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에서 서울과 경기를 맞교환하는 '수도권 빅딜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수도권 빅딜설'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압도적 우위 속에 야권연대가 진행될 경우, 경기지사는 안철수 측 새정치연합 후보로 단일화하는 시나리오이다. 집권여당을 상대로 6.4 지방선거 필승을 위한 야권의 '정치적 수'인 셈이다.
수도권 빅딜이 성사돼도 출마 의사를 밝힌 예비 후보 간 조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상급식'이 화두가 된 2011년 재보궐 선거 때처럼 '아름다운 양보'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경기는 수성(守成)을 목표로 하는 새누리당과 탈환(奪還)을 목표로 하는 민주당, 도약(跳躍)을 목표로 하는 신당의 이해가 다른 지역보다 첨예하게 엇갈려 있다.
야권에서는 민주당 원혜영·김진표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한 상태이며, 김상곤 현 경기도 교육감의 경기지사 출마가 관심을 끌고 있다. 여권은 원유철·정병국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힌 가운데, 남경필 의원의 차출도 거론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교육감과 남 의원은 경기지사 후보 적합도 1위를 다투고 있다.
이에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는 지난 20일 원혜영 의원을 초대 손님으로 모셨다. 원 의원은 자신이 창업한 '풀무원' 주식 20억 원(현재 약 100억 원)을 모두 장학재단에 기부해 '기부정치인의 원조'라고 불릴 만큼 착한 정치인의 대명사다.
하지만 원 의원의 선한 이미지가 격전지 '경기'에서 통할까?
<이쑤시개> 진행자인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이종훈 스포츠 평론가는 이날 녹음에서 원 의원에게 단호한 태도와 어법을 주문했다. 원 의원의 '경기 혁신'이 도민을 위해 현실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원 의원은 지난 17일 경기도 혁신안을 담은 책<혁신하라>·<진격하라>(녹색시민 펴냄) 출판기념회를 했다.
"'교육대통령'을 경기지사로? 불경스럽다!"
민주당 내 경기지사 후보 경선을 치르기도 전에, 원 의원은 박정희 정권에 맞서 '독재 타도'를 외치던 동지이자 선배인 김 교육감과 대면하게 됐다.
원 의원은 평상시 김 교육감을 '대한민국 교육대통령'이라고 부를 만큼 김 교육감의 혁신교육을 높이 평가한다. 원 의원은 "김 교육감이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못한 무상급식으로 보편적 복지의 물꼬를 텄다"며 "김상곤 표 혁신교육이 성공해야 사람들이 마음 놓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생(民生)'의 관점으로 교육 문제에 접근한 김 교육감의 해법이 시대상을 적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교육감에 대한 원 의원의 정치적 입장은 날이 서 있었다.
"누가 교육대통령을 감히 경기도지사로 끌어내리느냐. 불경스럽다!"
대한민국 교육에 있어 이미 '대통령' 지위에 오른 김 교육감에게 경기지사 출마를 권유하는 세력을 경계한 말이다.
이철희 소장과 김윤철 교수는 "김 교육감이 (주변에 현혹돼) 쉽게 움직이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현재 경기지사 또는 교육감 3선 도전과 관련해 3월 초 자신의 거취를 정하겠다고만 밝힌 상태다. 지난 17일 김 교육감의 책<민생이 교육이다>(시사인북 펴냄) 출판기념회는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는 후문이다.
이 소장은 "이쯤에서 '저는 교육에 충실하겠다'라던지 하는 입장을 정리하는 게 좋다고 본다"며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저울질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을 예로 들어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원혜영-김상곤' 두 사람은 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1971년 10월 15일 위수령 발동 사태 때 제적돼 복역하거나 강제 징집된 학생운동 세대 모임 '71동지회' 멤버다. 원 의원(71학번)은 교양과정부 학생회장, 김 교육감(69학번)은 상대 학생회장이자 총학생회장으로 장갑차를 앞세워 학내에 진입한 군인들에 의해 각각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연천 최전방 소총수로 끌려갔다. 그해 대학가는 박정희 정권의 학내 군사훈련 강제에 반발, 학기 시작과 함께 '교련반대운동'으로 뜨거웠다. 학생운동은 이어 '박정희 대 김대중'이 겨룬 4.27 대선 참관과 5.25 국회의원 총선거 반대 투쟁 등을 벌이면서 전국대학생연맹(전학련)으로 세력화했다.
"새정치, '기타 여러분'으로는 안 된다"
정치권에 '새정치 바람'을 몰고 온 안철수 의원을 원 의원은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원 의원은 '야권연대 불가론'을 외치며, 독자 행보를 중시하는 안철수 측에 자신의 경험을 빗대 주의를 줬다.
원 의원은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과 그해 대선을 통해 생겨난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을 예춘호, 조순형, 제정구, 유인태, 김부겸 등과 신당('한겨레민주당')을 만들어 실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원 의원은 당시 후보들이 정치적 가치보다는 승률이 높은 정당(기호 1번)에서부터 줄을 서 "결국 기호 5번인 한겨레민주당에 '기타 여러분'이 왔다"고 설명했다.
좋은 뜻으로 새로운 정치 운동을 해도 선거 때면 후보를 내야 하는 딜레마에서 '기타 여러분'으로는 새정치를 이루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연대는 없다'고 외치며, 새정치에 걸맞는 후보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새정치연합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원 의원은 "새정치는 '사람'을 통해서 평가된다"며 "좋은 정책과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가진 주최, 즉 사람의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원혜영은 다"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내고 경기도 부천에서 4선을 한 원혜영 의원이 경기지사가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김진표 의원과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며, 새정치연합 후보 또는 무소속 야권 후보와 겨루거나 연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울대로 기운 운동장인 경기도에서 여권 후보를 상대로 '52 대 48'의 승리를 일궈야 한다.만만치 않은 여정이다. 원 의원은 이를 '공공성의 가치'로 돌파하려 한다. 서민의 발인 '버스'를 타고. 원 의원이 주장하는 '버스공영제'는 공익 서비스의 성격을 지닌 버스가 사익 추구가 목적인 기업에 의해 운행되는 모순을 바로잡기 위한 정책이다. 특히 '버스공영제'가 '이명박근혜' 정권의 민영화 드라이브를 막는, 위기에 처한 공공성을 수호하는 창끝이 될 것으로 원 의원은 보고 있다.명지대 신율 교수는 '버스공영제'가 6.4 지방선거에서 정국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민생 전략이라고 말했으며, 우석훈 박사는 '버스공영제'를 통해 지역 경제와 복지가 증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원 의원은 스스로를 '말보다는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했다. 대한민국의 식품 문화를 바꾼 '풀무원' 창업과 6년 동안 부천시장으로 재직하며 '버스정보시스템(BIS)' 도입 및 '부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개최 등 혁신적 아이디어와 행정력을 검증받았다는 것이다.그러면서 원 의원은 "이번 선거가 중앙 권력 대 지방정부 중 '누가 더 시민을 편안하게 우리 사회의 주인으로 모시는가'를 가르는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며 "무너져 내리는 공공성을 지방에서부터 지키고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마지막으로 원 의원은 "원혜영은 '네모'다"에 대해 "혁신가"라고 말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교육대통령' 김상곤, 경기지사로? … "불경스럽다"'에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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