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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철도 이어 병원까지 민영화? 마침내 박근혜 본색!

[서리풀 논평] 병원 '주식회사'는 누가 살리나

철도 민영화 문제를 다루려는 참이었는데, 정부가 마침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관련 자료)

그럴 작정이었는지는 몰라도 아주 종합 선물 세트가 되었다. 온갖 민영화와 영리화, 이것저것 물불을 가리지 않는 모양이 무슨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예상한 대로 투자 활성화 대책의 핵심에 영리법인 병원 문제가 들어있다. 부총리와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나서서 영리화가 아니라고 했다지만, 그게 영리가 아니면 무엇을 다시 이렇게 부를까.

정부가 낸 보도 자료에 '실질적 대안'이라고 써 놓았으니 말의 왜곡이 극심하다. 이들이 말하는 실질적 대안은 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우회'하는 전략이라고 읽힌다. 무엇을 우회하느냐고?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돈벌이를 하면 안 된다. 이미 대부분 사람들이 동의한 사회적 합의이자 공감대가 아니던가. 실질적 대안이란 그런 사회적 합의를 돌아서 영리 병원으로 가겠다는 것 말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막상 자세한 내용은 시시콜콜 따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의료법인이 영리 목적의 자회사를 세울 수 있도록 하고, 부대사업의 범위를 확대하도록 한 것, 그리고 법인 약국을 설립할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다.

반대와 비판을 많이 걱정했던 모양이다. '자법인 남용 방지'와 의료 취약 지역에 공익 의료 서비스 지원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아킬레스건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지만, 대책치고는 참 초라하고 궁색하다.

사실 정책과 제도의 자세한 내용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물론 기획재정부의 뜻대로 미리 목표를 정하고 오랜 기간 검토하고 회의를 거쳤을 것이다. 가짓수가 많고 복잡할 만하다.

하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그렇게 돌고 돌아 이루겠다는 목표가 '영리'라는 사실이다.

구구절절 설명하고 방어해 봐야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영리가 무엇인가. 누가 뭐래도 새로 돈을 더 벌고 이익을 더 많이 남기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쿵저러쿵 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본질만 흐린다.

본래의 병원을 영리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내세우기 위해서일까. 돈과 이익이 어떻게 도는지를 복잡하게 써 놓았다. 그러나 어떻게 하든 영리의 본질과 특성, 무엇보다 통제되지 않는 '힘'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보도 자료에 쓰인) 자회사가 (돈을 벌어) 모법인의 경영 여건을 개선한다는 말은 차라리 코미디에 가깝다. 이 말을 쓴 공무원이 정말 이렇게 믿고 있다면 자격이 없는 것이고,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알고도 이렇게 썼다면 명백한 속임수다.

ⓒ연합뉴스

이번 발표는 집권 1주년을 맞은 이 정부의 몇 가지 정책 기조를 다시 확인하게 만들었다(안타깝게도 이 정부만의 특성은 아니다). 첫째는 서민과 가난한 이의 아픔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 경제 수치에 매몰된 것이든 일부의 이익을 대변하느라 그런 것이든 민생은 관심 밖이다.

병원의 모법인과 자회사를 구별할 것 없이 영리의 목표는 돈을 벌고 남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영리와 이윤의 원천이 되어야 한다. 영리 병원의 이익은 과연 누구의 지출(그리고 고통)을 토대로 하는 것인가.

병원의 부대사업이라고 특별한 재원이 있을 리 만무하다. 더 많은 이익을 보려면 더 많이 쓰는 것이 먼저다. 늘어날 비용의 일부는 국민건강보험에서 간접적으로 부담하겠지만(더 비싸지는 치료 재료, 약품), 나머지는 환자나 보호자가 직접 내야 한다(장례식장, 안경, 식당 등). 간접, 직접 모두 오롯하게 환자와 보호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누군가는 지금도 쓰는 돈이니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병원이 직접 나서서 이윤을 남기기로 하면 더 많이 써야 하고 더 비싼 것을 감수해야 한다. 나아가 영리 자회사는 더 많은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소비를 부추길 것이다.

