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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세상…아직도 몇 만불 타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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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세상…아직도 몇 만불 타령인가?"

[창간 8주년 지방 순회 강연회 : <1> 광주]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다. 앞으로 정부가 30조 원 빚 내서 4대강 정비 사업을 벌인다. 고작 1만 달러 소득을 달성하고자 이렇게 환경을 파괴했는데, 4만 달러를 달성하기까지 어떤 일이 생길지…."

<프레시안> 창간 8주년 기념 지방 순회 강연회가 지난 7일 광주광역시에서 김성훈 중앙대학교 명예교수(전 농림부 장관)의 강연으로 시작했다.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NGO센터에서 열린 이번 강연은 '참다운 녹색성장의 길 : 생명·환경·상생의 시대를 향하여'라는 주제로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김성훈 교수는 세계화, 지방화를 넘어서 세방화(glocalization)로 이어지는 세계 각국의 흐름을 소개하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해 삶의 질, 지속가능한 개발, 4대강 정비 사업 비판, 지역 운동의 중요성 등을 강조했다. 오랫동안 농민, 시민, 학생 등 다양한 청중을 대상으로 다져온 그의 입담은 깊고도 넓었다.

강연 도중 환경이 빠르게 파괴되는 시대 상황을 언급할 때마다 평소 차분한 김성훈 교수의 목소리는 커졌다. 김 교수는 현재 정부가 내세운 녹색 성장 구호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두고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율배반적인 일이 당연시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프레시안> 창간 8주년 기념 지방 순회 강연회가 지난 7일 광주광역시에서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전 농림부 장관)의 강연으로 시작했다. ⓒ프레시안
"세상은 변하는데…개발주의 환상 속에 빠져 있는 한국"

"세상이 변하고 있다. 이제 신자유주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기후·에너지 시대가 시작되었다. 선진국은 더 이상 1인당 국민소득(GNI) 향상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이들은 교육, 문화, 복지, 환경 지표를 통합해 '삶의 질' 향상을 추진한다. 1인당 국민소득을 국정 목표로 삼는 나라는 개발주의 시대의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몇몇 토건국가뿐이다."

김성훈 교수는 "바야흐로 생명·환경·여성주의에 바탕을 둔 상생이 21세기 세계의 목표"라며 "한마디로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 시대의 화두"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발전'에서 강조해야 할 부분은 '발전'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이라며 "지구가 지탱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많은 사람이 두루 공생할 수 있도록 발전의 방향의 바꾸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아직도 GNP 향상을 국정 목표로 삼으며, '4만 달러, 5만 달러 국민 소득을 이루겠다'는 공약이 나오는 개발 만능주의, 경제 만능주의의 부작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가들이 있다"며 "러시아, 대한민국이 그런 국가의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도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런 기준에 맞춰볼 때 한국의 지속가능성 지수는 얼마나 될까? 김성훈 교수는 몇 가지 예를 들었다.

"현재 연평균 기온이 세계 평균의 두 배가량 높아진 한반도에서는 동해에 명태가 오지 않고 사과·배나무가 강원도 북단의 인제와 양구에서 자란다. 이 상태로 진행된다면 2050년쯤엔 한국의 등온선이 400킬로미터나 북상하고, 열대성 병해충과 미생물이 창궐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은 해마다 어두워지고 있다. 2005년 한 해 평균 서울의 총 일조(日照) 시간은 1449.7시간으로 하루 평균 3.97시간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5년 새 31%가 줄어든 수치로 사과가 열매를 맺기 어려운 수준이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사과, 배, 복숭아 등을 강제 수분을 시켜야 열매가 맺는 이상 현상마저 일어났다."

"후손들이 왜 하필 한국서 태어났냐며 원망하지 않겠나"

▲ 김성훈 교수는 "한국은 모든 면에서 세계 평균보다 두 배의 속도로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레시안
김성훈 교수는 "한국은 모든 면에서 세계 평균보다 두 배의 속도로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며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이 매년 발표하는 나라별 환경지속가능성 지수(Sustainablility Index)는 부끄럽게도 우리나라는 세계 122위에서 136위를 오르내리는 최하위권"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서 "만 4년째 160개국 수도 가운데 가장 대기오염 정도가 높은 도시가 서울"이라며 "그런데 광주는 물론 다른 도시들이 전부 이런 서울을 닮아가지 못해서 안달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GNP는 맹점이 있다"며 "폭력을 휘둘러 치료를 받으면, 폭력 비용과 치료 비용 모두 GNP로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자연에 폭력을 휘둘러 발생한 오염을 처리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며 "그렇게 GNP 4만 달러를 달성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다시 한 번 되물었다.

