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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녹색 성장' 싹부터 자른 지식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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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의 '녹색 성장' 싹부터 자른 지식경제부"

[길에서 책읽기] <플랜B 3.0>

'햇빛 발전' 산업은 10월 1일자로 사망 선고를 받았다. 이날부터 단 1건의 햇빛 발전소도 한국에서는 건설되지 않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앞장서서 햇빛 발전 산업을 단칼에 아주 깊숙이 찔러 죽였기 때문이다.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러 놓고도 지식경제부는 태연히 녹색 성장을 부르짖는다. 대통령이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참으로 낯 두껍고 가증스럽다. 지식경제부의 재생 에너지 담당 관료는 늘 원자력주의자들이었다. 이들 '원자력-화석연료 동맹'은 쾌재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들은 꼬박꼬박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타간다. 제2의 IMF가 오든 재생 에너지 산업이 붕괴하든 지식경제부 관리는 굶어 죽을 리 절대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햇빛 발전 산업에서 일하던 수많은 사람들은 한숨을 쉬며 이 정부의 어리석음과 당장의 배고픔에 걱정이 태산이다.

10월 1일부터 민간에서 재생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할 때, 정부가 사주는 발전 차액 지원 제도의 구매 단가가 무려 20% 이상 낮아졌다. 이렇게 낮춘 이유를 지식경제부는 햇빛 발전 전지 값이 낮아진 탓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거짓과 억지가 어디 있는가. 국제 모듈 가격은 해마다 큰 폭으로 떨어져 2004년에는 와트당 4.3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2006년부터는 오히려 올라 지금까지 계속 4.8달러 선에서 강보합세를 이어오고 있다. 더구나 지금은 환율이 요동을 치면서 모듈 제작 업체들이 다 망하게 생겼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말 자체가 허구이며 사실은 저탄소 녹색살해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재생 에너지야말로 새로운 일자리를 수없이 만들어내고 이른바 녹색 성장을 확실하게 보장해주는 신천지임을 모르는 유일한 외눈박이들이 지식경제부 관리들이다.

거기다 지식경제부는 햇빛 발전 산업을 아예 확인 사살까지 하는 치밀함을 보여주었다. 2012년부터는 아예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폐지하고 의무 할당제를 실시하겠단다. 의무 할당제는 쉽게 말해서 대규모 발전 사업자, 즉 한국전력이 올해는 몇 % 재생 에너지 발전소를 짓겠다고 신청하면 그것을 인증해주는 제도이다.

생각해보라. 어떤 미친 발전 사업자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햇빛 발전소를 지으려고 하겠는가. 이미 이 제도는 영국과 일본에서 명백히 실패한 제도로 판명났다. 그래도 지식경제부는 이 제도를 도입하겠단다. 작심하고 나라의 미래를 망치겠다고 달려드는 꼴이다.
▲ <플랜B 3.0>(레스터 브라운 지음, 황의방 외 옮김, 도요새 펴냄) ⓒ프레시안

레스터 브라운은 지식경제부의 이런 한심한 정책을 나라를 실패국가로 만드는 반역의 행위이자 지구를 죽이는 행위라고 극언한다. 그렇다고 레스터 브라운이 무슨 좌파인 것도 아니다. 그는 시장주의자이자 정부 정책의 궤도 수정을 부르짖는 그 잘난 미국주의자이다.

레스터 브라운은 <플랜B 3.0>에서 오늘날 세계가 어떻게 붕괴를 향해 고속 질주하고 있는지 조목조목 수치를 들어가면서 하나하나 설명한다. 북극과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고 있다. 지하수가 고갈되고 있다. 식량 생산이 줄어들고 있다. 바다 물고기는 씨가 말라가고 있다. 그리고 기후 변화의 재앙은 이제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이 세계는 이제 희망이 없는 붕괴의 절망만 남은 것 같다.

