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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에 임대아파트 건설? 하층민 수용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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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에 임대아파트 건설? 하층민 수용소냐?

[도시 속 외딴섬, 임대아파트·③] 누구를 위한 임대주택인가

- 도시 속 외딴섬, 임대아파트
도박집에 가출한 아내…오갈데 없는 부녀에게 "방 빼"
임대아파트의 겨울, 가난은 이웃도 원수로 만든다

서울 지하철 신림역 3번 출구 근처 아파트 단지는 조금 독특하다. 총 4개동으로 구성돼 있다. 모든 동이 복도로 연결돼 있다. 물론 그게 독특하다는 건 아니다. 유독 1개 동만은 연결 통로에 커다란 철문이 들어서 있다는 게 특이하다. 더구나 이 동은 들어가는 문도 다른 동과 따로 있다. 엘리베이터도 따로 설치돼 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있으나 사실상 별개의 단지인 셈이다.

일반 분양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가 공존하는 아파트 단지는 대부분 이런 구조다. 지난 2월, 대한민국 상류층 1%를 위한 고품격 주거단지를 표방하는 고가 주상복합아파트 메세나폴리스가 논란이 휩싸인 이유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임대아파트가 문제였다. 메세나폴리스 전체 617가구 가운데 임대아파트는 77가구다. GS건설은 임대 77가구를 한 곳에 몰아넣고 별도의 입구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도록 해 논란이 됐었다. 일반 입주민과 임대 입주민의 동선을 완전히 분리해 얼굴 한 번 마주칠 일이 없게 하겠다는 의도였다.

여론의 융단폭격을 맞고 이 계획은 무산됐지만, 임대아파트 주민을 어떻게 보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유령처럼 취급되는 임대 아파트 주민이다. 길음뉴타운 3,4단지, 관악드림타운, 봉천두산, 도원삼성…. 셀 수 없이 많은 아파트단지가 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 공간을 분리해놓았다.

그나마 일반 아파트와 뒤섞인 임대아파트는 차라리 낫다. 임대아파트 단지로만 구성된 지역은 그 지역 자체가 '게토화'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리적 차별 - 낙인화 - 사회적 배제 - 소외감, 상대적 박탈 - 사회적 행위 - 슬럼화, 범죄의 온상' 도식이 성립된다. 사회 약자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어진 임대아파트가 되레 사회 약자를 옥죄는 꼴이 되고 있다.

▲ 산림역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이 아파트는 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가 분리돼 있다. 가운데 부분에 좁은 창문이 있는 쪽이 임대아파트가 있는 동이다. ⓒ프레시안(허환주)

사회적 약자 위해 만든 임대아파트, 하지만…

정부도 처음 임대주택 건설 계획을 세울 때는 이런 부작용을 생각하지 못했다. 일단 짓고 보자는 식이었다. 당시 상황이 그랬다. 1980년대 말 부동산 투기과열로 주택가격이 급속도로 상승하자, 스스로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최하위 저소득층 가구는 길거리로 나앉을 판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1989년부터 1993년까지 영구임대아파트 19만77채를 공급했다. 이것이 우리나라 임대주택의 시작이다.

이러한 임대아파트는 공급당시 도시 빈민층 주거문제 해결에 주안점을 두다보니, 물량위주 정책이 우선시됐다. 실제로 영구임대아파트는 도시 빈곤층이 생활근거지를 옮기지 않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거주지 주변에 소규모로 건설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하지만 시행과정에서 '계획연도 내에 목표 달성'을 위해 택지 확보가 용이한 지역에 대규모 단지로 조성됐다.

거주계층을 위한 세부적인 질적 배려보다는 양적지표에 치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늘어난 임대주택으로 주거안정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질적 측면에서는 한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수치로도 이는 확인할 수 있다. 2009년 8월말 서울시가 영구임대아파트 주거공간 실태를 파악한 내용을 보면 서울시내 영구임대아파트 2만2370가구 중 최저주거기준 면적을 확보하지 못한 가구가 무려 7936가구(3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주거기준 제도는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기준을 의미한다. 최저주거기준 구성요건은 시설기준, 침실기준, 면적기준, 구조-성능-환경기준으로 돼 있다. 침실기준과 면적기준은 가구원수를 고려해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방수와 면적에 대한 기준이다.