환자가 '영업'의 대상이라 사정이 더 나쁘다. 정도의 차이일 뿐 부대사업에서도 환자의 처지는 궁박하고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병원 직원들이 직접 세일즈에 동원될 것이 뻔하다.

더 많이 쓰게 되는 돈은 없는 사람에게 더 큰 부담이다. 벌써부터 한국의 가계는 지나친 의료비 지출 때문에 왜곡되어 있다. 공적 체계가 잘 된 나라에 비하면 직접 내야 하는 의료비가 터무니없이 많다. 그런 사정 때문에라도 서민들은 꼭 필요한 의료비 지출조차 줄이는 형편이다.

280만 가구 이상이 '재난적' 의료비를 지출하고, 14만 가구는 의료비 때문에 전세를 축소하거나 재산을 처분했다. 15만 가구는 대출이나 사채로 의료비를 마련했다고 한다. (☞관련 기사 : 소득 최하위층, 재난적 의료비 만성 질환에 대부분 지출)

이 정부 들어 이들에 대한 대책을 시행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보통 사람들을 대상으로 더 많이 팔고 더 확실하게 이익을 남기겠다는 소리만 드높다. 극심한 편향이다.

두 번째 정책 기조는 그나마 그 영리도 부자와 강자만 응원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대다수 서민의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고 의료를 수출해서 결국에는 누구에게 도움이 되자는 이야긴가.

범위를 좁혀 병원과 의료인으로만 봐도 그렇다. 단지 몇몇 소수를 위한 정책임이 분명하다. 의료법인 가운데에 영리 자회사를 만들고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곳이 어딜까. 법인 약국을 설립할 수 있는 약국이 얼마나 될까. 거기다가 인수 합병까지 허용하겠다니.

동네 의원과 병원, 큰 병원과 작은 병원의 부익부 빈익빈은 말 그대로 불을 보듯이 환하다. 빌프레도 파레토(1848~1923년)가 말했다는 80대 20의 법칙도 지나칠 정도다. 기껏해야 몇몇 병원과 약국에게 더 큰 시장을 만들어 줄 뿐이다. 결과적으로 영리 자회사의 배당을 받을 사람이 누군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주식이 상장되면 이익을 볼 사람도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

세 번째는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행정'으로 목표를 관철하겠다는 태도가 역력하다는 점이다. 그 사이 영리 병원을 반대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도 정책을 다시 꺼내든 것 자체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최근 민주주의의 후퇴가 뚜렷한 만큼 행정도 더욱 '자신감'을 가졌는지 모른다. 이번 영리 병원 추진에도 독단과 행정 만능의 태도가 뚜렷하다. 아예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조차 피하겠다는 의도가 노골적이다. 정책 추진 계획만 봐도 금방 알아차릴 정도다.

보도 자료를 다시 보자. 부대사업의 자법인 설립은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여 허용 기준을 구체화한다고 했다. 또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는 의료법 시행 규칙 등을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짧은 문장 사이에서 행정부의 '충성' 의지까지 읽힌다. 가이드라인과 시행 규칙에는 보통 사람들의 의견은 물론 (민의가 전달되는 최소한의 통로인) 국회의 개입도 보장되지 않는다. 새로운 권위주의를 만들어내는 정치와 행정의 '야합'이 심상치 않다.

다시 한 번, 결론은 명확하다. 무어라 표현하든 영리 병원 정책은 폐기되어야 한다. 소수의 사익을 위해 많은 사람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정책은 무책임하고 부도덕하다. 공적 가치를 지켜야 할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민주 정부라면 더구나 그들의 일이라 할 수 없다.

<프레시안>은 시민건강증진연구소가 매주 한 차례 발표하는 '서리풀 논평'을 동시 게재합니다. (사)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지향하는 비영리 독립 연구기관으로서, 건강과 보건의료 분야의 싱크탱크이자 진보적 연구자와 활동가를 배출하는 연구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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