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8일 한나라당의 예산안 날치기 과정에서 소위 '괴력'을 발휘했던 군장교 출신 김성회 한나라당 의원은 그날 밤 이명박으로부터 격려전화를 받았단다. 참담한 이야기다. 명색이 대통령이란 자가 의사당에서 동료 의원의 얼굴에 주먹질을 해, 피를 질질 흘리게 하면서 예산안 날치기 선두에 선 폭력의원에게 "애써줘서 고맙다. 수고했다"고 전화를 했단다. 이런 한심무인지경도 다 있나? 이명박의 '격려'전화에 '괴폭력의원'은 답하기를 "국회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이라고 답했단다. 만화를 보는가? 텔레비전에서 영상으로 보자니, 야당의원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얼굴에 주먹질을 해대는 '괴력'의 소유자이자 국회의원인 이 사람의 정체는, 도대체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할까? '괴력'의 주먹질을 하는 폭력배에? 아니면 국회의원에? 아니면? 둘 다에?
그리고 명백한 폭력적 행위에 '격려전화'를 건 처사란? 곧 폭력의 방조나 폭력의 고무격려? 너무 끔찍한 현실이다.
▲ 강기정 의원을 가격하고 있는 김성회 의원. ⓒ뉴시스 |
조폭(組暴)의 질서와 의리란
조폭, 조직폭력배의 근거는 그들 나름대로의 '질서'와 '의리'를 의식한다. 그런데 조폭의 질서란, 말 그대로 '순조롭게 이루어지게 하는 차례나 절차'와는 무관하다. 거의 동물적인 연쇄 반응을 일컫는다. 그래서 '조폭의 질서'란 실상은 사실 폭력의 위계질서를 그들 나름대로 설정한 억지스런 위악의 행렬일 뿐이다. 또 조폭 그들이 말하는 '의리'란? '마땅히 지켜야 사람으로의 도리'라는 본래의 '의리'라는 뜻과는 천지차이다. 조폭들의 의리란 그들 관계의 협잡을 말한다. 따라서 조폭들이 의리와 질서를 운운함은 애초에 어불성설이다.
조폭의 무차별 행렬
이명박이 전화를 건 이전 이후에 김성회 '괴의원'은 임태희 청와대 비서실장,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 등 청와대 핵심참모들은 물론, 이재오 특임장관, 김문수 경기도지사,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등 여권 핵심인사들로부터도 '수고했다'는 전화를 연달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 그럼, 그 수고는 무엇에 '수고'를 했을까? 날치기를 위한 피 칠에? 이것이야말로 '조폭의 행렬'이다. 한나라당 의원 50여명이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한 뒤 국회 건너편에 있는 음식점에서 자축파티를 벌이는 모습 역시 조폭적인 '조폭 행렬'의 저열함이다.
조폭정치의 말로와 박정희 시대 차지철
김영삼 정부 시절 1996년 12월 국회에서 노동법을 기습처리한 뒤 한나라당 의원들이 축배를 들었던 것 역시 '조폭의 행렬'이었고 이미 다 아는 사실이지만 정권의 말로는 대선 결과가 말해줬다. 김성회 의원은 말하기를, "국회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인 예산 처리가 일부 의원들의 막무가내 식 방해로 통과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누군가로는 자기가 나서서 주먹질을 작정하는 만용을 부렸단 얘기다. 대단한 충정이다.
박정희 정권의 말로는 바로 경호실장 차지철이 앞당겼다. 차지철 역시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는' 자기강박으로 당시 국회의원은 물론이요 국무위원들까지 마구 조인트를 까고 폭력을 휘둘렀다. 그래서? 그 결과는? 바로 박정희 피살이었다.
'괴력의원' 김성회의 "정의"와 한라당의 국회법 개정
▲ 피를 흘리는 강기정 의원. ⓒ뉴시스 |
김성회는 자신의 주먹질에 대해서 말하기를 "야당 의원들이 예산 처리를 막는 것을 보면서, 무엇이 정의인가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명백한 착란이다.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폭력을 불사했단 얘긴데, 정작 김성회 의원이 말하는 '정의'는 어떤 '정의'일까?
그가 말하는 '정의'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올바른 도리로서의 정의'를 말하는 것은 필경 아니다. 무엇이 올바르고 무엇이 사람으로 지켜할 도리인지가 그에게는 도저히 분간이 안 선다. 그저 무모할 뿐이다.
마침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하는 과정에서 폭력사태가 빚어진 것과 관련해 한나라당 대변인은 "국회 폭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며 "국회 경비대와 경위의 수를 늘리거나 역할을 조정하는 등의 국회법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고 말했다. 9일 한라당 안상수 대표는 "국회를 바로 세우지 않고선 대한민국을 선진화할 수 없다"며 '국회선진화법안' 카드를 다시 빼들었다.
선진화라? 참으로 지겨운 선진화 열창이다. 그 선진화는 '질서유지법'과 '폭력방지법'이란다. 결론은 다수 한나라당의 폭력을 법제화로 공고히 하겠단 얘기다. 적반하장이다. 동료의원 얼굴에 피갑철 칠을 하는 괴의원이야말로 '폭력배'가 아닌가? 자기 당의 유불리에 따라서는 폭력의 '대상'도 규정도 얼마든지 자의적이다.
뭔 여자들이 힘이 그렇게 센지…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날치기'를 막다가 한나라당 여성의원들의 '괴력'에 봉변을 당하면서 실신, 병원으로 실려 나갔다. 언젠가 이정희 의원이 여기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말하길, "국회는 법을 다루고 토론하는 곳이고 내가 그동안 해 왔던 게 법정에서 증인 반대신문하고 의뢰인 대변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잘 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국회에 막상 들어와 보니까 생각과 달리 몸 쓰는 일이 많더라."고 말한 적 있다. 그렇다. 이정희 의원은 하루빨리 합기도나 태권도를 4단쯤 따야 하지 않을까.
조폭정치와 정치모리배
조폭정치의 특징은 '온갖 수단 방법으로 자신들의 이익만을 꾀하는 무리'의 이합집산이다. 즉 모리배(謀利輩) 정치다. 이 정치에는 제대로 된 정치란 아예 설 자리가 없다. 모함과 배반, 힘센 놈 앞에 재빨리 줄서기로 지고 샌다. 이렇듯 오늘 현실은 모리배들의 일대 준동이다.
자, 장차 이명박 집단은 무엇으로 닥칠 화(禍)를 감당하겠다는 건지? 이명박집단의 끝 모를 파행은 국헌(國憲), 국기(國基), 국체(國體)를 모조리 파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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