그는 "2009년 9월 현재, 우리나라 환경 생태계의 붕괴를 예측하는 환경시계가 지난해보다 25분 나빠진 밤 9시 51분을 가르키고 있는 것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 추세라면 2030년쯤에는 파국의 시간인 밤 12시에 가까워진다"고 강조했다.

"이제 2시간 정도 남았다. 나는 후손들이 두렵다. 이대로 가면, 그들이 분명히 '하필 재수없는 한국에 태어났다'며 우리를 원망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35만 일자리? 농민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나"

"너무 비관적이라고? 그러나 사실이다. 이것을 인식하는 지도자가 없고, 그러다 보니 점점 우리는 선진국과는 다른,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김성훈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도 국정 목표를 '녹색 성장'이라 밝혔다"며 "그러나 이 대통령과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를 만들지 않겠다'고 하면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임기 중에 끝내겠다고 들고 나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뚜껑이 열린뒤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김성훈 교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3년 6개월 동안 22조 원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이 사업은 반환경 정책의 상징"이라고 질타했다.

"생태계가 어떻게 부숴지건 하천을 파내 모래를 팔고, 보를 쌓고, 주변의 땅을 가진 사람을 위해서 자전거길을 만들고 리조트를 개발하는 것이 이 사업이다. 환경적 측면에서는 강 살리기가 아닌 강 죽이기다. 다음 정권에서 산에 터널만 뚫으면 바로 대운하가 되는 것 아니냐."

▲ "환경적 측면에서는 강 살리기가 아닌 강 죽이기다. 다음 정권에서 산에 터널만 뚫으면 바로 대운하가 되는 것 아니냐." ⓒ프레시안

김성훈 교수는 "특히 지금 전국의 4대강 연변 곳곳의 수몰될 하천부지 농민들의 절규를 담은 즐비한 현수막을 주목하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유기 농업의 발상지이기도 한 팔당 상수원 지역에서 수십 년간 유기 농업을 일궈온 농민도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명목으로 쫓아날 처지에 놓였다.

김성훈 교수는 "이 사업으로 35만 명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하지만 오히려 죽어가는 농민이 몇 명이 될지 가늠할 수 없을 지경"이라며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저탄소 녹색 운동이라며 하천에 자전거길을 만든다고 하는데, 대도시가 아닌 시골 강변에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자전거를 타려면)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강까지 가야 하는 게 무슨 녹색 성장이냐"고 반문했다.

김성훈 교수는 "오죽하면 이명박 정부의 환경부가 지난 8월에 4대강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라고 국토해양부에 공문을 보냈겠느냐"라며 "그런데도 벌써 국토해양부는 입찰공고를 냈다"고 혀를 찼다.

"개발 부르짖는 지방자치단체, 환경 부르짖도록 바꿔야"

이어서 김성훈 교수는 특별히 광주 시민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살리기 사업에 포함된 영산강 정비 사업에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영산강은 4대강 중 수질이 가장 나빠서, 광주, 전남 지역에서는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김 교수는 "영산강 개발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며 "그러나 리조트를 짓는 개발인지, 환경을 살리는 개발인지 시민 단체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토건업자와 유착된 국회의원은 그렇다고 쳐도 시민단체는 민생과 민초를 살리고 생물, 환경 살려서 후손들에게 살 만한 땅을 물려주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개발만 부르짖는 지방자치단체 지도자, 의원을 환경을 부르짖는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교수는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시민단체는 정당을 믿지 말고, 우리 지역의 환경과 농촌을 살리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시민의 돈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을 중단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환경시계는 12시를 향해서 달려갈 것이다. 생명, 환경, 상생 시대를 위해 토건업자를 위한 말뿐인 녹색성장이 아닌 진정한 녹색성장을 위해 나가야 한다."

▲ 김성훈 교수는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시민단체는 정당을 믿지 말고, 우리 지역의 환경과 농촌을 살리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창간 8주년을 기념해 진행하는 이번 강연회는 '김대중, 노무현 이후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큰 주제 아래 각 지역에서 다양한 주제로 개최된다. 광주를 시작으로 앞으로 4주간 매주 수요일 대구(14일), 전주(21일), 부산(29일 목요일), 대전(11월 4일)에서 강연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은 프레시안 홈페이지 참조. 문의전화 02-722-8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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