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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마을 주민이 숨 쉬게 '평화 비행기'를 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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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마을 주민이 숨 쉬게 '평화 비행기'를 탑시다"

[기고] "3일 제주도에서 평화를 이야기합시다"

"명숙, 바빠? 경찰이 우리 목을 죄고 있어요. 죄면 죽고, 놓으면 숨쉬고… 지금 숨 쉬고 있어요"

제주 강정마을에 두 달 넘게 머무르면서 주민들과 함께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을 하고 계신 문정현 신부님의 문자였다. 가슴에 무언가가 들어와 눈에 물이 되고 목이 아파왔다. 지금 겨우 숨쉬고 있다. 그런데 그 숨은 언제 끊어질지 모른다는 말이 아닌가.

지난주에 서울 및 경기지방 경찰청 기동대 소속 전경 600여 명과 물대포차 3대, 최루탄발사기가 장착된 시위 진압 차량 10대 등을 제주에 배치해 경찰 투입이 가시화된 적이 있어, 경찰이 목을 죄고 있다는 말의 의미가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졌다. 지금은 겨우 야당을 비롯한 제주도 의회,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으로 일단 경찰투입은 유보되었지만 언제 그들이 다시 목을 조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전국노동자대회와 희망시국대회 1박 2일 투쟁을 밤새고 돌아온 일요일 낮이라 잠을 청해야 했지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강정에 사는 주민들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몰려든 뭍의 활동가들과 작가, 교사, 시민들의 심란한 마음과 고단할 몸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얼마 전 강정마을에 갔을 때도 경찰들이 강정에 펜스를 치러 올까 대비하느라 모두가 밤새 한잠을 못자고 아침을 맞이한 적이 있다. 제주 올레 길 7코스 폐쇄조치 방송이 나고, 제주경찰이 총동원령이 떨어지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 게 당시 상황이었다. 다행히 경찰 투입은 없었다.

▲ 제주도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가. ⓒ프레시안(최형락)

상처를 후벼 파는 짓을 중단시켜야

'뭍의 경찰'이 제주도에 간다는 것은 현존하는 시민들의 평화적 생존권을 침해하는 일일 뿐 아니라 4·3을 겪으며 무고하게 희생된 제주도민의 아픔 따위는 그냥 묻겠다는 것으로 역사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다. 경찰이 자위를 위한 수단이라고 할 때, 제주도에 있는 병력을 넘어서는 경찰이 뭍에서 섬으로 들어올 이유는 없다. 들어온다면 그것이야말로 자위가 아닌 진압이 목적임이 분명하며, 제주도민을 타자화 시키고 배제하는 일이다.

그러니 육지경찰 투입은 4·3에서 경험한 바 있는 토벌대와 진배없다는 마을 주민들의 말은 과장이 아니라 진실이다. 돌에 맞아 상처 난 곳에 약을 바르는 게 아니라 오히려 흙손으로 상처를 후벼 파는 일이다.

19일에 경기지방경찰청 소속 전·의경 150여명이 제주로 들어와 곧바로 강정마을 인근에 배치되고 14일에 왔던 경찰들 중 일부는 돌아갔다고 하니 아직 공권력 투입은 백지화된 게 아니라 하루하루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국방부장관이 국회에서 '해군기지 공사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면 바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가처분 재판이 22일이다.

제주도가 아름다운 자연을 갖고 뭍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일까. 제주도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사람을 잡아가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무 일도 아니라며 외면할 것이라 생각하는 지, 정부는 막무가내다. 그동안 제주도는 해군기지만이 아니라 제주도 영리병원 추진 대상으로 지정하려는 등 제주도를 사회권 보호 밖으로 밀어내려고도 했다.

제주도는 자본과 권력이 있는 자들이, 평화와 생명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취급하며 오직 돈과 힘만을 우선으로 하는 집단들이 인간답게 살 권리, 평화롭게 살 권리를 가장 먼저 침해하는 공간이다. 제주도에서 일어나는 일은 제주도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문제이다.

평화와 생존을 깨는 해군기지 건설

정부가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공식적 이유는 남방 해로 보호 등의 국가안보와 미항 건설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다. 사실 후자는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저항이 크자 이를 완화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사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생명이 많이 사는 바위를, 그곳에 살고 있는 생명과 함께 시멘트로 덮어버리는 계획을 세우고도 아름다운 항구(미항)이라는 말이 나오는지….