이미 다 들었던 얘기이지만 그의 말을 듣다보면 생생한 위기의식에 휩싸이면서 우리가 왜 서둘러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되는지 그 절박함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 질 것이다. 그는 장부에 비용을 기재하지 않은 엔론의 파산을 예로 들며 지구 경제의 장부에 기재되지 않은 비용을 하나하나 꼼꼼히 계산한다.

그러나 레스터 브라운은 지구 문명을 구하기 위해 아직 시간은 있으며 희망이 있다고 역설한다. 그는 2040년 인구를 80억 선에서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전제로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80% 줄일 수 있다고 장담한다. 그가 제시한 '플랜B 3.0'의 방식을 사용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의 목표는 기후 안정, 인구 안정, 빈곤 퇴치, 지구 생태계 회복 등 네 가지이다.

그가 제시하는 지구 구하기 계획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제기했던 방식을 종합한 것이다. 다만 그는 그런 방식에 들어가는 비용과 정부 예산, 그리고 구체화된 국가의 정책을 제시한다.

이 지구 소생 방식에는 무경운 농법과 가뭄과 추위에 강한 품종 개발, 자동차 중심 도시에서 탈피해서 철도, 버스, 자전거, 보행자 도로로 도시 교통 체계를 바꾸는 것, 도시의 물 사용 줄이기, 퇴비화 화장실, 도시 농업 등등이 있다. 물론 철저하게 미국 중심의 사고를 하고 있는 레스터 브라운의 플랜B 어느 구석에도 도시 농업의 메카인 쿠바는 언급조차 되어 있지만….

그는 또 제임스 러브록과는 다르게 원자력과 화석연료를 탈피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생 에너지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다양한 재활용을 주장한다. 나무를 심고 토양을 관리하는 등 이 모든 방식을 다 동원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81.5% 줄일 수 있고 농도를 400ppm 수준으로 안정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단다.

그의 예상치를 보면, 나무 심기, 표토 보호, 초지 복구, 어업 회생, 생물 다양성 보호 등의 연간 총예산은 1130억 달러 정도이다. 이를 포함해서 지구 소생에 필요한 세출은 1900억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한 해 미국 국방 예산 5600억 달러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레스터 브라운은 철저히 기술 중심의 사고를 하고 있다. 플랜B의 쪽마다 수많은 숫자가 나온다. 모든 것을 비용과 돈으로 환산한다. 그러다보니 제초제 농법을 적극 주장하고, 단작 플랜테이션 농업을 옹호하며, 재생 에너지를 설명하면서도 한국의 20메가와트 햇빛 발전소를 칭찬한다. 20메가와트 햇빛 발전소는 그가 그렇게 강조하는 나무 심기와 농토 보존 유지와는 정반대로, 나무를 베어내고 임야에 짓거나, 논과 밭에 건설하는 것이다.

그의 시선에는 공동체의 복원이란 없다. 오로지 국가주의이다. 지구 생태계의 파괴자인 산업주의에 대한 비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는 국토안보부를 모델로 미국 중심의 세계안보부를 만드는 것을 주장한다. 마약의 생산과 거래를 다루고 실패 국가에 대한 대출을 관리하고 미국 젊은이들에게 강제로 1년간 공공봉사를 하는 청년봉사단을 만들는 등등 가히 지금의 미국 파시즘을 세계 파시즘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전시동원을 주장한다. 그야말로 '에코 파시즘'이라고 할 만하다.

지구를 구하고 문명을 구하는 레스터 브라운의 <플랜B 3.0>은 솔직히 영화 <인디펜던스데이>나 <아마겟돈>처럼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수호천사로서의 미국을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진주만 사건 이후 미국이 단 몇 개월 만에 전쟁 경제로 전환한 경험을 살려 이 지구를 살리자는 얘기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한국은 거액을 들여 레스터 브라운을 극진하게 모셔오는 미국의 식민지와도 같은 봉이다. 그래도 그는 부시와는 질을 달리하는 양심의 학자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의 전반부만을 읽는 것은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물론 지금 지식경제부의 햇빛 발전 산업 살해가 얼마나 끔찍한 범죄인지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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