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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108명 "시간강사 교원 지위 부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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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108명 "시간강사 교원 지위 부여하라"

"비정규직법 핑계 대량 해고는 차별 행위"

비정규직법을 빌미로 전국 각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대량으로 해고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나온 통계에 따르면 비정규직법 적용 대상이 되는 박사 학위 미취득자 강사 1200여 명이 112개 대학에서 해고됐다.

이를 두고 철학자 108명은 지난 28일 성명을 발표하고 "고등교육법을 개정하여 대학 시간강사에게 교원지위 부여하라"며 시간강사 문제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원인 이들은 성명에서 "비정규직 보호법을 적용할 수 없다면서 해고하거나 강의 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시간강사들을 차별하는 것"이라며 "시간강사 문제의 본질은 박사 학위 소유 여부가 아니라 중요한 것은 차별적인 시간강사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 동안 교육과학기술부는 한국학술진흥재단 등을 통해 여러 지원 정책을 확대해왔고, 각 대학도 계약직 교수를 확충하고 시간당 강의료를 인상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해왔다"며 "그러나 그런 노력들은 시간강사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시간강사가 교원 지위를 회복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을 개정한다고 해서 뿌리 깊은 시간강사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렇지만 노동자도 아니고 교육자도 아닌 신분으로 구조화된 차별을 없애고, 제도적 미비점도 개선할 수 있는 출발점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는 시간강사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법제도를 만드는 한편 재정 확보를 위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며 "우리는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 등의 개정의 통해 시간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할 것을 촉구하며, 이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투쟁에 동참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성명 전문이다.

고등교육법 개정하여 대학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 부여하라

'비정규직 보호법'의 시행여부를 놓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에 대학에서는 박사학위가 없는 시간강사 천여 명을 해고하였다. 지난 9월 9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김진표 민주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대학별 시간강사 해촉 현황'을 보면 112개 대학에서 1219명이 해고된 것으로 되어있다. 제출하지 않은 88개 대학을 포함하면 그 숫자는 2천명 가까이 되리라 추정된다. 이에 김영곤 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고대분회장은 "시간강사는 고용계약서를 쓰지 않고 4대 보험 혜택도 없어 근로자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비정규직 보호법을 빌미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자르겠다는 것은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해고된 시간강사들은 정규직 전환 대상자였다. '비정규직 보호법'에 따르면 박사 학위 없이 4학기를 연속으로 강의하면 정규직 전환 대상자가 되기 때문이다. 한편 박사 학위 소지자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자로 분류되어 '비정규직 보호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문제는 앞으로 박사학위가 없는 시간강사의 경우 주당 5시간 이상의 강의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에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비정규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2003년 비정규직 교수의 퇴직금 관련 소송에서 고등법원은 강의시간을 일반 노동시간의 3배로 산정했다. 이에 '비정규직 보호법'의 적용을 피하려면 주당 5시간 미만, 즉 15시간의 3분의1에 미치지 못하는 강의를 배정해야 한다. 올 2학기 70명 해고에 대항해 투쟁했던 한국비정규직 교수노조 부산대 분회가 대학 당국과의 협상에서 주당 5시간 미만의 강의에 합의하게 된 데에는 이와 같은 요소가 작용했다. 이제 박사학위 없는 시간강사는 3학점 1과목 또는 2학점 2과목까지만 강의해야 해고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것도 하루에 다 강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3학점 과목의 경우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요일을 나누어 강의 시간을 배정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 학교에 가야 한다. 따라서 집에서 먼 대학의 경우, 강의료는 교통비나 식비로 대부분 나갈 수밖에 없어서 더 많은 대학을 돌아다녀야 한다.

박사 학위가 없는 자를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대학의 주장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보호법'을 적용할 수 없다면서 해고하거나 강의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시간강사들을 차별하는 것이다. 박사 학위 소유 여부는 시간강사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차별적인 시간강사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시간강사는 원래 학위를 받은 사람이나 학위를 준비하는 자가 강의업무를 경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박사 학위 소지자가 대량 배출되면서 시간강사는 하나의 직업군이 되었다. 물론 보수나 신분적 측면에서의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대학은 교양강의를 중심으로 절반에 가까운 강의를 시간강사에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강사는 시간당 강의료 외에 다른 수입이 없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서 여러 대학에서 강의해야 한다. 대학 교육에서 시간강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만 임금 수준은 대단히 낮은 편이다. 그리고 강의 위촉이나 해촉 과정에서 벌어지는 대학의 일방적 조치에 시간강사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다. 다음 학기에는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2003년 한 대학 강사의 자살을 계기로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는 "대학 시간강사의 급여와 복리후생, 법적인 신분 등 처우상의 차별과 불안정한 지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실질적 대책을 마련할 것"을 국가인권위에 진정하였다. 이에 국가인권위는 '대학 시간강사 제도 개선 검토 결정문(2004년 6월 2일)을 통해 "대학 시간강사는 전임교원과 비교하여 근무조건 ㆍ 신분보장 ㆍ 보수 및 그 밖의 물적 급부 등에 있어서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고, 그 차별적 대우는 합리성을 잃은 것이어서 헌법상 기본권인 평등권 침해의 소지가 있으며, 또한 결과적으로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도 훼손될 우려가 있어 조속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여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에 개선을 촉구했다. 그 동안 교육과학기술부는 한국학술진흥재단 등을 통해 여러 지원정책을 확대해왔고, 각 대학도 계약직 교수를 확충하고 시간당 강의료를 인상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들은 시간강사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지난 16대 국회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한나라당(이주호 안), 민주당(유기홍 안), 민주노동당(최순영 안) 등이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였다. 당시 법안의 핵심은 시간강사가 교원지위를 회복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을 개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비정규직교수노조를 비롯한 여러 교수학술단체의 투쟁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경노동위에서 그 법안은 상정되지도 못했다. 배재대 김종서 교수(법학)는 "시간강사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학생들을 평가하는 실질적인 교원의 신분임에도 교원이 아니라고 하는 데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고 주장하였고, 도재형 이화여대 교수(법학)는 "비정규직법을 보면 다른 법에 규정이 있으면 적용을 예외로 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며 "고등교육법, 사립학교법 등을 통해 시간강사의 지위를 밝혀 두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도 출범한 이래 고등교육법 개정요구를 줄기차게 제기해왔다.

