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 해결 방안과 관련해 통일부가 한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 데 대해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상적인 접근법이라면서 비중을 낮춰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부터 대북 정책을 비롯한 대외 정책에 소위 '동맹파'와 '자주파' 간 갈등이 감지됐는데, 정부 취임 1년을 넘어가는 시점에 사실상 공개적인 충돌 양상을 보인 셈이다.
5일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통일부, 외교부(재외동포청), 국방부(병무청, 방위사업청), 국가보훈부 업무보고 이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통일부가 오는 9월 유엔총회와 11월 APEC(에이펙,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하려는 것을 추진하려 하는데 이에 대해 외교부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상주의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 장관은 "항상 현실주의적인 접근을 하는 외교부로서는 그렇게 되면 참 좋겠는데 과연 그렇게 될 것인가"라며 "그것은 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오늘 보고 중에 평화 체제 논의와 관련해서 4자 대화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이상주의에 근거한 어떤 희망이라 하더라도, 그건 아직 다소 조율되지 않은 그런 방법 중에 하나"라면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께서 이상적인 말씀을 한 것이니 '디스카운트'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앞서 통일부는 업무보고에서 범정부 차원의 '페이스메이커+(플러스)'로 진화된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면서 "올해 11월 선전 APEC까지 역량을 집중하여 한반도 평화공존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8.15 경축사를 계기로 구체적인 발전구상을 제시하고, 한반도 평화특사를 적극 활용하여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플러스)'의 본격적인 가동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9월 유엔총회 계기 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착수할 것을 제안하고, 11월 선전 APEC을 계기로 아태공동체 번영에 기여하는 평화체제 논의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북핵 문제에 대해 본인은 '페이스메이커'를 할테니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스메이커'가 되어 달라고 밝힌 전략에 변화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조 장관은 "큰 변화는 없다"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통일부에서 플러스를 제시한 것이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서 토론을 거쳐서 합의된 문안은 아니다"라며 통일부가 단독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그걸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오늘 보고된 통일부의 안을 보면 많은 부분 논의와 합의를 거친 것들이 아니다. 대통령께서도 '이거 보고하는 건 오케이, 그러나 이 보고했다고 그대로 되는 건 아니다' 라는 말씀 한 것이 함의가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해 통일부가 제안한 구상을 이 대통령이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정부 내에서 외교부와 통일부 간 조율이 필요해 보이는데 향후 협의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조 장관은 "구체적인 건에 대한 협의 계획은 지금 당장은 없지만 이슈가 제기되면 상임위 또는 상임위 전에라도 관련 부처 간에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가 러시아 및 북한과 관계 개선을 위해 러시아가 주최하는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조 장관은 "외교부에서는 러시아 측과 매년 그렇듯 검토하고 있다. 사실은 그것은 외교부가 해야 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과 북한을 연계시키기 때문에 통일부 장관이 아마 보고를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아직은 거기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고 말해 참석 검토 수준까지는 진행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한편 지난 4월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방한 당시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남북 간 대화를 위해 북한에 방문해줄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는 1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대해 조 장관은 "인도네시아 측에서 시도를 해봤지만 북한이 일관되게 그런 얘기 해봤자 우리는 (안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한) 모양이다. 그래서 우리도 그 정도로 해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통신은 프라보워 대통령이 "지난번 한국 방문 당시, 이재명 대통령께서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방문해 줄 수 있는지 문의했다. 저는 정중하고 기꺼이, 요청하신다면 방문하겠다고 말씀드렸다"라며 "인도네시아는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는 데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1일 "정부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남북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이 한반도 평화공존 실현을 위한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며, 관련 협력 방안을 지속 모색해오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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