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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대학 입시라는 나쁜 제도와 결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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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대학 입시라는 나쁜 제도와 결별하자"

현행 대입 철폐, 통합 고등기초대학 만들어야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25일 현행 대학 입시 제도를 철폐하고 통합 고등기초대학(가칭)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김 교육감은 이날 경기도교육청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입시를 바로잡아 교육을 바꾸자"고 말했다.

이러한 제안을 한 것은 이른바 '일류대' 진학이 지상목표가 되고 그에 따라 사교육비가 치솟으면서 "교육이 사회 양극화를 가속화하는 어처구니없는 악순환" 때문이다. 김 교육감은 교육 왜곡 현실을 우려하며 "사회의 가장 심각한 병리 현상 중 하나인 대학 입시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육감이 생각하는 개혁의 핵심은 "현행 대학 입시 체제 철폐"다. 그 대신 김 교육감은 "1년 과정의 통합 고등기초대학(가칭)"을 설립하자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이를 위해 대입 수능을 자격고사로 바꾸고, 이러한 "자격고사와 고교 내신 등 단순한 방법"을 통해 통합 전형으로 진학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통합 고등기초대학(가칭) 방안은 전국 국공립대 및 참여 의사가 있는 사립대의 1학년 과정을 통합 과정으로 묶어 운영하면서, 권역별 혁신대학 네트워크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게 하자는 것이다. 통합 고등기초대학(가칭)은 원칙적으로 무상교육이다.

김 교육감은 "지금은 창의력 시대"이며 "진정한 창의력은 (…) 남과 함께 조화롭게 일하는 능력"이라고 규정했다. 통합 고등기초대학(가칭)에서 지향하는 것이 그러한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이라는 말이다. 김 교육감은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통합 고등기초대학(가칭)과 권역별 혁신 네트워크의 구체적인 상을 국민과 함께 논의·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25일 현행 대입 제도를 철폐하고 통합 고등기초대학(가칭)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경기도교육청

이날 김 교육감은 "중학교 무시험 전형, 고교 평준화, 무상급식 등 막상 시행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제도 개편을 단행한 전례"를 상기시킨 후, "입시라고 하는 이 익숙한 나쁜 제도로부터 결별을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육감은 초중등교육 책임자인 자신이 대학 체제 개혁을 주장한 이유에 대해, 교육감 직을 수행하면서 "잘못된 입시 체제가 초중등 교육의 사실상 모든 것을 옥죄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최고의 교육 복지는 대학 체제 개편을 통한 초중등교육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김 교육감은 "대선을 앞두고 여야, 진보, 보수를 떠나 가장 앞서 공론화하고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가야 하는 영역이 바로 교육과 대학 체제, 그리고 이에 따른 대입 방안"이라고 말하며, 대선에서 교육 체제 혁신 문제가 주요 정책으로 논의되길 기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래는 김 교육감의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대학입시 바로잡아 교육을 바꿉시다
- 통합 고등기초대학 설립을 제안합니다 -

대학체제와 입시시스템은 초중등 교육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면서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규정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대학진학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대부분 학생과 학부모들은 단순한 진학이 아니라 소위 일류대 진학에 대한 희망이 지나치다 할 만큼 강합니다. 사교육비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인데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고 쪼들려도 이 비용을 줄일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교육으로 인한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삶의 질을 위협하고 개인과 사회의 희망을 꺾는 것은 물론, 교육이 사회 양극화를 가속화하는 어처구니없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입시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초중등교육도 마구 왜곡됩니다. 인생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신분 결정의 장이 바로 대학 입시라고 하는 한판 승부이기 때문입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저는 이처럼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병리현상 중 하나인 대학 입시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말씀을 올리고자 합니다. 핵심은 현행 대학입시 체제를 철폐하는 것입니다. 태어나자마자 유아기부터 시작되는, 소위 일류대를 향한 이 소모적인 무한 경쟁, 입시 경쟁을 끝내야 할 때입니다. 머리를 맞대고 국민적 지혜를 모아가면 됩니다.

현재의 대학입시는 선발이 아니라 배제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할 것입니다. 많은 학생들을 탈락시키는데 집중돼 있습니다. 한 줄로 세워진 대학 서열화는 절대 다수 학생들을 패배자로 만듭니다. 학교의 교육력이 아니라 서열 피라미드에 의해 줄 세워져 있는 우리의 대학 구조는 명백히 비교육적이고 비정상적입니다.

