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7일 0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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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독설 "'목마와 숙녀' 박인환은 양아치!"
[親Book] 김수영과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박인환, '목마와 숙녀' 中)한 잔의 술을 마시는 새벽이면 나는 종종 박인환을 이야기한다. 그의 생애가 아니다. 목마도 옷자락도 아니다. 홀로 나지막이 그의 이름을 부를 뿐이다. 무슨 '센티멘털 저니' 같은 감상에 젖어서가 아니다. 몇 번이고 반복해 부르며 소원이라
금정연 활자유랑자
헤밍웨이 vs. 피츠제럴드…진짜 '소설가'는?
[親Book]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
그의 재능은 나비의 날개에 (꽃)가루로 뿌려진 무늬만큼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처음에 그는 나비만큼 그걸 의식하지 못했고 모든 것이 휩쓸려가고 약탈당했을 때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 후, 그는 피해 입은 자기 날개와 무늬의 상태를 깨닫고는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시작했고, 그리고 그는 더 이상 날 수가 없었는데, 왜냐하면 그는 비상에 대한 의욕을 잃어버렸기 때
박노자, 내 청춘의 등에!
[親Book] 박노자의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
약속했던 원고 마감을 뒤로하고 술을 마신 지난 금요일, 나는 대학 시절 선후배를 만났다.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그 시절 이미 고사(枯死)의 길을 걷고 있던 한 대중 조직 산하의, 산하에 산하의, 그리고 다시 그 산하의 학생회에서 몇 대 회장이니 집행부니 하며 어울렸던 우리는 저마다의 사정에 따라 이르거나 늦은 군 입대를 했고, 복학해 졸업을 했으며, 그저
"여기 시체가 있다니까요!" '소녀의 외침' 이후!
[親Book] 김사과의 <테러의 시>
김사과의 새 소설 테러의 시(민음사 펴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세 단어면 충분하다. 그리고 나는 이미 그 단어들을 말했다. 테러, 시, 그리고 김사과.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이것은 테러다. 이것은 시다. 이것은 김사과다. 끝. 그러니 이어지는 이야기는 모두 사족일 뿐이다.*이것은 작가론이 아니다.이것은 서평 또한 아니다.*물론 김사과의 소설들에는
범죄와의 전쟁? 벗겨보니 '주말 연속극'!
[프레시안 books] 레너드 카수토의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레너드 카수토의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김재성 옮김, 뮤진트리 펴냄)를 읽으며 내가 이 장르의 팬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단지 레이먼드 챈들러의 팬일 뿐이다. 그건 내가 필립 말로의 팬이라는 뜻이고, 아직 덜 자란 구제불능의 애송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이 글에서 중요한 건 전자다. 언젠가 챈들러는 이렇게 썼다.여기 이 비열한 거리를 걸어가야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親Book] 커트 보네거트의 <나라 없는 사람>
만일 부모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 싶은데 게이가 될 배짱이 없다면 예술을 하는 게 좋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 예술은 생계 수단이 아니다. 예술은 삶을 보다 견딜 만하게 만드는 아주 인간적인 방법이다. 잘하건 못하건 예술을 한다는 것은 진짜로 영혼을 성장하게 만드는 길이다. 샤워하면서 노래를 하라. 라디오에 맞춰 춤을 추라. 이야기를 들려주라. 친구에게
이것은 '올해의 책'이 아니다!
[2011 올해의 책] 정영문의 <어떤 작위의 세계>
'프레시안 books' 송년호(71호)는 '2011 올해의 책' 특집으로 꾸몄습니다. '프레시안 books'가 따로 '올해의 책'을 선정하는 대신, 1년간 필자·독자·기획위원으로 참여한 12명이 각자의 '올해의 책'을 선정해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다양한 분야, 다양한 장르의 이 책들을 2011년과 함께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벌써부터 나른한 기분이다. 그
툭하면 '오역' 타령! 번역에 정답은 없어!
[親Book] 두 가지 <픽션들>의 대화
보르헤스의 픽션들(송병선 옮김, 민음사 펴냄)이 세계 문학 전집의 한 권으로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 놀랐다. 기존에 출간된 책을 전집에 넣어 다시 출간하거나, 번역을 다듬어 개역판을 내거나,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한 출판사에서 기존의 번역본(픽션들(황병하 옮김, 민음사 펴냄))은 그대로 둔 채 다른 번역으로 병행
지금은 '소설'이 필요한 시간
[프레시안 books] 제임스 우드의 <소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언젠가 발터 벤야민은 이렇게 썼다.책 안에서 열리는 세상과 책 자체는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라 완전히 하나였다. 책이 있으면 그 내용과 그 안의 세상이 손에 잡힐 듯 단번에 내 앞에서 나타났다. 그래서 그 내용과 책 안의 세상은 책의 모든 부분을 변용시켰다. 즉 그것들은 책 안에서 불타올랐고 책으로부터 빛을 내보냈다. 책의 내용과 그 안의 세상이 표지나 그
야구, 잔인하고도 사랑스런 삶의 축도!
[親Book] 서효인의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나는 거실에 앉아 있다. 대추나무와 목련과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나무들이 있는 마당을 향한 창문 아래에는 리모컨이 딸린 21인치의 대형 TV가 있다. TV에서는 야구 경기가 한창이다. 그걸 보는 것은 아버지.나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구부정하고 넓은, 그 등판을. 어느 평범한 토요일이고, 여과 없이 쏟아지는 오후의 햇살에 나는 눈을 가늘게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