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3일 05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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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아데로 이끄는 아리아드네의 실
[親Book] 미르치아 엘리아데의 <미로의 시련>
젊은 날, 앎에 대한 갈증에 시달릴 때 차가운 물 한바가지를 건네준 책이 여럿 있었다. 미르치아 엘리아데의 우주와 역사와 성과 속도 그런 경우다.특별히 엘리아데의 표현에 빗대어 말한다면, '역사의 공포'의 연대를 지나는 궁핍한 청년에게, 그의 책은 태곳적부터 함께한 위대한 어머니를 만나게 해주었다. 나에게 육체의 어미 자궁 속에 있던 기억은 남아 있지 않으
이권우 도서평론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공화국 다음의 공화주의!
[親Book] 김상봉·박명림의 <다음 국가를 말하다>
나는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가슴 벅차오른다.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이 한입으로 헌법 제1조를 가락에 맞춰 노래 부르는 장면 말이다. 그것은 시대정신의 일대전환을 알리는 기폭제였다, 고 나는 믿는다.우리는 줄곧 민주를 외쳐왔다. 촛불 항쟁도 후퇴하는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한 항쟁이었다. 그런데 광장의 시민은, 민주주의는 공화국의 정신과 함께 하지 않을 때
대한민국은 'MADE IN USA'! 사라진 사람들은?
[親Book] 김성동의 <현대사 아리랑>
얼마 전 술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한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 피디로 일하다 삶의 질을 우선하며 살고 싶어 퇴사하고 대학원에 다닌다는 이가 한 말이었다.워낙 다양한 교양 프로그램을 연출해왔는지라 해박하고 박식했다. 대화가 우리 현대사를 주제로 할 때, 그이는 촌철살인 격의 말을 내뱉었다."이 나라는 MADE IN USA 아니냐." 간
삽질의 끝은 '꿈의 도시'? 이건 한 편의 지옥도!
[親Book] 오쿠다 히데오의 <꿈의 도시>
속았다. 오쿠다 히데오가 이러면 안 된다. 신년에 그의 책을 펼쳤을 때는 기대심리가 있는 법이다. 좀 쉽게 시작하자, 좀 웃자, 좀 오버하자, 뭐 이런 편한 마음으로 책을 보게 되어 있다. 공중 그네의 엽기적 의사, 그리고 결정적 순간마다 눈길을 사로잡았던 풍만한 몸매의 간호사를 만나고 싶었다.아니면 남쪽으로 튀어!에 나오는 골 때리는 부부를 만나고 싶었다
'진보' 새해에는 뜨고 싶어? '보수' 머릿속을 봐!
[2010 올해의 책] 앨버트 허시먼의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프레시안 books' 송년호(21호)는 '올해의 책' 특집으로 꾸몄습니다. '프레시안 books' 서평위원이 의견을 모아서 선정한 두 권의 '올해의 책'(삼성을 생각한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외에도 8명의 서평위원이 나름대로 선정한 '나의 올해의 책'을 별도로 소개합니다. 다양한 분야, 다양한 장르의 이 책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이 책, 그러
몽族 소녀 리아를 죽인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프레시안 books] 앤 패디먼의 <리아의 나라>
놀라운 책이다. 두 문화의 충돌을 이토록 생생하게 다룬 책을 일찍이 보지 못했다. 문화 충돌이라니, 얼마나 추상적인 주제인가. 그런데 간질을 앓다가 식물인간이 된 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손에 잡힐 듯한 이야기로 빚어냈다.글재주가 남다르리라는 것은 익히 예상하고 있었다. 서재 결혼 시키기(정영목 옮김, 지호 펴냄)의 앤 패디먼이 지은이다. 그렇다고 그이가
세상에 이런 '서평꾼'이? "<돈키호테>는 축약본으로 읽어!"
[프레시안 books] 클리프턴 패디먼의 <평생 독서 계획>
기실, 그때부터 궁금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하고 말이다. 매주 일요일 오후에 집안사람이 거실에 모여 텔레비전을 보았단다. 네 명이 한 조를 이룬 대학 대표 팀끼리 장학금을 걸고 시합을 하는 퀴즈 쇼였다. 그들도 네 명을 한 조로 짰다. 비록 텔레비전에 나간 것은 아니지만, 공정하게 시합했다.조 이름도 붙였다. 성을 따 붙인 '패디먼
추문과 파멸로 점철된 소설…한 사람의 '현인'
[프레시안 books] 필립 로스의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이런 가상을 해보자. 나는 작가다. 문학과 현실, 그리고 역사에 민감한 감수성을 지닌 작품을 발표했다. 일하는 사람들의 땀이 보답 받지 못하는 사회에 분노하고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감싸지 못하는 현실을 고발해 왔다. 그렇지만 지쳤는지도 모른다. 예순 넘어서까지 여전히 현실 참여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한적한 곳에 들어왔다. 의미는
"별을 좇아 행복한 삶"
[문화, 우주를 만나다] 도서평론가 이권우
살다보면 별 생각 없이 쓰던 단어의 뜻을 온몸으로 느낄 때가 있다. 칠흑 같은 어둠이라고 할 때, 칠흑(漆黑)은 옻칠처럼 검다는 뜻이다. 오늘에야 옻칠한 물건을 만나기 어려우니, 얼마나 검은지 알 길 없지만, 이 말의 흔한 쓰임새로 보아 무척 어두운 상황을 이르는 것이
"소통과 공존의 해법이 여기 보이는구나"
[화제의 책] 프레시안의 첫 책 <여럿이 함께>
요즈음, 내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책들이 있다. 강의록이나 강연록을 책으로 묶어낸 경우이다. 문어의 시대에서 구어의 시대로 바뀌고 있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아직은 이행기라 하지만 곧 구어가 주류의 자리에 오를 것이다. 왜 다시, 구어의 시대가 열리고,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