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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중위소득 역대 최고 인상? 언론, 정부 '숫자놀이'에 휘둘리지 말라"

[인터뷰]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복지부 자화자찬 뒤 가려진 빈곤 사각지대"

올해도 빈곤 위기에 있던 일가족 사망 사건이 여러 차례 보도됐다. 지난 7월 경기 오산에서 일가족 3명이 유서를 남기고 사망했고, 지난 3월 70대 어머니와 그 아들이 전북 군산에서 사망했다. 이들은 기초생활 수급자가 아니었다. 가난의 문제로 스스로 삶을 끝낸 이들이 복지 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한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사각지대 요인엔 '기준 중위소득' 셈법 문제가 있다. 기초생활보장급여 등 80여 개 복지제도의 기준이 되는 값이다. 보건복지부가 산하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를 통해 매해 정한다. 가령 생계 급여는 기준 중위소득의 '32% 이하' 소득 가구에 지급하고, 급여액도 이 금액에 연동된다.

최근 "기준 중위소득 역대 최고 인상" 보도가 쏟아졌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8일 정한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이 지난해보다 6.7% 인상돼, 역대 최고 증가율이란 긍정적 평가였다. 내년 기준 중위소득은 4인 가구 기준 692만 9885원, 1인 가구 기준 273만 6042원이다.

그러나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기만에 가까운 자화자찬을 그만두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보도자료를 인용한 언론에도 "정부 발표보다 빈곤 문제의 실질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2일 김윤영 활동가와의 전화 인터뷰를 아래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단체가 지난 6월 2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역대 최고수준 불평등에도 방치되는 빈곤문제, 이재명 정부가 책임져라! - 중생보위는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기준중위소득 현실화에 나서라! 중생보위 요구안 제출' 기자회견을 열었다. ⓒ빈곤사회연대

프레시안 : 기준 중위소득이 역대 최고 인상률을 보인 건 의미가 있지 않나? 왜 자화자찬이라고 하는 건가?

김윤영 : 현실을 가리는 기만이기 때문이다. 실제 중위소득 대비 기준 중위소득의 차이는 훨씬 벌어졌다.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2018년 1인 가구 중위소득은 187.8만 원이고, 기준 중위소득은 167.2만 원이었다. 12% 넘게 차이났다.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중위소득은 290.9만 원, 기준 중위소득은 239.2만 원으로 정해졌다. 격차는 21.6%로 벌어졌다.

이 차이는 올해 29%로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즉 아무리 기준 중위소득이 올라도, 실제 중위소득 수준을 못 따라간다. 또한 그 차이는 8년 전보다 2배 넘게 커졌다.

프레시안 : 기준 중위소득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김윤영 : 기준 중위소득은 2015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도입됐다. 최저선의 생계만 협소하게 지원하던 기존 방식에서, 국민의 평균적 소득 수준을 반영하며 자립을 촉진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기초생활보장법에 “기준 중위소득은 국가데이터처가 공표하는 통계자료의 중간값(중위소득)에 최근 평균 증가율 등을 반영해 산정한다”고 정했다. 복지부는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원자료로 활용해 기준 중위소득을 정한다.

프레시안 : 그런데 왜 실제 중위 소득 수준보다 낮게 정하나?

김윤영 : 복지부(중생보위) 셈법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먼저 시차다. 2026년에 2027년 기준 중위소득을 정하는데, 그 자료는 2025년 걸 쓴다. 거기다 지난 3년의 중위소득 평균 증가율을 '기본증가율'로 삼는다. 여기에 '추가 증가율'을 더한다. 이는 2020년 복지부가 원자료를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로 바꿀 때, 실제 중위소득과 기준 중위소득의 차이가 12% 넘는다는 걸 파악해서 도입했다. 차액을 메꾸기 위해 향후 6년간 매해 2%씩 올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대로 지켜진 적이 한 번도 없다. 가령 2022년엔 기본 증가율이 4.32%가 나와도 3.02%를 적용했다. 여기에 1.94%를 추가해 총증가율은 5.02%에 불과했다. 2025년엔 3년 평균 증가율은 9.19%였는데 기본 증가율을 2.0%로 정했다. 여기에 4.42%를 추가 증가율로 더했다. 그렇게 총증가율이 6.51%가 된 거다. 이렇게 매해 차이가 누적돼 현재 29%까지 벌어졌다. 기초생활보장법 취지 위반이다.