입시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대학 진학방식입니다. 대학 진학은 늘 입시를 통해 이뤄져 왔고, 우리는 사실상 입시와 함께 살아왔습니다. 입시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고, 많은 분들이 입시 없는 대학 진학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입시는 대학 진학의 한 방식일 뿐입니다. 그것도 가장 획일적이고 관료적이고 비교육적인 나쁜 방식입니다. 우리는 중학교 무시험전형, 고교 평준화, 무상급식 등 막상 시행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제도 개편을 단행한 전례를 갖고 있습니다. 이제 입시라고 하는 이 익숙한 나쁜 제도로부터의 결별을 선언해야 합니다.

초중등교육을 책임진 교육감이 대학입시와 대학개혁을 말씀 드리는 것은 어찌 보면 영역을 벗어난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초중등교육 혁신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해오면서, 잘못된 입시체제가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의 사실상 모든 것을 옥죄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했습니다. 서열화된 현행 대학체제와 복잡한 입시체제를 유지하고서 초중등교육 개혁을 이루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창의력 시대입니다.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인재의 창의력에 달려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여러 분야를 통섭하면서 집단지성으로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때입니다. 진정한 창의력은 단순한 새로운 생각이 아니라 '남과 함께 조화롭게 일하는 능력'입니다. 기억력보다 창의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교육을 바꿔야 합니다. 전국 초중등 교육현장에서는 이런 다양한 혁신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런 노력이 대학 진학으로 원활하게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긴 시간 동안 수많은 교육 관계자들과 함께 고민과 토론과 연구를 거듭하면서 도출한 입시개혁 방안을 제안 드리고자 합니다. 현재의 고교 졸업생들이 진학하는 1년 과정의 통합 고등기초대학(가칭)을 설립하는 것입니다.

고등기초대학은 '국립교양대학'이라는 이름으로도 일부 알려져 있는 방안인데, 전국 국공립대학과 참여의사가 있는 사립대학의 1학년 과정을 통합 과정으로 묶어 운영하면서, 권역별 혁신대학 네트워크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도록 합니다.

학생들은 통합 전형으로 진학합니다. 현행 수능을 자격고사로 전환한 뒤, 자격고사와 고등학교 내신 등 단순한 방법으로 진학합니다. 고등기초대학은 원칙적으로 무상교육입니다. 학생들은 집 근처 캠퍼스나 원격강의 등으로 원하는 곳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습니다. 문호가 넓어진 만큼 현재의 복잡한 입시나 사교육은 사라집니다.

융합은 서열을 완화하고 소통과 집단지성을 확장합니다. 고등기초대학은 대학 사이의 높은 담장을 낮추어 단순한 더하기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입니다.

고등기초대학은 우리 교육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는 취약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습니다. 고등기초대학의 인문학 강의는 철학, 문학, 역사학, 고고학, 언어학, 종교학, 여성학, 신학, 예술, 음악 등 여러 학문을 망라합니다. 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 등을 망라합니다. 다각적인 배움으로 통찰력을 기릅니다. 바로 창의력의 근간으로 미래의 통합적인 경쟁력을 담보할 것입니다.

고등기초대학과 권역별 혁신대학 네트워크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설치되어 구체적인 방안을 국민들과 함께 논의하면서 추진하여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회의 발전과 아동청소년의 발달 상황에 맞는 학제 개편도 이야기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교육을 걱정하는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나홀로 암기형 인재, 지나친 경쟁, 과도한 사교육비, 학력인플레이션, 긴 교육연한과 늦은 사회 진출, 저출산 등 걱정거리도 다양합니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와 진보, 보수를 떠나 가장 앞서 공론화하고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가야 하는 영역이 바로 교육과 대학체제, 그리고 이에 따른 대학입시 방안입니다. 우리의 정치 사회 경제적 환경이나 재정적 여건 등을 보아도 이제 충분히 이런 제도적 혁신을 이룰 수 있는 단계가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방안을 말씀하십니다. 하나하나 모두가 소중한 말씀들입니다. 사회적 토론으로 함께 그려야 할 과제들입니다.

이제는 현행 대학입시제도 철폐와 대학체제 개편을 말해야 할 때입니다. 오늘의 제안을 포함하여 최근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대학체제 개편 방안들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실현되기를 희망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최고의 교육복지는 대학체제 개편을 통한 초중등교육의 정상화입니다.

감사합니다.

2012.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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