물론 고등교육법을 개정한다고 해서 뿌리 깊은 시간강사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노동자도 아니고 교육자도 아닌 신분으로 구조화된 차별을 없애고, 제도적 미비점도 개선할 수 있는 출발점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시간강사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법제도를 만드는 한편 재정 확보를 위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현실의 어려움을 핑계로 인권위의 개선권고를 묵살하는 대학도 더 이상 진리의 상아탑이 될 수 없다. 이에 사단법인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소속 교수와 연구자들은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 등의 개정의 통해 시간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할 것을 촉구하며, 이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투쟁에 동참할 것을 선언한다.

2009년 9월 28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철학교수ㆍ연구자 108명 일동

<서명자 명단>

강지은(건국대 강사), 곽노완(서울시립대 교수), 구태환(상지대 강사), 길혜연(건국대 강사), 김갑수(성균관대 강사), 김광호(고려대 석사수료), 김교빈(호서대 교수), 김동기(부산대 강사), 김동민(성균관대 강사), 김명주(부산대 박사수료), 김문용(고려대 부교수), 김상봉(전남대 교수), 김상현(서울대 강의교수), 김석(건국대 강의교수), 김성민(건국대 교수), 김성우(상지대 겸임교수), 김세서리아(성신여대 연구교수), 김시천(인제대 연구교수), 김예호(성균관대 수석연구원), 김원열(한양사이버대 전 교수), 김의수(숭실대 석사수료), 김의수(전북대 교수), 김재경(성균관대 연구교수), 김재기(경성대 교수), 김재현(경남대 교수), 김재홍(관동대 연구교수), 김정철(숭실대 석사수료), 김종곤(건국대 박사과정), 김주일(성균관대 강사), 김창호(전 국정홍보처장,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혜원(숭실대 석사과정), 김호경(어린이철학 선생님), 류종렬(대진대 강사), 문성원(부산대 교수), 문성훈(서울여대 교수), 박기순(충북대 교수), 박민철(건국대 박사과정), 박영균(서울시립대 연구교수), 박영미(한양대 강사), 박영욱(연세대 HK교수), 박은미(건국대 강의교수), 박종성(방송통신대 강사), 박준영(방송통신대 강사), 박지용(동덕여대 강사), 박찬국(서울대 교수), 배기호(숭실대 박사과정), 배영은(건국대 석사과정), 백충용(성균관대 강사), 서영화(서울대 박사수료), 서유석(호원대 교수), 선우현(청주교대 교수), 손철성(경북대 교수), 송상용(한림대 명예교수), 송석현(방송통신대 강사), 송영배(서울대 명예교수), 송종서(호서대 강사), 신우현(상지대 강사), 심재훈(민족의학연구원 직원), 심혜련(전북대 교수), 양일모(한림대 교수), 양해림(충남대 교수), 여현석(상지대 강사), 오상철(숭실대 석사과정), 오상현(숭실대 석사수료), 원혜영(대진대 초빙교수), 유동환(호서대 교수), 유현상(방송통신대 강사), 윤은주(숭실대 강사), 윤찬원(인천대 교수), 이강서(전남대 교수), 이규성(이화여대 교수), 이병수(경남대 연구교수), 이병창(동아대 교수), 이성백(서울시립대 교수), 이숙인(서울대 연구교수), 이순웅(숭실대 강사), 이재원(한서대 전 강사), 이재유(건국대 강사), 이정우(철학아카데미 공동대표), 이정은(연세대 강사), 이정호(방송통신대 교수), 이종철(교원대, 연세대 강사), 이지영(경희대 강사), 이지영(한국예술종학학교 강사), 이철승(성균관대 수석연구원), 이현구(성균관대 강사), 이현재(서울시립대 HK교수), 장은주(영산대 교수), 장춘익(한림대 교수), 전호근(민족의학연구원 상임연구원), 정준영(성균관대 강사), 조광제(홍익대 미술대학원 강사), 조남호(국제뇌교육대학원 교수), 조배준(숭실대 석사수료), 조은평(건국대 강사), 조현진(대림대 강사), 진은영(이화여대 강사), 최종덕(상지대 교수), 최진아(방송통신대, 삼육대 강사), 최한빈(백석대 교수), 최형식(호원대 강사), 최홍식(안동대 전 강사), 한유미(숭실대 석사과정), 허라금(이화여대 교수), 현남숙(가톨릭대 초빙교수), 홍영두(충북대 강사), 홍원식(계명대 교수), 황희경(영산대 교수) 이상 10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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