▲2018~2025년에 결정된 기준 중위소득과 실제 중위소득(가계금융복지조사) 비교 ⓒ프레시안(손가영)

프레시안 : 그럼 중생보위는 무엇을 근거로, 어떤 토론을 하고, 어떤 숙의를 거쳐 금액을 결정하는가?

김윤영 : 알 수 없다. 중생보위의 가장 큰 문제다. 속기록을 작성하지 않고,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는다. 누가 무엇을 근거로 어떤 논리를 제시했는지 전혀 확인할 수 없다. 회의자료도 미리 배부하지 않고, 끝나면 다 걷어간다.

몇 년 전 중생보위의 생계급여 소위원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회의 논의를 외부에 발설하지 말라는 서약까지 받더라. 기획재정부 관료의 발언권이 가장 강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내년 경기가 엄청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다. 근거 없이 말만 하는데도 기재부의 입김이 가장 강하다. 이런 식이다.

프레시안 : 누구의 피해로 귀결되나?

김윤영 : 기준 중위소득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 당장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빈곤사회연대 등은 2024년 총 81만 8598 가구가 중위소득 이하이지만 생계급여를 받지 못한다고 파악했다. 또 1인 기준 생계급여는 실제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한 값에 비해 17만 2000원 더 줄어들었다. 4인 가구는 42만 3000원 줄었다.

생계·교육·주거·의료 급여 등 기초생활보장급여뿐 아니라 80여 개 복지제도의 기준이 된다. 국가장학금, 청년미래적금, 행복주택 공급 등이다. 개인 회생·파산 신청 시 변제 금액을 정할 때도 기준 중위소득이 활용된다. 영향받는 규모는 광범위하다.

프레시안: 현실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게 당사자일 텐데, 중생보위 논의에 참여하지 못하나?

김윤영 : 참여하지 못한다. 예전에 한 중생보위 위원이 회의 쉬는 시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본인은 생계급여 수급자 규모가 얼마인지도 몰랐는데, 여기에 참여하게 됐으니 배워야 할게 많다고. 수급자들은 자기 급여가 이런 식으로 결정된다는 걸 상상이나 할까? 무척 당황스럽고 속상했다.

중생보위 의결에 참여하는 대부분이 소득이 높고, 사회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지위에 있다. 빈곤 사각지대의 문제를 체감하기 어려운 이들이다. 그럼에도 당사자의 참여를 배제하는 데엔 복지부의 편견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빈곤층의 시민은 자기와 관련된 정책을 결정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편견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 민주주의에 빈곤층의 자리가 협소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우리는 중생보위 회의를 완전 개방하고, 당사자 등의 방청권을 보장하며, 속기록 작성·공개 등을 요구한다.

프레시안 : 그러나 당일 긍정적 평가의 보도가 주를 이뤘다.

김윤영 : 보건복지부가 이번 인상률을 역대 최고 인상이라며 'K자 양극화 해소' 조치라고 했다. 말이 안된다. 보건복지부가 이렇게 자료를 내도, 언론은 이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언론 보도에서 복지 제도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충분히 주목받지 못하는 것 같다. 집값, 주가지수에 대한 굉장히 높은 관심과 대조적이다.

기준 중위소득을 정하는 방법을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든 문제도 있다. 이 자체가 사람들의 관심을 떨어뜨린다. 전문가들만 의견낼 수 있있다는 관념도 조장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인상률 자체를 결정하는 데엔 대단히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다. 실상 회의에선 자료 없이 예산이 부족하다거나 경기가 침체라는 등 비논리적인 논의도 오고 간다.

프레시안 : 빈곤 문제를 보도하는 언론에 당부하고 싶은 말?

김윤영 : 지금 뉴스를 보면, 한국 사회의 보통 사람은 서울에 살고 신축 아파트 자가를 갖고 있거나 가질 예정인 이들로 보인다. 가구 월 소득이 800만 원은 되는 이들이다. 그러나 서울만 해도 세입자가 더 많다. 재건축 원하는 사람보다 쫓겨날 사람이 더 많다. 이런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한다. 그래야 균형이 맞춰지지 않을까. 중산층 이상과 자가를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만 들릴 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이 사회에 자기 자리가 없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느낄 것이다. 이를 고민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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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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