 안정성 제고는 곧 가계소득의 안정성 제고를 의미한다. 협동조합은 일자리 창출 및 성장 잠재력도 제고한다. 협동조합으로 인해 소규모 창업이 용이해지므로 고용이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성장 잠재력 제고에도 기여하게 된다. 협동조합은 경쟁 촉진 및 물가상승 완화에도 기여한다. ‘시장에서의 교섭력 증대’는 협동조합 설립 목적의 하나이며, 기존 경제주체와의 경쟁도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급 측면(생산자 협동조합)에서는 대기업 등 기존 경제주체들과의 경쟁 촉진 및 유통단계 간소화를 통해 물가상승 완화에 기여한다. 또 수요 측면(소비자 협동조합)에서는 수요자들의 교섭력 제고 및 유통단계 간소화를 통해 물가상승 완화에 기여한다. 협동조합은 복지수준도 향상시키고 소득분배도 개선한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현실적으로 주의하고 조심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협동조합의 장점은 단점으로 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분적이나마 상호 모순적 관계가 드러나는 것이다. 이는 협동조합이 인적 조직(운동체)이면서 기업이라는 이중적인 정체성이 있기 떄문이다. 이를테면 협동조합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1조합원 1표’, ‘동일성’, ‘이중성’ 등이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는 협동조합으로서 경제활동에 참여할 경우,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협동조합의 조합원은 조직의 일원으로서 다른 구성원들과 공동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개인적 자율성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한다. 협동조합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충분한 수의 조합원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조합원의 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응집력도 떨어진다. 인적 단체로서 협동조합은 자본의 축적보다 조합원의 개인적 협력에 높은 비중을 둔다. 기업으로서 협동조합이 충분한 자본을 조달하지 못하면 조합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주체가 되어 민주적으로 운영 및 관리되어야 한다. 하지만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어느 정도 보장해야 한다.
협동조합은 자유회원제로 조합원의 탈퇴가 자유롭다. 그러나 출자금의 변동 요인이 되어 써 자본의 안정적 유지를 어렵게 하기도 한다. ‘1조합원 1표’의 협동조합적 민주주의는 조합원의 출자금 증대에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조합원 촉진이 협동조합의 주된 목적이지만, 이를 위해 조합원에게 원가로 성과를 제공하면 협동조합의 장기적 발전에 필요한 자금의 적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 또 협동조합이 경영비용의 절감이나 경영수익의 증대를 위해 비조합원 거래에 치중하게 되면, 조합원 사업이 위축되어 조합원 촉진에 부정적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
협동조합은 ‘사회적 농업·농촌경제’의 대안 모델
적어도 농촌에서 협동조합은 '사회적 결사체’의 최적화 모델이 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추진된 농촌 지역개발 정책은 내생적 발전모델로 설명할 수 있다. 상향식 사업계획, 주민 역량강화사업(S/W), 민관 거버넌스 등으로 특징된다. 하지만 여전히 ‘관 주도 보조금 사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내생적 발전에서 이른바 ‘자조적 발전’의 모델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은 그동안 농촌정책에서 견지해온 농촌의 내생적, 자조적 지역사회 발전전략을 개선하는 대안으로 어느 정도 적합한 방안으로 보인다. 인구밀도와 생활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농촌 지역사회에 적정한 가격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데 협동조합이 유력한 수단과 경로가 될 수 있다. 농촌 지역사회에서 협동조합이 활성화되면 인적 자원이나 사회자본도 따라서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오늘날 농촌사회가 겪고 있는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으로 기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자들은 “이 같은 사회적 배제를 발생시키는 주된 요인은 인구 과소화로 인한 지역사회의 공간적 분산과 사회적 상호작용의 밀도 감소”라고 지적한다. 즉 통학 거리가 멀어지는 농촌 아동의 접근성 문제, 보육시설, 병원, 주유소, 상점 등의 생활서비스 창구 감소 등이 일반적으로 농촌 주민이 경험하는 사회적 배제의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덧붙여 고령화, 노인 독거 가구 및 조손 가구 증가, 다문화 가구 구성원의 문화적·사회적 고립 등의 현상이 우리 농촌의 사회적 배제 문제의 심각한 병인이다. 이 같은 사회적 배제에 대응할 수 있는 해법이 ‘사회적 결사체’이다. 협동조합은 사회적 결사체의 대표적 유형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협동조합의 경영체 구조 자체가 지역사회 친화적인 만큼 농촌 지역사회의 자조적 발전을 위한 조직 모델에 걸맞다.
농촌에서 협동조합은 소규모 ‘소비협동조합’의 자구책이 될 수도 있다. 소규모, 영세 농업경영체가 많은 농촌에서 협동조합은 지역사회의 경제적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다. 생활필수품 같은 재화나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조합원들에게 공급하는 건 농촌의 소비자협동조합의 주요 역할이다.