기지를 건설해야 할 군사적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군사기지를 건설하면 오히려 군사적 긴장을 높일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 국방부를 비롯한 해군기지를 건설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평화로운 섬을 지키는 것은 군사력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쪽에서 총부리를 들이대면 다른 쪽에서도 총을 들 수밖에 없는 게 이치다. 아직까지 제주가 평화의 땅으로 남아있는 것은 일본 제국주의가 물러간 이후 제주에 군사기지가 없기 때문이란 것을 왜 모르는가. 더구나 해군기지가 만들어지면 미국은 이곳에 군함을 정박하고, 미국과 중국의 군사대결로 이어져 동북아 전체의 평화를 위협하게 될 것은 뻔한 사실이다.

더구나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의 평화적 생존을 깨뜨리는 국책사업임에도 최소한 거쳐야 하는 주민 의견 수렴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엉터리였다. 2007년 당시 1900여 명의 주민들 중 마을회의에 참가한 주민은 고작 86명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번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해법이 주민투표라는 말은 아니다. 인권침해가 분명한 일을 찬반투표로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 정부 여당과 우근민 도지사와 국방부는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잘 듣지 않는다. 듣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김대중 정부 때 해군기지 건설계획이 이미 수립되었고, 노무현 정부 때 집행된 것이기 때문이란다. 제주해군기지 반대 흐름은 야당이 정부여당을 정치적으로 공략하려고 반대하는 것인양 치부한다.

사실을 왜곡하고 초점을 흐리기 위한 물 타기에 지나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 때도 많은 시민사회와 주민들은 평화를 깨고 환경을 파괴하는 해군기지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금의 야당인 민주당 정부가 해군기지 건설계획을 내놓은 것을 비판할 수 있지만 이것이 이명박 정부가 물리력으로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최근 이명박 정부 들어 '정치의 과잉' 현상으로 정권만 교체되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와 환상이 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우리가 바라는 세상, 바라는 것들이 무엇인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얘기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는 정권교체 뒤로 미루자고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정권교체로 환원하는 일은 추상과 구체를 섞어 놓을 뿐 아니라 우리의 염원을 잊게 만들 뿐이다. 추상과 구체는 같이 가야하고, 전략 없는 전술은 이후의 새로운 정부가 '적을 닮아가는 구차한 변명'들을 늘어놓을 틈을 만들 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집행하니까 제주해군기지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자칫 우리가 '왜 해군기지에 반대하는지, 우리가 실현해야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잊게 만들 수 있기에 위험하다. 우리의 염원은 평화이고 인권이고 생명이다. 물론 정치의 과잉은 시민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수기득권 세력에게도 있다. 그래서 최대한 보수정권에서 기획한 일을 밀어붙이려고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평화의 비행기를 타자

제주 강정에서 활동가들을 만나면서 뭍에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주도민들과 뭍에 사는 사람들이 강정에 와서 해군기지 반대는 제주도민만이 반대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의 평화와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걸 몸으로 말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온 게 강정의 아름다운 구럼 바위를 사랑하고 평화를 사랑하고 강정이 있는 올레7코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평화의 비행기'를 날리는 일이었다.

붉은말 말똥게·맹꽁이 등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종이 누락되는 등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로 절대보전지역 해제되고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추진되었다. 강정마을에 있는 구럼비 근처에는 사람 말은 못하지만 온몸으로 말하며 살아가고 있는 생명들이 수없이 있다. 그런 생명을 시멘트로 묻어버리겠다는 해군기지 건설을 우리가 그냥 두어야 할까.

아직은 우리가 붉은말 말똥게와 맹꽁이, 돌멩이, 풀꽃들의 말을 들을 수는 없지만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을 살아온 주민들의 말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들어야 하지 않을까. 평화적으로 살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평화적 생존권을 침해하지 말라며, 4년 3개월을 싸워온 주민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치는 우리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아직 평화를 깨는 야만의 무리만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면 힘이 되지 않을까.

9월 3일 평화의 비행기를 타고 구럼비가 숨을 쉴 수 있게 하자. 가서 바람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구럼비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자. 그리고 우리가 바람이 되어 다시 뭍으로 돌아와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자.

ⓒ평화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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