아파트 내 주민 구성에 비해 부대복리시설도 부족한 게 사실이다. 공공임대주택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건설됐으나 저소득층 및 장애인이 많은 주민의 복지수요 특성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공공임대주택이 주로 공급된 1990년대 초와 현재의 설치기준이 달라 조경시설, 녹지 내 휴게소, 주차장, 보육시설, 주민운동시설 등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더구나 분양아파트에 비해 임차인의 관리참여 및 자율관리 노력이 부족하고 유지관리가 비효율적으로 이뤄져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분양아파트의 경우 지은 지 15년이 경과하면 리모델링하고, 20~40년 경과하면 재건축하지만 공공임대주택은 재정문제, 주민이주 문제 등으로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자연히 게토화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 임대주택 건설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연합뉴스

임대주택 짓는 데에만 몰두하는 대선주자들

상황이 이렇지만 정치권에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 시장부터 대선 후보들까지, 임대주택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두고는 아무 언급이 없다. 그러면서 모두가 '임대주택 확충'만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내놓은 임대주택 확충 방안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자칫 기존 임대주택보다 더욱 심각한 게토화 현상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발표한 임대주택 건설 공약이 그렇다. 박 후보는 지하철·철도용지 상공에 터널형 고층아파트를 지어 장기 임대하는 '행복주택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공약은 여러 논란을 낳았다. 이미 정부와 서울시에서 철도 위에 임대주택을 짓는 걸 검토했으나 과도한 소음, 방전·저감시설 설치비용, 주변 소음 문제 등의 이유로 폐기한 안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철도 위에 주택을 짓는 것을 두고 안전성 문제도 제기됐다. 철도 부지를 폐쇄 공간화 함으로써 상부 구조물인 주택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 과거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나 이리역 폭발사고는 물론이고 열차 충돌·추돌사고로 인한 화재발생, 화물수송열차 추돌·전복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적주의에 매몰돼 본래 의미 퇴색

박원순 서울시장의 임대주택 정책도 마찬가지다. 박원순 시장이 추가로 공급하기로 한 공공임대주택 2만 가구 중 시유지를 활용하기로 한 3000가구 건설부지 13곳 중 9곳이 주차장인 것으로 2012년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또한, 임대아파트 2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인 중량구 신내동 부지는 봉화산역 환승주차장으로 부지 앞으로 고속도로가 지나가 소음과 분진 피해도 우려됐다.

주차장 부지를 임대주택과 동시에 사용할 경우, 24시간 개방해야 하는 주차장 성격상 주민들이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격리된 주차장에 임대주택을 짓는 건 자칫 '수용소'로 전락될 수 있다.

이런 공간에 임대주택을 지어 공급하겠다는 건, 싼 값에 집을 얻었으니 열악한 조건은 감내하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자칫 기존 임대주택보다 더 심각한 게토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짓고 보자'는 식으로 임대주택 늘리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저소득층,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만들어진 임대주택이지만 정작 실적주의에 매몰돼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임대주택이란?

임대주택이라고 다 같은 임대주택은 아니다. 우리나라 임대주택 제도는 사업 주체, 지원 자격, 사업비 부담 방식 등에 따라 복잡하고 까다롭게 나뉜다. 우리가 흔히 임대주택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세 종류가 있다.

첫째로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이 거주하는 영구임대아파트다. 가장 대표적인 임대주택이다. 1989년 처음 도입돼 4년 동안 19만77가구가 만들어졌다.

그 다음이 공공임대아파트다. 공공임대아파트는 정부 재정, 기금, 공공택지 지원 등을 받아 공적 관리를 받는 주택을 뜻한다. 청약저축 가입자들이 입주 신청을 할 수 있고 국가유공자, 철거민 등에게 특별 분양 기회를 준다. 공공임대아파트는 분양 전환이 안 되는 50년 공공임대아파트와 5년이 지나면 분양 전환이 가능한 5년 공공임대아파트로 나뉜다.

다음으로 참여정부 때 만든 국민임대주택이 있다. 참여정부는 2012년까지 100만 호를 짓겠다고 약속했지만 제대로 실행되진 않았다. 그래도 다른 임대주택보다는 많이 지어졌다. 국민임대주택은 35만6209호가 지어졌다.

이것 말고도 다양한 임대주택이 있지만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임대주택은 위의 3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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