극단적으로 과소화 마을 같이 인구 밀도가 극히 낮은 농촌 지역에서는 가격이 문제가 아니다. 공급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장거래 자체가 형성되거나 존속할 수 없는 구조이고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같은 농촌 지역에 협동조합이 필요한 것이다. 인구 밀도가 낮아 시장 실패를 피할 수 없는 영역에서 농촌 주민이 일상적 소비재나, 농업생산 자재를 구매하려면, 접근성 불리, 운송비용 부담 등으로 구매가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주민들이 소비(구매) 협동조합을 결성해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다. 오늘날 농촌 지역에서 구조적으로, 환경적으로 충분한 규모의 상권형성이 어려운 업종은 다양하다. 목욕탕, 대중교통, 약국, 병원, 도서관, 소매점, 음식점, 보육서비스 등이다.
농촌의 협동조합은 ‘지역사회 인적자산, 사회자본 발전소’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농촌 지역개발사업 등을 통한 자조적 지역사회 발전 전략은 주민의 삶의 질 향상, 지역사회 내부역량 증진 등의 효과가 있다. 행정, 주민 등 지역사회 발전의 추진주체는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 지역사회 다수 주민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지역사회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사업체’를 추구하게 마련이다. 협동조합같이 사회적 경제의 효용과 가치를 추구하는 법인격이 제격이다. 지역사회 구성원의 소수든, 다수든, 협동조합 방식은 지역사회 일반에 편익을 제공한다. 특히 다수가 참여하는 ‘지역사회(Community Business)협동조합’는 구성원의 욕구보다는 지역사회 발전을 사업목적으로 한다. 스페인의 몬드라곤(Mondragon)이 대표적이다.
농촌에서 지역사회 협동조합이 발전전략의 주체가 되면, 지역사회의 인적자산의 기반도 아울러 강화된다. 협동조합은 원칙에 명시된 대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인적 자산을 증진시킨다. 조합원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 확장되면 지역사회에서 유력한 평생학습기관으로 기능할 수도 있다.
또 협동조합은 지역사회의 사회자본(Socail capital)을 증진한다. 지역사회 주민들이 협동조합에 참여하면서 협동조합의 발전과정, 조합원 역할, 리더십 등을 경험하고 공유한다. 사회자본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곧 지역사회와 구성원들이 사업조직을 만들거나 강화하는 데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 협동조합에서 회의, 토론, 교육, 학습 등의 활동을 하면서 조합원(주민)끼리 상호작용을 하는 가운데 사회자본이 증진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과소화되고 사회적 활력이 저하된 농촌 지역에서는 사회적 연결망이 침식되거나 부재한 상태이므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거나 복원하는 조직화 활동이 절실하다.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방법이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협동조합은 ‘갑'에 맞서는 ’을 중심 경제민주화'의 해법과 대안
경제주체별로 볼 때 협동조합은 대기업, 재단 등 기존의 경제주체들('갑')에 비해 규모가 작거나 교섭력이 약한 ‘취약계층(을))’을 중심으로 형성되게 마련이다. 협동조합의 태생적 속성이다. 따라서 협동조합 활성화로 인한 경제적 효과의 많은 부분은 취약계층, 즉 '을'에게 귀속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사회적 협동조합'의 활성화는 사회안전망에 편입되는 계층의 폭을 확대하고 공공서비스를 보완할 수 있다. 사회 전반적인 복지수준 향상과 소득분배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도 협동조합은 경제민주화에 기여한다. 경제 분야에서도 소수('갑')가 의사결정권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참여자가 함께 결정하는 지배구조를 확산시킨다. 경제적 약자('을')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장의 질서를 구축한다. 특히 협동조합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조합원 1인 1표 원칙'이다. 이로써 협동조합의 의사결정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또 시장의 지배력 측면에서 독과점기업('갑')의 횡포에 대항할 수 있는 세력으로서 협동조합('을')의 역할이 증대된다.
기왕의 주식회사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 내의 대부분 경영조직은 그 의사결정과정에서 자본이 사람을 지배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협동조합은 사람인 조합원이 자본을 지배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협동조합은 소수('갑')의 지배가 아닌 다수 조합원('을')에 의한 의사결정으로 움직인다. 협동조합은 경제적인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조직이다. 협동조합은 출자배당을 최소화하고 잉여금을 적립하여 축적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자본력을 확대해 나갈 수도 있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주식회사의 자리를 대체할 수도 있다.
이처럼, 협동조합은 자체조직의 민주적 경영방식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발생하는 독과점의 폐해를 협동조합이란 조직을 통하여 시정하고 교섭력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시장에서 소외되거나 제외될 수 있는 경제주체('을')들의 시장참여를 돕고 시장의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시장경제를 보다 안정적이고 튼튼하게 하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이루는 방안의 하나로 대규모 지배기업('갑')의 부당한 활동이나 영역에 제한을 가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처럼 그 자체가 민주적인 경영조직('을')을 육성하는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경제민주화에 더 기여하는 상책이 될 수 있다. 협동조합은 출발 초기부터 독과점기업들('갑')의 시장지배력 행사에 대응하여 약자인 경제주체들('을')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형성한 경영체다.
협동조합은 ‘갑’의 횡포에 시달려 온 우리 사회에서 '을 중심 사회적 경제'의 해법이자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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