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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생계비 제도 폐지 추진이 말해주는 '박근혜식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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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생계비 제도 폐지 추진이 말해주는 '박근혜식 복지'

[시민정치시평] 재원 핑계로 개악되는 복지공약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당시 당락을 좌우하던 국민들의 주요 관심분야인 복지 분야에 관해 모든 재원마련 방안이 확보된 것임을 천명하면서 '모든 노인에게 기초노령연금을 2배 인상해 A값(국민연금 가입자의 월 평균 소득)의 10%에 해당하는 월 20만 원씩 지급', '0~5세 무상보육 및 유아무상교육', '4대 중증질환 총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 완화, 대상 확대 및 맞춤형 개별급여 체계로 개편', 이 4개 분야의 정책을 취임 즉시 또는 임기 내 시행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박 대통령이 이러한 복지 분야의 공약에 관한 폭넓은 지지를 바탕으로 대통령에 당선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현 정부 출범 무렵부터 정부·여당 차원에서 복지 분야 공약 축소 움직임이 지속되더니 정권 출범 8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 이르러서는 복지 공약의 축소를 넘어서 국민들의 노후와 가난한 국민들의 삶을 걱정해야 할 지경의 복지 후퇴가 현실화되고 있다.

▲ 2012년 4월 3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국민행복 실천 다짐대회'를 열고 약속한 공약을 실천하겠다고 선서하는 새누리당 의원들. ⓒ연합뉴스

먼저, 정부가 최근 발표한 기초연금법 제정법률안을 살펴보면, 연금액의 기준을 현행 기초노령연금법과 같이 '국민연금 A값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소득연동)'으로 정한 것과는 달리, '기초연금을 지급하기 위한 기준이 되는 금액을 말하며 대통령령으로 정한다(정부법안 제2조 제5호)'라고 하며 사실상 정부에 백지위임했다. 연금 수급권을 사실상 무력화해 정부의 임의적인 재량급여 형태로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정부법안 부칙 제3조에서 시행일 현재 기준연금액을 국민연금 A값의 10%에 상당하는 금액이라고 하고 있지만, 이것은 최초 시행 당시 기준에 불과하다. 또한 기초연금액과 국민연금 A값을 연계시키는 조정계수 또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정부법안 제7조 제2항)'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정부의 뜻대로 국민연금과의 연동비율도 조정할 여지를 남겨두었다. 국민연금 수급자에게 보장해주겠다는 최소금액인 국민연금수급자 부가연금액도 정부법안 내에는 아무런 기준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에 따른 기초노령 연금 수급권자의 지위보다 10여 년이 지난 후의 기초연금법 체제하에서 기초연금수급자는 연금액에 있어서 절대적인 재산상 손해를 입게 된다. 이로 인해 국민 일반의 노후는 현재보다 더 불안해질 것임이 확실시되는 실정이다.

우리 사회의 최후의 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어떻게 바뀌는가? 현행 제도는 국가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서 가구별 최저생계비를 결정·공표하고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로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어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모든 국민들에게 최저생계비와 소득인정액의 차액을 생계비인 현금과 의료급여, 교육·주거 급여 등으로 제공하는 권리성 급여였다. 그런데 현 정부는 국민들에 대해 국가가 생활을 책임지는 최저기준선인 최저생계비를 폐지하고, 권리성 보충급여 방식을 없애는 것으로 하고, 재정 형편에 따라 급여의 수준을 정부가 좌우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생활보호제도와 같은 공공부조 프로그램으로의 퇴행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 사회에서 국가가 생계를 책임지겠다고 약속하는 기준선인 최저생계비 제도는 이로써 종말을 맞이할 위험에 직면하고, 결과적으로 현재의 수급자를 비롯한 많은 빈곤한 국민들은 지금보다 더 불안한 삶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0~5세 무상보육 및 무상교육' 공약은 어떠한가? 무상보육이 법제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법 시행 전부터 제기된 지방자치단체의 보육재원 재정난과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으로 재정부담의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에 전가된 채 일시적으로 중단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하지만 무상보육의 안정적 시행을 위해 여야 합의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의 과반수를 점한 새누리당의 반대로 1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 중이며, 최근에 정부가 제안한 보육비 국가 보조율 10% 인상안은 무상 보육에 대한 국가책임을 이행하기는커녕 재원조달 능력이 없는 지방자치단체 부담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수준이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총액 국가부담 공약 역시 대폭 축소된 채 일부 계획만 발표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불안정한 고용과 노동환경으로 근로빈곤층과 실업자군이 증가하고 있으며, 심화되는 양극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중산층 역시 구조적으로 보육, 의료, 노후 등에서 불안에 직면해 있다. 국민들의 보편적 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열망은 위태롭고 불안한 삶이 보편적으로 강요되는 현실에 대한 반증이다. 복지국가는 막연한 경제 상황에 의해 좌지우지돼서는 실현될 수 없다. 국민들이 처한 구체적 현실을 반영해 리더십을 갖춘 대통령과 같은 책임 있는 지도자와 정당의 주도 하에 사회적 합의와 장기간의 이행계획을 통해 달성하는 것이다.

복지공약 이행을 위한 치열한 노력 없이, 5년간의 국정을 책임진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예견된 어려운 경제 상황을 핑계로 공약의 후퇴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세계경제의 침체와 맞물린 세수 부족과 이로 인한 재정악화를 반영해 이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이명박 정부의 지난 5년간의 감세 철회와 증세를 포함한 공약(公約)의 재원 마련 방안과 이행계획을 수립해 시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위와 같이 현 제도보다 개악되는 내용의 기초연금제도와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시도는 즉시 중단할 것을 현 정부에 간곡히 당부드린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박 대통령이 기득권층의 양보를 이끌어내면서 흔들림 없이 보편적 복지국가인 대한민국의 비전을 확립하고 이에 걸맞은 조세와 재정 제도의 디딤돌을 놓아 따뜻한 마음의 지도자로 기억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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